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14

바다를 향한 꿈, 흰여울 문화마을_20220816

바다를 향한 꿈, 오랜 세월 삶의 무게와 맞물려 장독에 묵힌 구수한 장맛처럼 진면목을 드러내고 비상하는 바닷새가 되어 수평선을 출렁이는 아리랑이 된다. 지칠 줄 모르는 바다 바람이 세 평 쉴 틈 없이 몰아넣어도 태초에 솟은 산에 업혀 엄마 품에서 처럼 곤히 졸고 있는 아가처럼 이따금 근원 모를 함박웃음에 기나긴 설움 터널은 지워지고 어느새 갈망의 견고한 돌탑이 머나먼 걸음 마다한 나그네를 동심의 울타리로 안도시켜 준다. 지인과 만나 영도로 넘어갔고, 비가 내릴 듯 말 듯 애매한 날씨긴 해도 그리 덥지 않은 날이라 도보 여행을 곁들이기로 했다. 우선 태종대 초입까지 또 다른 지인이 데려다준 덕에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 버스로 중리방파제에 도착했다. 정박 중인 선박들이 수평선에 사이좋게 걸쳐져 있었다. 걸..

저녁 같은 부산 광안의 아침_20220816

이튿날 기상해서 창밖을 내다보자 해변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이내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굵은 소나기가 한창 진행 중이라 사람들은 잰걸음으로 사라지거나 실외로 나오지 않았는데 바다 또한 조금은 살벌한 파도가 일렁였다. 대기는 청명한 편인데 하늘에 두터운 구름이 끼어 오전 시간대인데도 불구하고 초저녁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래도 광안리 해변은 나름 멋이 있었다. 약속 시간이 가까워져 서둘러 내려왔는데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다행히 카카오택시는 금방 도착하여 다음 목적지로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또 다시 부산행_20220815

서 있는 자리에서 한길의 끝을 보노라면 동경의 안개가 자욱했지만, 그 끝을 밟노라면 어렴풋한 안개가 걷히며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유희로 매캐했다. 빌딩숲과 바다가 만나 문명의 화려한 유혹이 넘실대며 바다가 춤사위를 들썩이는 그 자리에 각별한 시간이 일제히 불 밝혀 어우러지는 자리, 부산은 함께 협주하는 음악이 멈추지 않았다. 1년에 한 번 정도 가는 부산인데 이번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부산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싣고 질주하던 중 대전을 지날 무렵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고, 뒤늦게 대전이란 걸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보다 구름의 무게감이 부쩍 늘었다. 계속 자야지. 어느새 부산에 도착했다. 광안리 해변에 도착할 무렵엔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는..

까마득한 바다 앞 해운대, 그리고 떠나기 전 부산 밀면_20220723

빌딩숲 너머 바다라... 바다가 무한한 행복의 표상이라면 그걸 앞에 두고 숨죽인 사념을 달래는 건 작은 행복이라 할만했다. 비록 어디론가 흩어진 커피 향이 아쉬울지라도 내리는 비에 스민 희곡에 낭만이 서리면 그만 아닌가. 짧은 시간은 마치 단잠의 곡조를 추종하듯 그렇게 여운만 남기고 떠났다. 이튿날 열심히 폭주했음에도 숙취는 그리 무겁지 않았던지 서슴없이 해운대로 달렸다. 19년에 왔던 이른 봄바다와 사뭇 다른 여름 정취였다. 우측 광안대교와 좌측엔 이기대와 오륙도. 오륙도 방향으로 수평선에 걸친 걸친 요트가 이 순간만큼은 시인이 되었다. 어느새 부산의 명물이 된 광안대교와 그 너머엔 아파트숲이 빼곡했다. 카페테라스에 겨우 자리 하나가 생겨 후다닥 찜한 뒤 아이스 한 잔 때렸다. 방파제 위로 이따금 새들..

부산에 도착_20220722

요즘 다른 가족들이 각개전투처럼 뿔뿔이 부산행 열차를 탔다. 나 또한 퇴근과 동시에 스텔스모드를 켜고 서울역에서 부산행 열차에 올라 잠시 정신의 스위치를 끈 사이 어느새 부산 도착. 돼지국밥, 회, 밀면과 더불어 부산을 실감했다. 밀면 곱빼기가 6천원! 회사 부근에 모인 평양식과 함흥식 랭면이 1만3천원인 걸 감안한다면 눈물이 멈추지 않는 감동이었다. 게다가 만두 5천원까지 곁들인다면 설사 배가 터지더라도 얼굴엔 미소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부산에 도착하여 광장에서 바로 한 컷 담았다. 여름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 18시반 조금 넘었음에도 여전히 대낮 같았다. 특히나 청명한 대기는 선물이나 마찬가지. 지인을 만나 범일동 돼지국밥집에서 저녁을 해결했는데 소면 무한 리필이면서 가격은 8천원. 근래 폭등한 ..

