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캠 23

큰 어르신 지리산에 안기다_20191127

광주대구 고속도로를 따라 곧장 남원 인월에 도착한 건 정오가 살짝 지난 시각이었다.지리산의 거대한 형체가 먼곳부터 어렴풋이 유혹의 촉수를 뻗히고, 그와 더불어 최종 목적지인 구례 또한 지리산에 기대어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단아한 도시라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로 언젠가 부터 벼르고 벼르던 결정이었다.2013~2014년 초까지 출장이란 명분으로 남원을 뻔질나게 다니던 인연으로 제법 익숙한 지역이란 명분에 힘 입어 뱀사골 너머 구례는 늘 '멀지만 두루두루' 가봐야 되는 여정의 코스로 낙인을 찍어 두었고, 더불어 예전엔 산채 요리가 잡초향 가득한 몸에 좋은 음식 정도로 치부 했지만 뱀사골 초입 즐비한 산채 식당을 방문한 이후로 몇 년 지나도록 그 즐겁던 혀 끝의 미각을 잊지 못하고 있었기에 과감히 뱀사골을 경..

가을에 남는 미련과 기억_20191103

아침부터 돌풍에 비가 추적추적 내려 마치 돌아가는 적적함을 날씨가 알아 채고, 위로를 해 주는 것만 같아 살림살이를 주섬주섬 챙기는 기분이 조금 진정은 됐다.다른 곳으로 둘러볼 겨를 없이 고속도로 정체를 감안하여 집을 향해 출발했지만 영동 고속도로 진부IC 채 못간 지점부터 정체가 심각해 잠시 정차된 틈을 타 고속도로 교통정보를 훑어 본 즉슨 유독 영동 고속도로의 정체가 심하고 가던 중 벌써 정체 구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그럼 내가 속한 이 정체의 무리가 앞으로 쭈욱 이어지고 갈수록 정체 구간이 길어진다는 건데 진부를 지나 속사까지 정체와 소통을 반복하던 중 차라리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낼 바에 평창을 들리자 싶어 평창IC 부근 정체 무리에 끼어 있다 바로 평창IC를 빠져 나와 평창으로 내달렸다.도로가..

월정사 전나무숲길 가을 사이로_20191102

무척 깊고 포근한 잠을 청하고 일어나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한 뒤 커피 한 잔을 내려 손에 들고 창을 열어 젖혔다.만추의 서늘하고 세찬 바람이 요란하게 방충망을 흔드는 소리와 투숙객들이 분주히 차를 몰고 어디론가 바삐 향하는 소리가 뒤섞여 집을 떠나 여행지에 온 기분이 새삼 들었다. 한차례 세찬 바람이 불면서 바람에 실린 낙엽들이 날려가다 하나가 방충망에 걸려 떨어지지 않고 지나는 바람에 파르르 떨었다.비교적 낙엽이 방충망에 단단히 걸려 버렸는지 이후에도 바람에 흔들릴 뿐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매달려 바람 소리에 반응했다.바람을 타고 날아가던 낙엽이 자연스레 걸린 거라 이 장면을 두고 머그잔에 커피가 비워지길 기다렸다 바로 숙소를 나서 영동고속도로와 나란히 뻗어 있는 지방도로를 타고 월정사로 향했다.횡계..

생태숲의 숨겨진 얼굴에 반하다_20191024

숲속광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세세히 가을을 낚은 뒤 생태숲 가장 깊이 있는 하늘광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고프로로 계속 촬영을 하며 허술하게 둘러봤던 소나무숲을 천천히 둘러봤다.허나 그 전까지 몰랐던 진면목, 하늘을 향해 높게 뻗은 빼곡한 소나무숲이 압권이었다. 하늘광장에 도착하여 비록 가늘어진 빗줄기지만 여전히 비는 내리는 상태라 비를 피할 수 있는 야생허브원 앞 천막에 타입랩스를 작동시킨 상태로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를 뽀개고, 광장 일대를 돌아 다녔다.그 전에 그리 많던 전나무가 대부분 잘려져 나간 상태인데 노랗게 변하는 잎이 그대로 인걸 보면 얼마 전에 나무를 쳐낸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가을에 맞춰 녹색 이파리가 가지에서 부터 샛노랗게 물드는 모습이 전나무숲을 이룬 상태에서 빛결이 고왔던 걸..

하늘숲길에 가을이 찾아 들다_20191023

드디어 만항재에 도착, 많은 사람들이 휴게소와 주위 공원에 들러 삼삼오오 사진을 찍거나 먼길을 달려온 여독을 풀기 위해 쉬고 있었다.처음 들린 건 아니지만 2016년 가을에 한 번 들린 터라 낯설기는 마찬가지.(눈꽃들만의 세상, 함백산_20151128, 첩첩한 이끼 계곡과 만항재_20161015)대부분 사람들이 만항재에 잠시 들렀다 다시 갈 길을 재촉하는 것 보면 최종 목적지가 아닌 거듭된 오르막에 잠시 쉬는 정도 같다.그들과 목적지가 확연히 달라 깊은 심호흡과 함께 산골 낮이 그리 길지 않은 걸 감안하여 지체하지 않고 하늘숲길로 향했다.가는 길이 매끈하게 보였지만 예상과 달리 비포장 노면이 그리 좋지 않아 프레임 SUV가 아닌 이상 속도 내기가 힘들어 천천히 길을 따라 전진했다. 만항재에 도착하면 간단..

