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12

한국의 작은 알프스, 태백과 삼척 건의령_20240124

가슴을 한껏 펼쳐 서서히 움켜쥐면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내 안에 들어온다. 건의령, 여기선 그게 가능하다. 함백산에 이어 찾아간 곳은 건의령으로 태백 시내를 지나 검룡소가 가는 방향과 똑같았고, 다만 검룡소는 35번 국도를 타고 삼수령을 넘어 삼수동으로 빠져야만 했는데 건의령은 계속 35번 국도를 경유하다 상사미교차로에서 우측의 뿌듯한 오르막 지선인 424 도로를 타면 바로 우측의 장벽 같은 산의 고갯길이 건의령이었다. 가는 길에 폭설의 영향인지 아니면 공사 중인지 삼수령길은 통제 중이라 옛 고갯길로 우회했고, 대체적으로 태백의 제설이 늘 한발 앞서긴 해도 한파로 인해 도로가 쪽의 빙판 자국을 상기시킨다면 평소에 비해 시간은 좀 더 소요됐다. 터널을 지나기 전에 건의령으로 갈 경우 체력적인 자신감이 충만하..

미려한 동해 해안도로, 새천년 해안도로(이사부길)_20220824

바다 따라 해안길로 미끄러져 가는 사이 그리 집요 하던 잡념도 무뎌진 관심에 어느 순간 하얀 파도처럼 흩어져 버리고, 사유는 하얀 도화지처럼 또 다른 낙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념 깃발을 따라 가더라도 정해진 길은 없고, 다만 그 깃발의 말미암아 펄럭이는 순간의 기억이 이 여정의 백미 아닐까?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도 수많은 여행자들이 익숙한지 보드라운 손길로 자연을 그려 흔한 일상은 접고 추억의 채도를 높였다. 동해의 마지막 여정, 묵호 등대 불빛은 졸고 있지만 매혹의 나침반은 혼돈의 유혹도 뿌리치고 강인한 지남력을 따라 그렇게 그렇게 흘러간다. 새천년해안도로(이사부길)은 삼척해수욕장과 삼척항을 잇는 4.6km의 해안 길이다. 동해안 최고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

나릿골과 바다 사이 너른 쉼터, 이사부광장_20220824

나릿골에서 내려와 주차가 된 이사부광장을 찾았다.나릿골에서의 전망이 좋더라도 그 아래 펼쳐진 바다와 마을을 볼 수 있을 뿐, 매크로한 형태의 나릿골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다행인 건 나릿골 정면, 마을과 바다 사이 너른 광장이 있고, 그 광장도 제법 규모가 큰 데다 도보길이 비교적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나릿골의 온전한 형태를 볼 수 있기 때문. 이사부광장은 삼척항 활어센터 옆에 있다. 항구 옆 해변을 길게 감싸고 있는 정라진 방파제와 연결되어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해 놓은 테마공원이다. 공원에는 각종 공연과 행사가 열리는 잔디마당을 중간에 두고 야외공연무대와 게이트볼장이 양쪽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광장의 핵심시설은 스카이 데크로 데크를 통해 해변 방파제와 연결되어 있다. 데크에서는 삼척항의..

묵혀둔 정감, 나릿골 감성마을_20220824

마을길을 따라 좀 더 오르자 언덕의 너른 지세가 펼쳐졌고, 그제서야 파도치는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좀 전 지나온 길은 마을 중심부를 관통하는 길이 아니라 인가가 비교적 적었고, 언덕에 올라 좌측으로 크게 휘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인가가 밀집한 골짜기 마을로 진입할 수 있었다. 어쩌면 마을 뒤편 가장 높고 너른 고원 같은 곳인데 여기는 완연한 공원의 형태를 띠고 있었고, 산책하기 최적의 길이 뻗어있었다. 마을 가장 높은 곳이라 육각정 전망대와 쉼터가 있었는데 때마침 말벌 몇 마리가 또다시 주변을 윙윙거리는 바람에 오래 있지 못했다. 길과 전경에 몰입해야 되는데 말벌로 인해 연이어 방해받는 기분이라 벩스럽긴 했지만 어차피 가야 될 방향을 조금 서둘러 걷자고 생각해야지. 좀 전 지나친 원주민처럼 보이는 분이 ..

감성의 미로 골목, 나릿골 감성마을_20220824

고행의 세월을 감수한 재조명으로 바다언덕 옛마을이 감성의 보물창고로 각광받으며, 각양의 모습으로 혈관처럼 얽힌 골목은 어느덧 모퉁이마다 많은 사연과 이야기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소외는 이 골목이 붐비던 시대에 생소한 외계 파동처럼 여겼건만 또아리 틀고 숨죽인 직선의 무참한 살상 앞에서 한 동안 속수무책이었다. 시간의 통찰을 거친 직선이 무기력할 때 그 위안 또한 비정형화된 길이 철학적 돌파구가 될 줄이야. 오늘도 노스탤지어를 꿈꾸는 이정표는 갯마을 그 모습을 그렸다. 나릿골은 삼척 정리항 영진안과 벽 너머 사이 어항의 배를 정박하는 나루가 있어서 붙여진 명칭으로 거주민 30%가 어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60~70년대 생화 정취가 남아있는 계단과 골목길, 담장 등을 간직하고 있는 전형적인 항구문화가 남아있..

