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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만경사 가는 길_20190422

첫 목적지 망경대산으로 가는 길은 곳곳에 도사리는 봄 물결이 발목을 붙들어 가는 길이 쉽지 않다.분명 몇 년 전에 비한다면 도로는 산을 뚫고, 강을 넘어 쉽사리 첩첩한 산골로 이어져 수월해 졌지만, 시선에 미련의 덫을 놓는 봄 운치로 체증이 심한 도로를 힘겹게 전진하는 품세다.이미 다음 봄을 기약하고 떠난 봄의 전령사들이 북녘으로 넘어 가기 전 이 골짜기에서 긴 여정을 위해 한숨을 고르며 쉬고 있나 보다. 영월 시내를 지나 남한강이 흐르는 협곡에서 양 옆 산세에 널려 있는 봄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결국 어느 정도 달리다 고씨동굴 조금 못 간 지점 베리골 교차로 버스정류장에 잠시 차를 세워 놓고 사진 몇 장을 찍는데 햇살이 워찌나 따가운지 홀라당 익는 줄 알았다.전형적인 봄이라고 하기엔 약한 더위를..

산이 품은 호수를 날다, 청풍 케이블카_20190421

퇴근 후 뒤돌아봄 없이 곧장 고속도로를 경유해 남제천IC를 거쳐 청풍호에 다다랐다.연일 미세 먼지의 습격이란 내용이 빠지지 않는 가운데 신념을 달랠 순 없기에 계획대로 강행을 했고, 칼을 뽑았으면 돼지 감자라도 잘라야 되는 벱이다 싶어 미리 예약한 숙소의 체크인도 잠시 미뤘다.비록 제천에 터전을 잡고 있는 청풍호와 석양이 뿌옇게 바래도 가슴에 새겨진 기억을 뒤덮을 수 없듯 정교하게 새겨진 이 아름다운 기억에 기대어 먼지는 잠시 눈을 무겁게 하는 졸음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모노레일의 마감 시각이 좀 더 빨라 케이블카 운행 시각을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서둘렀고, 다행히 넉넉하지 않지만 케이블카를 이용해 늘 지켜 보기만 했던 비봉산에 오를 수 있었다.크리스탈 버전의 케이블카에 몸을 맡기고 바깥 풍경을 감상..

쉬어 가는 곳, 금왕 휴게소_20190415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무거워진 발걸음을 애써 한 걸음, 한 걸음 옮긴다.안락한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무기력해 지는 게 아니라 치열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며 무기력증에 빠지게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왜냐?긴 백수시절 회상해 보면 시간이 풍족 하다고 해서 모든 걸 제대로 즐기는 게 아니라 자투리의 소중함을 몸소 느껴 봤기 땜시롱 치열한 일상 가운데 여가가 간절함을 증폭 시키기 때문이다.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부를 축척한 부자가 즐기지 못하는 이유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린 금왕 휴게소에 이런 문구가 땋!화합이라...적당히 치열한 일상과 그 속에 여가를 화합하는 길로 보인다.고속도로에 막연히 달린다는 생각을 가지면 한 없이 지루한데 어디론가 ..

벚꽃 명소, 충주 호반_20190415

계명산은 고도상 아무래도 벚꽃이 조금 늦게 피는 걸 감안한다면 평지에선 이미 벚꽃이 질 시기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에,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목이라 충주댐 벚꽃 명소를 찾았고 생각보다 남아 있는 벚꽃이 많았다.이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은 충주가 벚꽃이 질 무렵이라 발길이 어느 정도 뜸해졌는데 도리어 많이 사람들로 북적대는 것보다 꽃잎이 조금 지더라도 한적한 게 쉬엄쉬엄 둘러 보기 편했다. 댐으로 진입하는 초입에 차량을 세워 두고 조금 걸어서 길 끝까지 도착했고, 강변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벚꽃이 아직도 화사한 기품을 유지하고 있었다. 계명산과 달리 벚꽃잎이 역시나 많이 떨어졌고, 여전히 진행형으로 한 차례 바람이 불면 눈발이 날리는 것처럼 벚꽃잎이 우수수 떨어졌다.꽃잎이 많긴 많은게 바닥 자..

