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남산 벚꽃 터널

사려울 2014. 4. 16. 16:41


동국대 방면에서 시작된 남산 벚꽃 구경은 점심 시간의 짧지만 기분 전환하기엔 충분했었다.

장충단 공원에 산채 비빔밥 한 사발 후딱 해치우고 바로 걸음을 재촉.



마치 지네 모양을 한 거시기가 뭐시기?

사진으로 보니 징글징글한데 연일 뿌옇던 대기가 그 날만큼은 그짓말처럼 청명하고 덩달아 햇볕도 월매나 따숩고 깨끗한지 사진 셔터를 누를 때마다 더할 나위 없이 맑은 사진이 나오더라.



일행들이 사진을 찍을 때 도촬하며 갔었는데 그 때 찍은 사진 중 가장 맘에 든다, 인물 빼고!

봄날 실내에 있다 보면 약간 더워 갑갑함이 올 때 봄바람을 맞는 상쾌함이 연상되는 사진이다.

개나리의 노란색만 부각시켰건만 청명한 햇살 덕택에 개나리조차 정화된 노랑이 같다.



요로코롬 벚꽃이 만발하야 산책하는 기분도 덩달아 홍콩간 기분이다.

그러나 이건 시작일 뿐!



남산에 이런 나무 터널이 펼쳐져 있었다니!

산책하기에 적당한 날씨와 습도, 모처럼 청명한 대기, 녹색이 그립던 차에 뻗어 나오기 시작하는 신록, 거기에 바람도 신이 난 아이처럼 장난치듯 이리저리 불면서 산책이 끝날 때까지 지치는 기색 없이 따라 온다.



나무 터널이 듬성해 질 무렵 서울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에 땀을 잠시 식힐 수 있는 벤치가 떡!하니 버티고 앉아서 `오빠야~ 쪼매 쉬고 가이소'하며 손짓한다.



계속된 산책에도 나무 터널은 계속되는데 거기엔 벚꽃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나무들도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이렇게 나무 터널이 멋지다.

지루할까 싶어 같은 장면이 전혀 없고 연신 이채롭다.



나무 터널 너머로 파란 하늘에 매달린 남산 타워가 삐죽 고개를 들이 민다.



서울 시내를 향해~

명동, 충무로 방면과 그 너머 먼 곳에 북한산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는데 어찌나 날이 맑은지 손만 뻗으면 곧 닿을 것만 같다.



그 무렵 남산 타워도 그 자태를 생생히 보여 준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던 나무 터널도 다시 화사하게 옷을 갈아 입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 패션쇼를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우리처럼 그 쇼를 관람 중이시다.



개나리 너머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남산 타워.

요 사진은 쬐께 아쉬운게 개나리와 하늘과 남산 타워를 함께 담을 수 있는 포인트를 놓쳐 버렸다.



산책의 마지막은 필동로 벚꽃길에서 종지부를 찍었다.

예상치 못한 때 이른 벚꽃의 만개로 나 또한 계획된 산책은 아니었지만 막상 이 자리를 밟는 순간부터 나무 곳곳에 열린 행복과 희열의 꽃잎 세례를 받기 시작했고 그 시간이 끝나 커피 한 잔을 음미할 때엔 그 때 봤던 모든 꽃을 한 컵에 담은 듯 발산되는 만족감은 벅차기까지 했다.

결론은 홍콩간 기분이 이런거시여~



요건 아이뽕으로 찍은 뽀나스 사진~

화사한 아릿다움은 어떤 도구로 담아도 그게 변색되지 않고 또한 그 기억은 그 시간만 기록된다면 언제든 재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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