매력의 고유명사, 장호항_20210630

장호항(莊湖港)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장호리에 있는 어항이다. 1971년 12월 21일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었다. 관리청은 해양수산부 동해어업관리단, 시설관리자는 삼척시장이다. 장호항은 우리나라 지도에서 호랑이 등처럼 생긴 부분에 위치하며, 본 항이 위치한 장호리는 항의 형상이 장오리와 흡사해서 장울리, 장오리라고 부르다가 장호리가 되었다. 장호항은 방파제가 있어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항으로 1973년 기본시설계획을 수립했으며 1993년 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현재의 안정된 항세를 갖추게 되었다. 수로부인 설화로 유명한 헌화가의 발원지로 나폴리형 해안선이 있어 동양의 나폴리라고 부른다. 장호리 당두산 연안에 내장오, 외장오가 있어 깊은 어항으로 어족이 풍..

구름도 연모한 수로부인 헌화공원_20210630

수로부인 헌화공원 임원항 뒤편 남화산 정상에 위치한 수로부인 헌화공원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헌화가'와 '해가' 속 수로부인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공원이다. 절세미인으로 알려진 수로부인은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의 부인이다. 남편이 강릉 태수로 부임해 가던 중 수로부인이 사람이 닿을 수 없는 돌산 위에 핀 철쭉꽃을 갖고 싶어하자 마침 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꺾어다가 바치고, 가사를 지어 바친 것이 4구체 향가인 '헌화가'다. 임해정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용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바다 속으로 끌고 갔는데, 백성들이 노래를 부르자 다시 수로부인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 노래가 신라가요인 '해가'다. 공원에는 이 수로부인 전설을 토대로 한 다양한 조각과 그림 등이 조성돼 있다. 이와 함께 산책로, 데크로드,..

태백에서 삼척으로, 겨울에서 봄으로_20200413

행복에 대한 감사를 새삼 깨닫게 해 준 태백에 작별을 고할 때, 전날 잔뜩 웅크린 하늘은 어디론가 흩어지고 화사한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잠에서 깨어 커튼을 열어젖히자 어제 무겁고 표독한 설원과 다르게 포근한 설원이 펼쳐져 있다. 이틀 동안 편안한 휴식을 제공해준 태백과 숙소에 마지막 인사 꾸벅~ 출발하기 전, 매봉산에서 부터 태백산 방면까지 또렷한 선들이 모여 언제나처럼 세상을 노래하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그리 무겁던 하늘은 눈에 띄게 가벼워져 점차 청명한 하늘이 구름을 열어젖히고 투명한 민낯을 내민다. 전날 그토록 짙은 구름을 덮어 꽁꽁 숨어 얼굴을 감췄던 함백산은 하루 만에 완연히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잠깐 사이 구름은 어디론가 총총히 자리를 뜨고 그 뒤를 이어 하늘 본연의 빛깔에 물들기..

삼척 바다와 산을 품은 공원_20190314

바다는 뭍을 그리워 하고뭍은 바다를 그리워 하여한데 어우러져 만나 자연 내음 가득한 해안을 만들었다.신록이 싹 트는 해안에 서서 쨍한 햇살과 순도 높은 바람 소리를 듣노라면아득한 봄날의 그리움과 기다림 속의 설렘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울진에서 아점을 줍줍하고 7번 국도를 따라 도착한 임원항은 봄의 나른함이 빼곡히 젖어 들어 그냥 자리 깔고 앉아 그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 보더라도 마음 가득 봄이 들어찬 것만 같다.7번 국도의 쉼터에 들러 멀리 보이는 임원항과 그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공원이 이번 목적지라 마음과 달리 한 아름에 쉬지 않고 달려 갔다.근데 멀리서도 선명한 엘리베이터를 보면 역시나 한 위용 하신다. 홍매화라고 했던가?처음 공원이 조성 되던 시기에 차로 들렀던 길을 따라 도착하던 중 발목을 붙잡..

깊은 밤의 청승_20161015

태백에서 저녁을 해치우고 또다시 앞만 보며 달려 오기를, 통리역-동활계곡(지루할 만큼 겁나 길고 깊은 계곡)-삼척 호산을 거쳐 삼척과 울진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공원을 들렀다.(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2015년 가을에 삼척을 왔던 차, 잠시 들렀던 그 깔쌈하고 조용한 기억이 남아 어차피 지나는 길이겠거니 싶어 아예 일정으로 넣어 버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착해서 한참 있다 떠날 무렵에 만난 차 한 대와 그 차에 실려온 두 명의 사람이 유일한 객이었다.작고 단순한 공원치곤 그 구성이 매우 독특한 도화공원은 공원 자체가 특이하다기 보단 그 주위에 등고차가 심한 지형을 당당하게 뚫고 도드라지게 솟은 작은 봉우리 형세라 까마득한 아래의 풍경부터 여러 산 너머에 펼쳐진 동해 바다까지 볼 수 있어 여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