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18

부산 돼지국밥_20210119

해 질 녘에 출발하여 밤에 도착한 부산에서 이튿날 아점은 돼지국밥으로 챙겼다. 부산을 그리 자주 간 건 아니지만 희한하게 서울에서 먹는 돼지국밥과 맛이 틀리다. 부산은 국물이 걸쭉하고 수육이 푸짐한데 서울은 걸쭉하지 않고, 수육의 양과 종류가 빈약하다. 그래서 늘 부산에 가면 돼지국밥을 먹는데 주위에선 '부산까지 가서 돼지국밥을 먹는다고!!' 힐난하는 듯한 도끼눈을 뜨고 바라보는데 그건 내 선택이니까 대연동 쌍둥이, 장원과 범일동 밀양은 여전히 사람이 많다. 아!!! 돼지국밥을 먹고 나오는 길에 초췌한 어린 냥을 만났다. 일행이 냥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가까이 다가가자 약간 경계를 해도 '걸음아 날 살려라'하지 않는 걸 보면 무척 허기가 진 거 같은데 트렁크에 츄르와 밥을 가져올 테니 좀 기다려하는 사이..

부산에서 상행열차를 타고_20200428

부산 형님 초대로 부산 다녀오는 길에 그 많던 기회를 홀라당 날려 버리고, 고작 부산역에서 뒤늦게 몇 장 찍은 사진만 건졌다. 백팩에서 빛을 바라며 기분이 들떠 있었던 카메라가 얼마나 실망했을까? 전날 도착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22시 이후부터 모든 식당과 술집이 문을 닫아 편의점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고, 맥주 몇 캔을 사서 숙소에서 술자리를 벌렸는데 왠지 기분이 묘했다. 다음날 그 형님과 점심 식사를 하고 투썸플레이스에서 커피를 마신 뒤 바로 헤어져 부산역으로 곧장 와버린 것도 거의 찰나 같았다. 플랫폼으로 내려가기 전, 부산역 부근을 둘러봤다. SRT를 타기 전,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하루 시간이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갈 줄이야. 좌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 멍하니, 그저 떠나며 빠르게 후퇴하..

창원과 부산 여정, 남은 건 사진 하나_20190313

전날 창원으로 가게 된 건 작년 학습에 자료를 제공해 준 분께 감사의 표현이자 받은 자료를 고스란히 전달해 주기 위함이었다.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선뜻 자료를 전달해 주시면서 많은 분들이 그 자료를 통해 합격의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선행에 너무 감사했다.같이 공부하던 학우들 중에선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고, 필요에 의해 없는 건 제공 받을 지언정 가지고 있던 자료는 꽁꽁 숨겨 혼자, 아니면 가까이 친분을 둔 학우들과 공유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상대 평가도 아닌데 많이 합격하면 심사가 뒤틀린다는 심보려나?그렇게 순수한 선행이 고마워 택배로 자료를 보내기엔 감사의 표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거 같아 직접 찾아 뵙겠다고 미리 밝히고 내려가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보은을 지나 속리산 부근으로 지..

부산으로의 출발_20150612

작년 가을, 한창 나이에 생을 떠난 친구의 흔적을 찾을 겸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서울역에서 부산으로 떠났다. 내가 근래 몇 년 동안, 일 년에 두 번 정도 유일하게 부산을 내려갔던 이유였었는데 그 친구가 떠나곤 한 번도 부산을 가지 않았었다.허나 그 추억들도 이제 묻어 둬야 되기에 여름이 오기 전, 그 흔적들을 마지막으로 찾아 보고 싶었다. 용산역을 지날 무렵, 내 생각을 알아 주는 하늘이 고맙다.무언가를 보여 주기 보단 그저 덤덤하지만 깨끗한 하늘.그 소식을 들었을때 난 누구에게도 위로 받고 싶지 않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흐느끼는게 가장 위로가 되었다. 비교적 먼 곳까지 덤덤하게 틀어 놓은 음악은 때마침 뉴에이지의 잔잔한 파도가 찰랑이며 밀려 온다. 내가 이 부산역 광장에서 얼만큼 설레었고 얼마나 뿌듯..

