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태백에서 삼척으로, 겨울에서 봄으로_20200413

사려울 2021. 9. 15. 18:18

행복에 대한 감사를 새삼 깨닫게 해 준 태백에 작별을 고할 때, 전날 잔뜩 웅크린 하늘은 어디론가 흩어지고 화사한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잠에서 깨어 커튼을 열어젖히자 어제 무겁고 표독한 설원과 다르게 포근한 설원이 펼쳐져 있다.

이틀 동안 편안한 휴식을 제공해준 태백과 숙소에 마지막 인사 꾸벅~

출발하기 전, 매봉산에서 부터 태백산 방면까지 또렷한 선들이 모여 언제나처럼 세상을 노래하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그리 무겁던 하늘은 눈에 띄게 가벼워져 점차 청명한 하늘이 구름을 열어젖히고 투명한 민낯을 내민다.

전날 그토록 짙은 구름을 덮어 꽁꽁 숨어 얼굴을 감췄던 함백산은 하루 만에 완연히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잠깐 사이 구름은 어디론가 총총히 자리를 뜨고 그 뒤를 이어 하늘 본연의 빛깔에 물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면 함백산은 바로 인척 같다.

태백 통리를 지나 도계로 넘어가는 큰 고갯길에서 잠시 쉬는데 설원이 지배하고 있는 태백과 달리 고갯마루에서 삼척 방향은 다른 세상인 양 봄의 길목에 들어선 정취가 진하다.

화진포로 가는 길이 멀어 긴 한숨을 쉬듯 하얗게 변한 세상을 둘러보며, 첩첩이 쌓인 산 능선의 미려한 선을 정독한다.

산이 끝나는 곳이 앞으로 가야만 할 길의 끝인 만큼 잠시 머물던 절경을 기억에 아로새기며 홀가분히 여정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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