봄 내음 물씬한 계명산 휴양림_20190414

4월 14일.마지막 애달픈 미련의 벚꽃이 남아 절정의 봄이 떠나는 귀띔에 따라서 떠날 채비를 했다.강원도, 경기도 지형을 복합적으로 품고 있는 충주, 그 중에서 급격한 산지가 시작되는 계명산에서 떠나려는 봄 마중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절정의 시간들을 보냈다.벚꽃이 일본 국화라고 할 지언정 숭고한 자연을 소유할 수 없는 억지는 동의할 수 없다.또한 자연을 소유하는 건 건방진 우매일 뿐.계명산 휴양림 통나무집에서 자리를 풀고 해가 진 뒤 길을 따라 산책을 다녔다. 호수와 마을이 어우러진 곳, 그 곳에 밤이 찾아 오자 야경 또한 함께 어우러진다. 충주 시내를 갔다 휴양림으로 찾아가는 길에 계명산 언덕을 오르면 어느 순간 호수와 산이 펼쳐진 전경이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떠돌다 한 자리에 앉아 한참을 야경과 ..

이게 맛집이라고?!_20190414

충주 계명산 휴양림을 찾아 저녁 무렵 도착했지만 인척의 거리는 아니라 저녁을 차리는 부담을 덜고자 다시 충주 시내로 나와 저녁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십 수년 전부터 충주에 오면 거의 정해진 단골 가게가 있는데 시간에 밀려 문을 닫은 집도 있고, 여전히 성행인 가게도 있지만 문제는 술자리로 가던 곳이라 식사로 애매할 수 있다.물론 식사를 빙자한다고 해도 아주 훌륭한 장소는 몇몇 있는데 충주 지인을 맹목적으로 따라간 마당에 정확한 길과 간판을 내가 워째 알것능가!하는 수 없이 카카오지도를 열고 맛집을 찾아보니 리뷰와 댓글이 많은 스시집이 보인다.원래 네이버 리뷰글은 신뢰하지 않는데 눈에 뭐가 씌였는지, 아님 저녁 시간이 더 늦기 전에 해결해야 된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별 의심 없이 찾아간 곳.결과는 '상업적..

일상_20190413

한 주 지나 찾은 오산천 산책로는 예견대로 벚꽃이 만발 했고, 거기에 맞춰 인파가 북적였다.오산천엔 물이 흐르고, 산책로엔 인파가 뒤섞여 흐르는 곳, 그곳으로 걸어가 함께 인파에 섞여 발길이 닿는대로 흘러 다녔다. 나루마을 인근에 산책로 초입부터 벚꽃을 찾은 사람들이 북적인다.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아니면 홀로 찾은 사람들로 다양하게 한 눈에 볼 수 있는데 하나 같이 사진을 찍으며 심취한 표정이다.일 년 중 아주 잠깐 만날 수 있는 날인 만큼 일시에 사람들이 몰리는데 가을에 단풍이라면 벚꽃에 비해 꽤 오래 볼거리를 유지하지만 벚꽃은 화려하게 폈다 어느 순간 급격히 꽃잎이 떨어지며 사그라들어 사람들의 애간장을 더 태운다. 봄이라고 해서 벚꽃만 있는게 아니다.하지만 벚꽃만큼 화사한 봄의 전령사가 또..

일상_20190409

거의 20년 만에 처음 다닌 치과는 역시나 긴장의 연속이다.그 긴장이 과했던지 병원을 나와 차로 걸어가던 중 아파트 단지에 활짝 핀 벚꽃들이 무척이나 화사해서 눈이 부실 지경이다. 너무 화사하다.그래서 눈부시다. 여전히 겨울 정취에 익숙해져 있던 시신경이 이로 인해 호강하고 휘둥그레 벅차다.흔하게 볼 수 있는 진풍경 중 하나가 화사한 벚꽃 무리 아래 지나는 사람들이 넋 놓고 폰카 셔터를 누르는 건데 어느 순간 나도 그렇게 넋 놓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