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18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선 부산 금련산과 황령산_20240610

도심을 가르는 황령산과 금련산은 부산의 터줏대감이자 도심 야경의 진수를 확인시켜 주는 거대 탑이기도 하다.전날 소주 몇 잔으로 아쉽게 야경은 물 건너가 버렸고, 부산을 떠나기 전 들러 나란히 하는 금련산에 이어 황령산에 차로 이동하여 연무 서린 도심을 둘러봤는데 가장 먼저 금련산에서 가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해운대에 서린 뿌연 안개가 하나의 그림을 남겼기 때문이었다.금련산은 부산 연제구, 수영구, 남구에 걸쳐 있는 해발 413.6m로 바로 옆 황령산보다는 약간 낮다. 부산시민들이 황령산이라고 말하면 실제 황령산뿐만 아니라 옆의 금련산까지 포함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두 산의 봉우리는 거리도 멀지 않고 도로로 금방 연결된다. 산자락에 금련산청소년수련원과 폐업한 지 오래인 실내 스키장 스노우캐슬이 있..

부산의 모던한 무인 카페, 스페이스 예_20240609

부산에 도착하여 성대한 저녁 차림으로 원하는 메뉴를 묻자 말 떨어지기 무섭게 돼지국밥이란 말에 덩달아 일행으로 오신 분도 원치 않게 소소한 저녁으로 해결해야만 했다.범일동 일대는 묘하게 두 시대가 공존했는데 활발한 재개발과 더불어 골목길엔 미로 같은 지난 시대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경계엔 화사한 꽃들이 이질적인 풍경이 어울릴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했다.거리 조경을 관리하시는 공공기관에서 좀 전에 손질을 하셨는지 싱그러운 물방울이 남아 해가 지기 시작하는 도시의 불빛을 굴절시켰다.부산에서 돼지국밥 집을 찾는 건 김서방 찾는 격인데 그중에서 신갈에 있는 밀양돼지국밥-예전에 몇 번 갔던 기억이 있어-을 찾았고, 내부 리뉴얼이 되어 말끔해졌다.식사 대접 받았으니까 커피는 내가 대접해야 되겠는데 ..

익산에서 부산 가는 길_20240609

익산을 떠나 부산으로 가는 길.-공교롭게도 도시 이름이 '산'으로 끝나는 이 기막힌 숙명이란..-더위는 말 그대로 무더위에 햇살은 오븐 수준이었지만 그나마 대기가 청명해서 역시 서울/수도권보다 나았다.고속도로 인근 명소들을 훑어보며 질주하는 기분은 말 그대로 신선놀음 따로 없었고, 때마침 특이한 장면들도 덩달아 선명히 포착되었다.김제에 녀석을 데려다주고 곧장 부산으로 출발, 고속도로 같은 21번 국도를 타고 완주IC에 올리기 전에 마침 용진읍 행정복지센터가 눈에 띄어 장실에서 가볍게 비운 뒤 새만금포항고속도로에 올랐다.폰을 거치하지 않아 소양면에서 진안까지 멋진 산세를 담지 못하고 감상에 젖어 버렸는데 때마침 방점을 찍는 마이산이라도 건져 그나마 다행이었다.소양면을 지나 진안까지 산세는 높거나 거대한 건..

선 굵은 주말과 휴일 사이, 부산 기장 장례식장 조문_20240323

여주에서 일행과 작별한 뒤 곧장 기장 장례식장까지 달려 자정 무렵에 도착, 병원 주차장인 줄 알고 차를 세운 주차장은 사실 병원과 무관한 유료주차장이었고, 처음엔 그것도 모른 채 차에서 내리자마자 화사하게 핀 목련을 보며 상쾌한 밤바람에 잠시 심호흡하며 뻐근한 몸을 풀었다.장례식장으로 가자 거기에 따로 주차장이 있단 걸 알곤 잠깐 주차했던 주차비를 결제하고 제대로 주차를 한 뒤 장례식장으로 들어가자 출입구가 조금 복잡해서 헤매기도 했다.때마침 장례식장 1층 일부가 작업과 관련된 분들을 위한 주차장이었는데 바삐 작업 중이신 분들께 여쭤 겨우 찾긴 했었다.중부지방엔 아직 목련 만개 소식이 없었는데 여긴 벌써 이렇게 화사하게 만개한 걸 보면 역시 남부지방의 기온이 포근했었나 보다.이상고온처럼 덥던 낮과 달리 ..

바다를 향한 꿈, 흰여울 문화마을_20220816

바다를 향한 꿈, 오랜 세월 삶의 무게와 맞물려 장독에 묵힌 구수한 장맛처럼 진면목을 드러내고 비상하는 바닷새가 되어 수평선을 출렁이는 아리랑이 된다. 지칠 줄 모르는 바다 바람이 세 평 쉴 틈 없이 몰아넣어도 태초에 솟은 산에 업혀 엄마 품에서 처럼 곤히 졸고 있는 아가처럼 이따금 근원 모를 함박웃음에 기나긴 설움 터널은 지워지고 어느새 갈망의 견고한 돌탑이 머나먼 걸음 마다한 나그네를 동심의 울타리로 안도시켜 준다. 지인과 만나 영도로 넘어갔고, 비가 내릴 듯 말 듯 애매한 날씨긴 해도 그리 덥지 않은 날이라 도보 여행을 곁들이기로 했다. 우선 태종대 초입까지 또 다른 지인이 데려다준 덕에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 버스로 중리방파제에 도착했다. 정박 중인 선박들이 수평선에 사이좋게 걸쳐져 있었다. 걸..