만항재로 가는 숨겨진 가을_20191023

상동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원래 의도한 대로 상동을 지나 산으로 난 도로를 따라 다시 출발했다.상동은 언제나 마지막 여정의 반환점이었고, 그래서 상동에 도착할 즈음이면 언제나 해는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인데다 높은 산으로 둘러 쌓인 동네라 저녁이 일찍 찾아와 상동을 지나는 이 산길은 '언젠가'라는 막연한 여운만 남겨 뒀었는데 이번엔 영월에서 일찍 출발 했거니와 이른 오후 시간이라 막연한 계획을 실현시킬 확신이 생겼다.상동도 조용한데 상동 꼴두바위를 얼마 지나지 않자 인가는 전혀 없고 도로 양 옆 산줄기는 그 틈을 더욱 좁혔다. 이내 차선은 사라지고 오르막길은 가팔라져 이제는 산줄기 가운데가 아닌 산 언저리 포장된 길에 접어 들었고, 그와 함께 인적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이 짙은 가을 숲 내음과 적막을 가르..

선명한 가을과 추억이 웅크리고 있는 곳, 상동_20191023

여행의 출발은 늘 솜털처럼 가볍고, 아이처럼 설렌다.영월 시장에서 나름 유명한 닭강정 하나를 옆에 낀 채 차창을 열고 매끈하게 뻗어 있는 88 지방도를 질주하자 가을 대기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와 그간의 시름을 잊게 해 준다.이 도로를 질주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건 도로 뿐만 아니라 남한강을 따라 곧게 펼쳐진 큰 계곡이 트여 있는데다 대부분 여행의 첫 걸음이자 길목이기 때문이다. 골짜기를 따라 번져가는 봄 풍경이 매력적이라 올 봄에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같은 자리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한 적이 있었건만 막상 사진에서는 웅장한 느낌이 없어지네?(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만경사 가는 길_20190422) 다시 가던 길을 출발하여 고씨동굴을 지나면서 이내 골짜기 폭과 차로가 줄어들면서 계속되는 곡선길이 ..

호수에 빠진 가을이려나, 옥정호_20191010

옥정호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다시 찾은 국사봉 전망대는 하늘 아래 모든 세상이 가을에 빠져 경계를 끝없이 확장하고 있었다.국사봉 전망대는 팔각정이 아니라 국사봉을 오르다 보면 산 중턱 지점의 데크가 깔린 곳으로 왜 옥정호를 찾게 되고, 왜 국사봉에 오르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며, 여러 멋진 사진보다 그 자리에 서서 눈 앞에 펼쳐진 전망을 여과 없이 바라 보게 되면 그 진가를 이해할 수 밖에 없다.그와 더불어 지상에 나린 가을은 옥정호가 솟구치고 붕어섬이 꿈틀대는 착각 마저 들게 할, 비유하자면 전주 비빔밥의 풍미를 극대화 시키는 감칠맛 나는 양념일 수 있겠다. 주차장 초입에 이런 이정표가 손을 흔들듯 반긴다.어느 블로거가 올린 이 사진을 보며 이제야 제대로된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정표가 가진 목..

생활 가까운 옥정호, 전망대 오류를 범하다_20191009

미리 이실직고 하는데 이날은 제대로 헛다리 짚은 날이다.옥정호와 국사봉이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채우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온 생활 속 버르장머리 없는 습관으로 옥정호의 명물인 붕어섬을 제대로 못 본데다 만나기로 했던 형과 빠듯한 약속 시간으로 도착해서도 대충 둘러본 잘못을 어이 말로 다 설명하리.그저 어디를 가나 큰 저수지와 별반 다를 바 없었고, 어디로 왔다 어디론가 떠나가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 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결국 이 모든 미덕(?)의 근원은 게으름이라 지나와서 후회해 본들 뭔 소용 일까? 국사봉이라는 간판을 보고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전망대 삘 나는 국사정이라는 팔각정에 올라 사방이 트여 있는 경관에 감탄사는 연발했다.가을이라는 계절적 특성이 괜한 감정을 자극하여 자그마한 ..

한적한 남한강변을 거닐다_20191001

여느 마을마다 주변 지형지물에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명과 이름을 달아 놓은 걸 보면 옛사람들은 세상 모든 걸 의인화 시키고 동격화 시켜 생명이나 자연을 함부로 경시하거나 차별을 두지 않았다.심지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들판의 바위에도 닮은 것들을 유추시켜 이름을 달아 놓았고, 부를 때도 마치 사람처럼 친숙한 어법을 사용했는데 그렇게 자연스레 배운 것들을 구전으로 남겨 어쩌면 세상 모든 것들과 어울려 공존공생하는 방법을 말문 터지듯 습성으로 익혔다.마을을 한 바퀴 크게 돌며 지형과 그런 친숙한 우리말에 재미난 동화를 경청하듯 세세히 들으며 반 나절을 보내고, 혼자 자리를 떠나 부론으로 넘어 갔다.사실 흥원창으로 갈 계획을 세웠지만 어중간한 여유를 갖다 보니 확고한 목적지를 정한게 아니라 결정 장애를 겪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