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4월 1일, 필동 벚꽃길

사려울 2014. 4. 8. 20:26

만우절에 온갖 잡스러운 거짓말이 난무하는 가운데 자연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자~나

근데 올 봄 벚꽃 개화는 쪼매 빨리 찾아와서리 깐딱 놀랬자~나.

점심 시간 막간을 이용해 엑백스 둘러 매고 혼자서 필동 벚꽃길을 찾아가 이른 벚꽃들을 낱낱이 찍어 봤스~

물론 엑백스를 믿기에 보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귀찮아서가 아님.



충무로 대한극장 뒷편 필동길로 느리게 걸으며 봄의 전령사와도 같은 벚꽃을 찍었다.

이 벚꽃이란 게 수줍음이 많은 꽃이라 일찍 핀 만큼 일찍 져 버리니 괜히 떨어져 버린 꽃잎을 보고 아쉬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찍는다마는 그게 마음 뿐이지 막상 지나고 나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더라.

그렇담 아쉬움을 달랜단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니겠나?





이렇게 벚꽃이 만개한 가로수가 쭉 펼쳐진 거리를 한눈에 보고 있자면 눈부시단 어느 작가의 표현은 절실하게 공감이 간다.



필동로는 수 많은 인쇄소가 즐비한 곳인 만큼 도로 곳곳에 무거운 용지의 가득 실은 오토바이 개조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항상 그네들은 바삐 움직이면서도 짐을 잔뜩 실어 아슬아슬하고 위태하게 다니는데 어쩌다 차가 그 앞길을 막고 잠시 용무를 보거나 하면 바로 입에서 십원짜리 모양이 쉴새 없이 튀어 나온다.

사람 살아가는 내음을 느낄 수 있다가도 그런 대책 없는 십원짜리 입모양과 표정을 보면 정 나미 똑! 떨어져~






워찌나 바람이 많은지 벚꽃잎 접사를 시도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더라.

하는 수 없이 따발총 연사로 돌려서 뎁따 찍긴 했지만 그 사진들 중 선별하는 것도 양이 늘어나 버리니 쉽지가 않다.

귀찮은대로 대충 포커싱이 제대로 된 것들만 모아모아서~





남산과 가까운 곳으로 꽤 많이 걸어 갔더니 개나리군과 벚꽃양이 사귀는 중.

하나는 개나리군한테 포커싱, 다른 하나는 벚꽃양한테 포커싱해서 나름 혼자만의 놀이에 심취해 봤다.

이 두 꽃을 한 자리에 보기는 쉽지 않았는데 이런 절호의 기회를 내가 놓칠 수 없자~나




만우절 날씨조차 거짓말처럼 이렇게 화창하고 하늘색이 선명해서 벚꽃 구경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절을 연출해 준다.

벚꽃의 만개로 매캐한 대기를 하늘의 진한 청량감이 없었다면 그 갈증은 실로 걷잡을 수 없었겠다.

아무리 꽃 피는 봄이라지만 궂은 날씨에서 보다 화창한 날씨에서 제대로 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벱!



남산 타워의 자태와 더불어 그 밑, 남산자락에도 벚꽃의 눈부심으로 전이되고 있는 중이라 이내 마음 오로지 설렐 뿐이고...



그 벚꽃의 행렬이 끝나는 곳.

허나 벚꽃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따라 그 꽃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다시 충무로 방면으로 내려가야 겠지?



여전히 숨막힐 듯 매캐하고 화사하다.

그 꽃들의 향연 너머로 하늘색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먼 곳에 멀쑥하게 쏫은 주상복합아파트가 충무로 되겠다.

그러니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리가 몽개질만큼 긴 거리도 아니라 부담 없이 다녀 오기 좋은 그 곳, 바로 필동로 벚꽃길.



벚꽃만 만개한 게 아니라 그 꽃이 필 시기에 맞춰 연인들과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도 얼굴에 벚꽃만큼 화사한 미소의 꽃봉오리가 망울을 터트렸던, 따사로운 4월 봄날의 산책은 내 아쉬움이 자칫 과열될까 싶어 어루고 설레고 달래 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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