부산에서의 짧은 시간

2주전에 있었던 일상들을 담기엔 내가 게으름과 그간 친하게 지냈던 건 인정~딱히 부산 다녀온 이후로 일상에 변화도 없었거니와 명절이 빨라 정신 없이 근무를 했으니 그나마 기특하지 않은가?그래도 어쩌다 맞이하는 이런 꿀맛 같은 시간은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에 가 봐도 없으니--;;;이런 맛에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야 되는 것이겠제, 시방..서울에 살다 부산으로 내려가서 공직 생활을 하는 친구를 만나러 거의 내려갈 일이 없는 부산으로, 그마저도 난 부산을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첫번째 이유는 멀어서두번째 이유는 부산 싸돌아 다녀 보니 갑갑해.근데 이 친구 만난다고 2년 여 동안 4번 정도 내려가 봤더니 시간이 멈춰선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부산이 점점 익숙해 지려 하더라. 도착하자 마자 서면 롯데호텔로 가서 무..

20140501_부산으로

이번 여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그간 찍어 놓은 사진을 보니... 별로 없다. 첫 날인 5월 1일은 부산에 가자 마자 쐬주 한 사발에 맥주.다음 날, 5월 2일은 대구로 가서 막창에 쐬주.그 다음날인 5월 3일은 금호강변 자전거 타다가 다리에 계속 지진이 나서 끙끙대다가...4일은 물론 집으로 돌아와야 되니까.허탈하다.그래도 여행이니 정리는 해놔야겠지비~ 부산행 KTX를 타고 용산을 지날 무렵.서울역에서 부터 시작된 연휴의 실감이란 말로 어떤 표현을 써도 제대로 표현되지 않을 만큼 가볍고 상쾌하고 화사하다.5월1일부터 6일간의 연휴니 아마도 이 사진 또한 가장 기억에 남을 듯 하다. 달리는 기차를 타고 한강을 지날 무렵에 한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하는 수 없이 한강대교 밑을 바라 보고 찍었다.구도니 ..

부산역

부산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51분.부산을 거의 오지 않는 1인으로서 멀긴 멀~다.KTX를 타고 한참을 달려 역시 빠르긴 빠르다고 해도 부산은 멀긴 멀다.'멀다'라는 단어로 가득 채워도 모자랄 만큼... 오는 동안 온 몸을 배배 꼴 거 같았는데 여행이라는 설렘은 평소에도 없던 인내를 어디에서 끌어내 주는지 신기하다.그렇다고 오는 시종일관 잠을 잔 것도 아닌데 별 지루함도 없었다.출입구 바로 앞 정방향 창쪽 좌석에 앉았는데 희안하게도 옆자리에 앉은 사람도 없었다.그렇게 북적대는데도 사람이 없었다는게 불가사의다.덕분에 난 온 몸을 쫙 펴고 편하게 올 수 있었단 것.도착하자마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1층 커피빈에 들렀다.2층에도 커피빈이 있더라마는 거긴 인파 속에 간이 카페 같은 느낌이라 행여 1층으로 내..

시속 255km로 질주 중.

아주 오랫만에 가는 곳. 부산행 KTX에 몸을 싣고 가던 중 모니터를 보니 255를 넘었다. 터널로 빨려 들어갈 때면 귀는 멍해 지고 하늘에 잔뜩 매달려 있는 구름떼는 느리게 뒤로 흘러 간다. 가급적이면 순방향 좌석에 앉아 가지만 아주 가끔 표를 구할 수 없을 땐 역방향 좌석에 하는 수 없이 앉게 되는데바깥 풍경을 구경 할 땐 역방향이 좋더라. 사방이 트인 벌판에서 방음판이 없는 철길 위를 지날때면 마치 저공비행 중인 여객기 같단 생각이 든다. 비교적 높은 고가에 설계된 철길 위를 날렵하게 지나가기 때문인가 보다. 잠시 후, 부산에 도착하게 되고 그러면 한 가지 큰 걱정거리... 넘 더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