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석산 153

가을 일상_20241019

거의 한 달에 한 번 마빡 잡초 뽑는 날.워낙 활동하기 좋은 가을이라 예약한 시각보다 훨씬 앞당겨 느긋하게 걸어 헤어샾에 도착했다.무심하게도 모처럼 떠난 여정 중엔 연일 청명하던 날이 미세먼지로 안타깝게 하더니 다녀온 뒤로 연일 청명했다.멀리 칠보산, 건달산도 선명하게 보이던 날이라 3km 넘는 거리를 걸어 단골 헤어샾으로 출발.화성 전체가 완연한 가을이 내려앉자 온통 축제 분위기로 뒤덮였다.동탄에서 웬만한 아파트 단지나 밀집 지역의 공원엔 축제와 장터가 열려 사람이 북적거리며 활기가 넘쳤는데 2동탄으로 넘어오자 그 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되어 여울공원을 걷던 중에도 멀리 축제 소리가 요란했다.부쩍 짧아진 낮이 아까워 얼른 머리 잡초를 뽑고 밖을 나와 돌아가는 길에 요란한 축제의 장터로 스며들자.여울공원은..

동탄에서의 가을 밤 산책_20241008

그야말로 생활하기에 최적의 날씨였다.낮엔 활동하기에 있어 조금 덥긴 했지만, 해가 지고 밤이 깊어갈수록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마음에 쏙 들어맞는 날씨와 기온이었다.조금 빠르게 걷는다면 기분 좋은 범위 안에서 체온이 올라가며 거북하지 않은 선에서 등판에 살포시 땀의 흔적이 느껴졌고, 가만히 있으면 전형적인 가을의 청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앉은 자리에서 사이다 한 잔을 들이킨 기분이었다.원래 그리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고 밤 마실 산책을 나섰지만 인덕원 일도 잘 마무리된 여운이 더해져 살짝 기분이 중력을 이긴 상태라 동탄여울공원을 거쳐 반석산을 우회하여 노작문학관을 지나 무장애길을 타고 복합문화센터까지 꽤 많은 걸음수를 채웠다.그래도 체력적인 버거움을 전혀 눈치 못 챈 건 역시나 가을의 힘..

가을 전주곡, 동탄 반석산_20241006

전날 내린 비와 아직 남은 구름이 묘한 가을 정취를 연출했고, 그로 인해 가을은 한층 익어 그립던 제 빛깔을 되찾아 세상을 활보했다.반석산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로 향하며 매년 가을마다 습관처럼 육교에 서서 길을 따라 번지는 가을에 중독되어 버렸다.이 나무의 이름도 모른 채 십여 년 이상 가을마다 나무 사잇길로 지나다녔다.대왕참나무?이 나무들도 가을이 깊어질 때면 붉게 물들며 지나는 사람들을 반기겠지?반석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초입에 묘한 기시감이 들어 고개를 돌리자 냥이 녀석이 쳐다보고 있었다.집사라고 꽁꽁 숨어 있는 녀석을 단번에 알아보다니.한동안 쳐다보던 녀석이 내가 아는 척을 하자 두 발짝 멀어졌다.녀석에게 있어 내가 공포의 대상이라 얼른 자리를 벗어나 언제나처럼 일렬로 늘어선 사람들과 보폭을 ..

냥이_20241005

녀석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기나긴 여행을 다녀온 마냥 하루 죙일 퍼질러 잤다.집사의 괜한 욕심으로 녀석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바엔 차라리 원래처럼 외출할 땐 집에 두고 CCTV를 활용해야 스것다.낮에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쏟아지자 녀석은 볕이 좋은 곳에서 연신 잠을 잤다.전날까지 극도로 동공 지진을 보였기 땜시롱 많이 피곤했겠지?오후가 되어서야 녀석은 일상으로 돌아왔는지 사람한테 안겨서 졸다가 대화도 엿듣다 하며 원래의 똥꼬발랄한 모습을 보였다.녀석은 내려올 생각이 없었던지 자는 척만 했고 잠에 빠져든 건 아니었다.손을 갖다대자 슴가를 스담해 달라고 팔을 벌려 슴가를 보여줬다.손을 떼자 '왜 스담 더 안하냥?'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뇬석아, 자는 척 하지 말고 내려와!오후 해가 많이 기울 무렵 반석..

일상_20240922

한 주가 지나지 않았는데 한가위 연휴에 그리도 사람을 괴롭히던 폭염은 순식간에 물러나고 그토록 바라던 전형적인 가을이 다가왔다.전날 이케아에 갔다 기운이 쏙 뽑혀 늦잠을 자고 일어나 뒤늦게 산책을 나서 맨발 걷기의 메카가 된 반석산으로 향했고, 겁나 쾌적한 날씨 속에서 만 보를 훌쩍 넘겨도 피로감을 느낄 수 없었던 천국에 있었다.폭염이 불과 며칠 전이라 갑자기 북녘에서 밀려온 서늘한 바람이 밤에는 상대적으로 춥게 느껴졌건만 활동을 시작하자 최적의 기온으로 맞춰졌고, 게다가 적당한 구름이 햇살을 가려 외출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가을하늘은 언제 봐도 감동이란 단어를 능가할 그 어떤 표현도 생각나지 않았다.그만큼 눈을 뜨고 활동하는 자체로 행복의 달달함이 느껴질 정도였다.반석산에 오르자 금요일 밤부터 전날 ..