장마철 다대포_20210708

근래 부산의 명소로 거듭난 다대포는 일몰의 유명세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단다. 잠시 부산 들른 김에 다대포와 광안대교와 함께 이어진 남항대교, 부산항대교를 질주하며, 지극히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정취를 감상했다. 매끈한 도심이나 오래된 벽화 마을은 어디서든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거대한 항구를 발아래 두고 마치 공중부양 한 듯 서서히 그 위용을 영화처럼 감상한 건 지극히 ‘부산’다운 모습을 체험한 것과 진배없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 모습을 생생히 기록해 두기로~ 이틀 전 엄청난 폭우로 인해 낙동강 수량이 급격히 늘어 제방과 불과 얼마 차이 나지 않는 수심이었다. 다대포가 낙동강 하구라 낙동강변길로 질주를 하는데 부산 지리에 문외한이라 신세 진 입장에서 세세하게 둘러볼 수 없었다. 다대포 도착..

부산 돼지국밥_20210119

해 질 녘에 출발하여 밤에 도착한 부산에서 이튿날 아점은 돼지국밥으로 챙겼다. 부산을 그리 자주 간 건 아니지만 희한하게 서울에서 먹는 돼지국밥과 맛이 틀리다. 부산은 국물이 걸쭉하고 수육이 푸짐한데 서울은 걸쭉하지 않고, 수육의 양과 종류가 빈약하다. 그래서 늘 부산에 가면 돼지국밥을 먹는데 주위에선 '부산까지 가서 돼지국밥을 먹는다고!!' 힐난하는 듯한 도끼눈을 뜨고 바라보는데 그건 내 선택이니까 대연동 쌍둥이, 장원과 범일동 밀양은 여전히 사람이 많다. 아!!! 돼지국밥을 먹고 나오는 길에 초췌한 어린 냥을 만났다. 일행이 냥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가까이 다가가자 약간 경계를 해도 '걸음아 날 살려라'하지 않는 걸 보면 무척 허기가 진 거 같은데 트렁크에 츄르와 밥을 가져올 테니 좀 기다려하는 사이..

부산에서 상행열차를 타고_20200428

부산 형님 초대로 부산 다녀오는 길에 그 많던 기회를 홀라당 날려 버리고, 고작 부산역에서 뒤늦게 몇 장 찍은 사진만 건졌다. 백팩에서 빛을 바라며 기분이 들떠 있었던 카메라가 얼마나 실망했을까? 전날 도착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22시 이후부터 모든 식당과 술집이 문을 닫아 편의점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고, 맥주 몇 캔을 사서 숙소에서 술자리를 벌렸는데 왠지 기분이 묘했다. 다음날 그 형님과 점심 식사를 하고 투썸플레이스에서 커피를 마신 뒤 바로 헤어져 부산역으로 곧장 와버린 것도 거의 찰나 같았다. 플랫폼으로 내려가기 전, 부산역 부근을 둘러봤다. SRT를 타기 전,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하루 시간이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갈 줄이야. 좌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 멍하니, 그저 떠나며 빠르게 후퇴하..

창원과 부산 여정, 남은 건 사진 하나_20190313

전날 창원으로 가게 된 건 작년 학습에 자료를 제공해 준 분께 감사의 표현이자 받은 자료를 고스란히 전달해 주기 위함이었다.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선뜻 자료를 전달해 주시면서 많은 분들이 그 자료를 통해 합격의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선행에 너무 감사했다.같이 공부하던 학우들 중에선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고, 필요에 의해 없는 건 제공 받을 지언정 가지고 있던 자료는 꽁꽁 숨겨 혼자, 아니면 가까이 친분을 둔 학우들과 공유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상대 평가도 아닌데 많이 합격하면 심사가 뒤틀린다는 심보려나?그렇게 순수한 선행이 고마워 택배로 자료를 보내기엔 감사의 표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거 같아 직접 찾아 뵙겠다고 미리 밝히고 내려가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보은을 지나 속리산 부근으로 지..

부산으로의 출발_20150612

작년 가을, 한창 나이에 생을 떠난 친구의 흔적을 찾을 겸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서울역에서 부산으로 떠났다. 내가 근래 몇 년 동안, 일 년에 두 번 정도 유일하게 부산을 내려갔던 이유였었는데 그 친구가 떠나곤 한 번도 부산을 가지 않았었다.허나 그 추억들도 이제 묻어 둬야 되기에 여름이 오기 전, 그 흔적들을 마지막으로 찾아 보고 싶었다. 용산역을 지날 무렵, 내 생각을 알아 주는 하늘이 고맙다.무언가를 보여 주기 보단 그저 덤덤하지만 깨끗한 하늘.그 소식을 들었을때 난 누구에게도 위로 받고 싶지 않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흐느끼는게 가장 위로가 되었다. 비교적 먼 곳까지 덤덤하게 틀어 놓은 음악은 때마침 뉴에이지의 잔잔한 파도가 찰랑이며 밀려 온다. 내가 이 부산역 광장에서 얼만큼 설레었고 얼마나 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