저녁 같은 부산 광안의 아침_20220816

이튿날 기상해서 창밖을 내다보자 해변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이내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굵은 소나기가 한창 진행 중이라 사람들은 잰걸음으로 사라지거나 실외로 나오지 않았는데 바다 또한 조금은 살벌한 파도가 일렁였다. 대기는 청명한 편인데 하늘에 두터운 구름이 끼어 오전 시간대인데도 불구하고 초저녁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래도 광안리 해변은 나름 멋이 있었다. 약속 시간이 가까워져 서둘러 내려왔는데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다행히 카카오택시는 금방 도착하여 다음 목적지로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또 다시 부산행_20220815

서 있는 자리에서 한길의 끝을 보노라면 동경의 안개가 자욱했지만, 그 끝을 밟노라면 어렴풋한 안개가 걷히며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유희로 매캐했다. 빌딩숲과 바다가 만나 문명의 화려한 유혹이 넘실대며 바다가 춤사위를 들썩이는 그 자리에 각별한 시간이 일제히 불 밝혀 어우러지는 자리, 부산은 함께 협주하는 음악이 멈추지 않았다. 1년에 한 번 정도 가는 부산인데 이번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부산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싣고 질주하던 중 대전을 지날 무렵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고, 뒤늦게 대전이란 걸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보다 구름의 무게감이 부쩍 늘었다. 계속 자야지. 어느새 부산에 도착했다. 광안리 해변에 도착할 무렵엔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는..

까마득한 바다 앞 해운대, 그리고 떠나기 전 부산 밀면_20220723

빌딩숲 너머 바다라... 바다가 무한한 행복의 표상이라면 그걸 앞에 두고 숨죽인 사념을 달래는 건 작은 행복이라 할만했다. 비록 어디론가 흩어진 커피 향이 아쉬울지라도 내리는 비에 스민 희곡에 낭만이 서리면 그만 아닌가. 짧은 시간은 마치 단잠의 곡조를 추종하듯 그렇게 여운만 남기고 떠났다. 이튿날 열심히 폭주했음에도 숙취는 그리 무겁지 않았던지 서슴없이 해운대로 달렸다. 19년에 왔던 이른 봄바다와 사뭇 다른 여름 정취였다. 우측 광안대교와 좌측엔 이기대와 오륙도. 오륙도 방향으로 수평선에 걸친 걸친 요트가 이 순간만큼은 시인이 되었다. 어느새 부산의 명물이 된 광안대교와 그 너머엔 아파트숲이 빼곡했다. 카페테라스에 겨우 자리 하나가 생겨 후다닥 찜한 뒤 아이스 한 잔 때렸다. 방파제 위로 이따금 새들..

부산에 도착_20220722

요즘 다른 가족들이 각개전투처럼 뿔뿔이 부산행 열차를 탔다. 나 또한 퇴근과 동시에 스텔스모드를 켜고 서울역에서 부산행 열차에 올라 잠시 정신의 스위치를 끈 사이 어느새 부산 도착. 돼지국밥, 회, 밀면과 더불어 부산을 실감했다. 밀면 곱빼기가 6천원! 회사 부근에 모인 평양식과 함흥식 랭면이 1만3천원인 걸 감안한다면 눈물이 멈추지 않는 감동이었다. 게다가 만두 5천원까지 곁들인다면 설사 배가 터지더라도 얼굴엔 미소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부산에 도착하여 광장에서 바로 한 컷 담았다. 여름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 18시반 조금 넘었음에도 여전히 대낮 같았다. 특히나 청명한 대기는 선물이나 마찬가지. 지인을 만나 범일동 돼지국밥집에서 저녁을 해결했는데 소면 무한 리필이면서 가격은 8천원. 근래 폭등한 ..

장마철 다대포_20210708

근래 부산의 명소로 거듭난 다대포는 일몰의 유명세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단다. 잠시 부산 들른 김에 다대포와 광안대교와 함께 이어진 남항대교, 부산항대교를 질주하며, 지극히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정취를 감상했다. 매끈한 도심이나 오래된 벽화 마을은 어디서든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거대한 항구를 발아래 두고 마치 공중부양 한 듯 서서히 그 위용을 영화처럼 감상한 건 지극히 ‘부산’다운 모습을 체험한 것과 진배없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 모습을 생생히 기록해 두기로~ 이틀 전 엄청난 폭우로 인해 낙동강 수량이 급격히 늘어 제방과 불과 얼마 차이 나지 않는 수심이었다. 다대포가 낙동강 하구라 낙동강변길로 질주를 하는데 부산 지리에 문외한이라 신세 진 입장에서 세세하게 둘러볼 수 없었다. 다대포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