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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시간의 파고에서 꽃이 피다_20190608

월류봉에서 석양이 넘어갈 무렵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가족 한 명을 제외하면 전부 서울 인근이라 함께 차로 이동할 수 없는 한 사람을 위해 황간역에서 덜컹대는 무궁화호를 이용하기 위해 배웅에 나섰다.황간까지 왔는데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동해식당에서 다슬기전과 탕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열차 시각에 맞춰 황간역에 도착했다.(숨겨진 다슬기 해장국 고수_20190305)전형적인 시골 기차역이라 규모에 비해 너른 광장에 다다르자 생각보다 많은-대략 10명 이상?-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나머지 그와 비슷한 수의 사람들은 마중을 나왔다.기차역에 들어서기 전, 광장에 유물과도 같은 것들이 멋진 조경의 일부가 되어 자리를 하나씩 꿰차고 있는데 한적한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구시대의 상징인 시골 열차역..

석양과 달이 머무는 자리_20190608

도마령을 넘어 길게 뻗은 구부정길을 따라 황간에 도착했다.절실 했던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황간을 몇 바퀴 돌다 아쉬운대로 파리바게트에서 몇 사발 들고 도착한 황간의 명물, 월류봉은 예상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북적대는 곳이었다.관광버스가 들어오는가 싶더니 공간을 메운 인파가 북적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많던 사람들이 빠져 나가고, 이내 다시 인파가 들어서길 몇 번 반복하는 사이 해는 서서히 기울며 머물러 있던 낮도 사라져 갔다.한 자리를 잡고 2시간 정도 앉아 마저 남은 커피를 비우며 남은 이야기도 비웠다. 홀로 우뚝 솟은 월류봉의 끝자락을 부여 잡은 월류정과 그 바위산을 단단히 부여 잡은 초강천이 함께 어우러진 월류봉은 그 일대가 그림 같은 곳이다.힘들게 이 먼 곳까지 찾아온 사람들이 건져..

자연과 역사가 만든 장벽, 나제통문_20190608

인간의 역사가 자연의 나이보다 유구 하겠냐마는 문명이 잉태되고 제대로 된 역사를 기록 하면서 태초라는 표현도 써 봄직한 징표 중 하나, 백제와 신라의 경계와 관문이던 라제통문은 꽤나 장엄한 시간이 뚫어 놓은 바위 터널이다.수 많은 시간이 관통하고 셀 수 없이 많은 발자취들이 쌓여 매끈해진 흔적은 통렬하게 퍼붓던 비마저 실어 나르던 바람 조차 이 유구한 경계에 서서 잠시 숙연한 고개를 떨구던 곳이다.휘영청 맑은 대기를 뚫고 하염 없이 쏟아지던 햇살을 외면하며 잠시 나마 이 자리에 서서 잊혀져 버린 기억들을 되새김질 하기엔 아무런 거리낌도, 망설임도 없었다.언젠가 잊혀질 시간들이 있는 반면 그 이면엔 바위에 새긴 문자보다 더욱 굳건하게 각인될 시간도 있거늘, 먼 길을 달려온 보상처럼 가슴 벅찬 사념 덩어리에..

늦은 시간, 그리고 다음날 이른 시간_20190607

무주로 내려오는 길은 무척이나 지체 되었지만 기억에 남을 만큼 가족 여행으로 오손도손 따스한 분위기로 인해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무주로 목적지를 선택한 이유는 지방에 사는 한 가족이 대중 교통으로 이동해야 되는 특성상 도중에 픽업을 해야 되는데 각자 적절한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으면서 관광 도시로써 제격이기도 했고, 앞서 봄에 방문했던 당시 오마니께서 극찬을 하시어 미리 무주 일성 콘도를 예약했다.가족 여행이라는 명분 하에 서운함과 정겨움을 나눠 보자는 취지 였고, 가뜩이나 평소에 비해 퇴근이 조금 지체 되었던 데다 가족 한 명을 태워 대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23시가 가까웠다.대전역에서 바로 또 다른 가족을 태우고 안주거리를 구입한 답시고 가양동을 지날 무렵 치킨에 순대를 투고 하느라 더욱 지체 되..

긴 여름의 시작_20190601

동탄호수공원에서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이미 시간은 6시반을 훌쩍 넘겨 호수를 시계 방향으로 돌며 길이 더 꼬였고, 7시가 넘어 만나게 되었다.호수 주변에 꾸며진 공원의 테마는 제각각 달라 지루할 틈이 없었고, 걷기 알맞은 날씨라 호수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았다.불과 초봄에 왔을 때만 해도 호수는 텅비어 있고 공원엔 싸늘한 바람만 불었는데 그게 얼마 지났다고 완전 다른 세상의 풍경이다. 호수변 수변생태식물? 늪지? 같은 곳으로 진입해서 통화를 하며 걷는데 서로 이야기 하던 종착지가 달라 거기로 걷는다는 게 또 다시 다른 방향으로 걷게 되었고, 그럼 한 사람이 자리를 잡고 내가 찾아가는 게 수월하다고 판단하여 호수를 반 바퀴 돌아 약속 장소에 조우했다.호수 서편에 위치한 레이크자이 테라스하우..

강화도 워크샵 가는 날_20190525

여주를 다녀온 다음 날인 주말, 휴일 강화도 워크샵에서 마니산에 올라 나처럼 적나라한 전망 앞에 사우들과 함께 넋을 잠시 내려 놓았다.어쩌면 평지에서 보던 시야와 다른 경험을 지불하기 위해 이런 고진감래를 겪는 게 아닐까?쉽다는 건 식상해지기 쉽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진명목에 대한 가치를 외면하기 쉬워 적절한 노력과 관심을 들여 감사와 감탄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겠다.깨달은 자만이 감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니산에 오르던 중 속도가 늦춰진 사우를 달래며 끝까지 올라갔다.정상을 앞두고 옆길로 잘못 빠진 것도 모르고 절벽이 주는 감탄에 힘겹게 오르던 잠깐의 과거도 잊어 버렸다. 월매나 다리가 후덜 거리고 뚝배기가 어지러웠으면 절벽 위에서 기어가는 굼벵이가 되어 버린 사우, 허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봉우리..

정적 짙은 파사산성_20190524

파사산성은 막국수로 유명한 여주 천서리와 순대가 유명한 양평 개군면 경계에 위치한 작은 산성으로 남한강이 지나는 지리적인 이점 덕분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올라도 전망이 굿이다.전국 곳곳을 다녀 보면 의외로 찰진 만족을 주는 숨겨진 여행지가 많고, 알려지지 않은 만큼 고요한 환경에 힘입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파사산성 또한 그런 범주의 여행지인데 세마대 독산성과 비슷해서 같은 고장 사람이라면 식상한 동네의 명승지 정도일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난 여행자고 생애 처음 밟는 땅이라 알려지지 않은 명승지다.천서리를 지나 남한강을 따라 양평 방면으로 조금만 더 진행하면 이포보 부근 대신석재가 있는데 거기 텅빈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비교적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얼마 걷지 않아 쉽게 산성의 성곽이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