일상_20240908

6월 중순 학교 강의에 노르딕 워킹 강사를 초빙한 적 있었고, 노르딕 워킹을 떠나 지엽적인 걸음이 아닌 본질적인 걸음을 하루 동안 강의한 적 있었다.거기서 맨발의 효능에 대해 의학적인 관점보단 인간의 본질적인 관점에서 해석했던 걷기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풀었었는데 하루 강의가 무척 인상 깊었던 바, 그 이후 반석산 맨발 걷기 코스에 주말마다 찾아 잠시라도 걸었다.물론 파상풍 감염이 그리 쉽게 되지는 않지만 발을 디딜 때 나름 신경 써서 걸었고, 이제는 건강이라는 관점보단 기분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맨발 걷기는 꽤 경제적인 대척점이었다.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맨발 걷기를 즐기는 덕에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돗가가 생겼고, 거기서 발을 씻고 나서 벤치에 앉아 족발을 말릴 때면 늦더위 속에 문득 가을의 알싸한 청량감..

일상_20240901

주말엔 모처럼 학교 가는 날이라 하루 동안 피로에 찌들어 있다 늦잠을 잔 뒤 결혼식과 학교를 제끼곤 집안 일만 집중했다.사람들이 미어 터지기 전에 하나로마트로 가서 식료품 찔끔 사고, 뜨거운 대낮엔 집구석에 틀어 박혀 숨만 쉬다 시원해질 무렵 반석산으로 가서 뒤늦게 재미 들인 맨발 걷기를 즐겼다.올여름만큼 더위가 강력하고 지루한 여름이 있었던가!1994년엔 7월 1일부터 보름 동안 섭씨 39도를 계속 넘겼었고, 내 생애 마지막으로 땀띠란 걸 앓아 봤었지만 지금만큼 지루한 건 아니었다.또한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탓에 인내심도 줄었던 만큼 정량적인 판단보다 정성적인 잣대를 더 체감하게 된 바, 올여름은 그냥 길고 지루하고 강력했다.그래서 9월이면 가을 분위기가 나야 되는데 여전히 낮더위가 무시무시한 걸 보..

일상_20240823

저녁이 되어서도 찜통같은 더위는 여전해 잠시 걷는 사이 온통 땀에 절었다.가까운 거리를 잠시 걷겠다는 당초의 생각과 달리 이왕 온몸이 땀에 절은 김에 오산천 산책로까지 걸었고, 역시나 반석산에서 발원하는 작은 여울 일대는 서늘했다.습한 공기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나마 서늘해서 그런지 여기를 지날 때마다 걷는 속도를 늦춰 잠시 더위를 식혔다.동네 한바퀴를 돌고 아이스 한 잔 뽀개러 가는 길에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한 지점에서 멈칫 했고, 뭔가 싶어 거기로 쳐다 보자 요 녀석이 바로 범인(?)이었다.내가 냥이를 좋아해서 그런가 몰라도 얌전한 렉돌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네 집사가 내가 아닌 걸 넌 다행으로 여겨!만약 내가 집사였다면 널 맨날 가만 두지 않을테니까, 뇬석아!

일상_20240803

휴일에 즐기기 시작한 맨발 걷기는 반석산이 제격이었다.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발바닥 통증의 가장 큰 관건이 바로 마사토 알갱이인데 꽤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반석산 길은 이용객들이 틈틈이 싸리 빗자루로 쓸어 노면을 정리해 준 덕에 그나마 발바닥 통증이 적고, 바닥도 다른 길에 비해 폭신한 쿠션감이 느껴져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었다.복합문화센터 옆 맨발 걷기의 성지 같은 곳에서 출발하여 정상 부근을 한 바퀴 돌아올 요량으로 계속 걷는 사이 마사토가 많이 깔린 길에 잘못 접어들어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이렇게 걷는다는 게 발바닥과 이어진 근육 하나하나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단련되면서 적절한 자극도 느껴졌고, 야외공연장 위 발을 세척할 수 있는 황토 진흙 길에서 맨발 걷기를 마무리하기로 했다.얼마 전 ..

일상_20240728

그리 지루하던 장마가 소리소문 없이 물러났고, 그보다 더 지루한 찜통더위가 찾아와 기승을 부렸다.지난주부터 맨발로 걷기 운동에 동참하여 반석산 맨발 도보길을 따라 걸었는데 2번째 맨발 걷기 운동을 했음에도 익숙하지 않아서 발바닥이 아파 제대로 걷기 쉽지 않았는데 아무렇지 않게 걷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한 나머지 좀 더 익숙해지면 괜찮겠거니 여겨 반석산 정상 언저리까지 걸었음에도 전혀 익숙해질 기미가 없었다.야외공연장 잔디광장 위에 언제부턴가 황토 진흙길과 발바닥 세척장이 있어 거기를 맴돌다 세척장에서 발을 씻어 마무리한 뒤 야외공연장을 지나 집으로 돌아갔다.야외공연장 석불입상은 어느 누군가에겐 희망의 촉매제였던지 늘 음식이나 생수가 놓여져 있었고, 이날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뜨거운 한여름에 열기처럼 타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