여름 445

베란다 정원의 화초 가족

곧 비가 한바탕 때릴 거 같은 휴일,대낮임에도 해가 서산으로 떨어진 저녁 같다.비가 월매나 퍼부을려고 이러나~ 울 오마니께서 평소 공들여 키우는 화초들을 보면 가족 대하듯이 하시던데 그 정성에 보답하는 꽃망울을 터트렸다. 꽃 가지가 축 늘어져서 다른 화초의 가족한테 슬쩍 떠밀고는 몇 컷 찍었는데 마치 합성 사진 같은 이유는 모지??? 이 분은 화초 가족 중에서 가장 붉은 꽃다발이군.서열과 이름이 사알짝 궁금하긴 하나 일꺼리가 맡겨 질까 두려워 조용히 사진으로 담아 두는 중. 작년 성탄절 케잌 위에 있던 녀석 같은데 어느 순간 가족이 되어 있다.뎁따시 큰 양초를 들고 있는 건가? 그 귀하신 엘사도 울집 베란다에 은둔하고 계시는구먼.렛 잇 꼬~ 렛 잇 꼬~

맥문동꽃 필 무렵

햇살이 따가운 주말 오전, 집으로 가는 발걸음에 만난 맥문동의 보랏빛 꽃 망울이 탐스럽고 향그럽다.근린공원 곳곳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꽃은 잘 익은 포도 송이처럼 알알이 영글어 바라 보는 순간 잠시 넋을 잃고 꽃이 발산하는 향을 머릿속에 터트린다. 주말에 맞이하는 풍경과 강한 햇살은 여유를 전염시키는 숙주이기에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정겹기만 하다.

8월2일 저녁 무지개

장마땐 비 구경하기 힘들더니 요즘 들어 일기 예보를 비웃듯 수시로 비가 내린다.그러다 저녁 퇴근길에 비가 그치고 흐린 하늘이 걷히기를 며칠 동안 기가 막힐 정도로 정확하다.퇴근 길에 맑아지는 날씨와 더불어 이렇게 무지개까지 반긴다면 기분이 묘할 만큼 짜릿하고 설렌다. 서쪽 하늘은 여전히 타들어 간다. 땅거미가 질 무렵 이렇게 거대한 한 덩어리 구름이 하늘을 느리게 흘러간다.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처럼 우주 기행 물체가 유영하는 장면 같기도 한게 구름과 하늘의 색상이 육안으로도 확연히 구분되니까.

8월1일 저녁 그리고 노을

하루 종일 흐리면서 간간히 빗방울을 떨구던 하늘이 퇴근길엔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면서 청명한 하늘의 민낯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쪽 하늘에 남은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지만 곧 그들마저 서둘러 갈 길을 가버린다. 구름의 행렬이 이어지는 곳. 이내 태양이 하루가 질 무렵 얼굴을 내민다. 허나 찰나의 꿈처럼 서산으로 기울어 버린다. 이글거리는 구름들 속에 마치 이무기가 승천하듯 짙은 구름 한 줄기가 하늘로 솟구친다.산봉우리로 지는 일몰도 아름답지만 쉽게 볼 수 없는, 기약 없는 형태의 구름도 노을과 함께 이채로움을 뽐낸다. 어두워 오는 하늘 사이로 메타폴리스의 거뭇한 형체만 보일 뿐. 창 너머 노을을 보고 있자니 당시 경이로움과는 달리 무섭다.공포 영화에서 처럼 핏빛 하늘이 엄청난 재앙을 예고하는 것 같은 삘?

반석산 습지공원

세상을 태울 듯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던 중복 전날의 일욜은 오랫 동안 걸어 다닐 수 없었다.하야 오산천변 산책로와 반석산 습지공원만 잠시 산책하였지.여름이라고 허투루하게 봤던 꽃들이 의외로 곳곳을 이채롭게 장식하고 있다. 노작공원을 지나 다리 아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산책로를 만나 산산히 부서진다. 산책로를 지나다 보면 평상이 종종 눈에 띄는데 그 틈바구니 사이에도 강한 생명력이 꺾일 줄 모른다.나무에 가려져 궁극의 절실함을 막연히 기다리지 않고 주위 장애물은 그대로 둔 채 비집고 나온 모습에서 숭고함마저 깨닫게 하는 자연은 늘상 조화를 잊어 버리지 않나 보다. 동탄나들목 방면으로 걷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저녁에 다다라 오던 길로 발걸음을 돌렸다.정지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세상도 내 무심함엔 아랑..

지난 금요일 퇴근 버스에서

하루 종일 대기가 청명해서 서울 전체가 뚜렸하게 보였다. 올해 들어 미세먼지다 황사다 공해로 인해 가시 거리가 대부분 짧았었던 걸 비교해 보면 이날 만큼은 더욱 값진 선물이렸으이. 퇴근 길에 광역 엠버스를 타고 한남대교를 지날 무렵인데 낮에 비하면 가시 거리는 좀 약해졌지만 그래도 반갑다 반가워.점심 무렵엔 한눈에 선명한 남산과 북한산을 보곤 부풀어 오르는 닭살을 주체하지 못했었으니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어마어마한 시대적 기회였겠다 싶더라.사진을 찍고 보니 스팟을 활용하지 않아 우중충하구먼, 젠자앙스

생일빵으로 때운 가오리와 방패연

가격을 떠나 맨날 먹는 것들(?)에게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조카 2명과 누나 1명, 매형을 포함해서 거의 가까운 날짜에 집중해 있는 탓으로 편향된 육류는 조금 식상해져 있던 터.그래서 내 생일은 한정식으로 정했고 그나마 저렴하면서-요즘 음식 시세는 정말 장난 아니여- 육류 일색의 메뉴에서 과감히 탈피했다.-물론 내가 쏘는 거라 주위에 반대 급부는 없었응께- 미리 잡아 놓은 예약 시간을 떠나서라도 그 날 바람이 좋아 출입구 테라스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더불어 합류할 다른 가족들까지 기다리고 있다.정면에 보이는 매형 다리통은 거의 앞다리 족발 수준이구먼. 계속되는 정갈한 음식을 마주하게 된다면 다른 곳을 돌볼 겨를이 없는 고로 식사 드시기 전에 창 너머 한 컷.멀리 고가 도로는 용서고속도로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