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61

일상_20161115

떨어지는 낙엽을 애써 찍으려 해도 희한하게 카메라를 작동시키면 바람이 잠잠해 진다.불가사의여!몇 번을 찍었건만 바람이 잠잠해져 포기하려 하면 조롱하듯이 세찬 바람이 불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그래서 다시 급하게 카메라를 작동시키면 또 잠잠...두 손 두 발 다 들고 그마저 가장 만족할 만한 동영상에 위안 삼자, 신발~ 저녁 식후의 커피 한 사발이 하루의 긴장을 풀어 주는 건 알겠지만 이 날은 더더욱 니미럴 같은 앙금들을 토닥여 줬다.여의도까지 간 김에 순광형 뵙고 왔더라면...가을과 함께 옛 추억들도 되살아 난다.

일상_20161114

퇴근길에 쉰나게 떨어지는 빗방울이 아니나 다를까 조금 남아 있던 가을 정취를 워찌나 괴롭히는지! 담배 연기를 마시는 잠깐 동안 그 맛을 잊을 만한 이 동정심은 급기야 그리움에 대한 회상까지 촉수를 뻗쳐 지저분하던 폰 렌즈를 닦고 어느새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비가 그친 건 시간이 흘러 제법 마른 땅을 드러내지만 낙엽이 잡아 놓은 억울한 증거는 여전히 품고 있어 금새 범인은 발각 되었다. 추운 만추의 빗방울과 바람에 여전히 저항하는 남은 가을 잔해들은 종내엔 떨어지겠지만 그 빛깔은 여전한 기력을 행사하며 섣부른 아쉬움으로 단정 지으려던 이내 마음을 도리어 위로해 준다. 찰진 재미를 안겨 주는 이 녀석들이 참 좋아 퇴근길이 설렌다.

일상_20161112

미친 듯이 가을을 털어 내는 찬겨울의 강바람. 가을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서 일까?바람이 부는 대로 가냘픈 몸을 흔들어 대지만 절대 꺾이지 않는다.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런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면서도 기동력이 어느 정도 따라 주는 고로 한 자리에서의 식상함에 젖을 겨를이 없다. 사정 없이 흔들어 대는 바람에 흔들리기만 할 뿐, 꺾이거나 뽑히지 않고 조롱하듯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너희들의 부드러움을 난 얼마나 경탄했던가! 부는 바람과 남은 가을 정경에 아이들이 신나서 사진 찍어달라고 보챈다.너른 고수 부지의 잔디밭에 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가 보기 좋구먼. 갈대 너머에서 강렬하게 웃어대는 햇살 가을이 만들어 놓은 나무 터널이 작별을 예고하는 추풍낙엽.이 터널이 보기 좋아 자전거를 타..

일상_20161106

바야흐로 만추를 지나 겨울을 맞이해야 될 시기.일상이 바쁜들, 휴식도 있기 마련이고 그 빠듯할 것만 같던 일상도 기실 시간의 이기심은 내 착각이나 마찬가지다. 추위와 더불어 자전거 라이딩도 위축되긴 했지만 여전히 오산을 갔다 올 만큼 내 엔진은 아직 건재하니까 두 세 바퀴 돌 겨를에 한 번 갔다 오는 정도로 급격히 짧아졌음에도 그만큼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더 챙긴다.그래서 짧아진건가?오산천 고수 부지는 가을이 지나 심심찮게 갈대밭의 일렁임을 목격할 수 있다.이 곧게 뻗은 공원길에 사람 구경하기가 더 힘들만큼 여유를 허벌나게 때릴 수 있다지? 자욱한 키다리 갈대숲 너머 맑음터공원 전망대가 '내 키가 더 크거든!' 외치듯 꼬나보고 있는데 늘 보던 인공구조물은 이미 식상해 있던 터에 가을 옷을 입은 갈대는 도..

아이뽕의 세대 교체_20161029

2년 전, 아이폰6 기변시에도 KT가 태클 걸었었는데 이번에도 치명적인 태클에 통신사 옮길 결단을 했건만 단말기를 보냈단다.아이폰6 기변 때 가장 먼저 줄을 섰건만 아무런 통보가 없어 수령 방문지로 지정했던 전화국으로 문의 했더니 깜!빡! 했단다!(아이뽕6 시대_20141107)128기가 신청이었는데 64기가로 착각했다기에 가입 신청서를 확인하곤 몰랐다고!이번엔 선풍적인 인기로 다른 색상보다 극심한 품귀 현상에 시달리는 제트 블랙을 선택, 가입 개시 1초도 안 되어 신청했건만 신청이 안 되었다.우여곡절 끝에 예약은 했다만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다.도리어 일반 가입자가 단말기 수령했다는 글들이 쏙쏙 올라 오는 걸 보곤 전화를 했두만 품귀란다.'예약 가입 기간을 지나 일반 가입자가 벌써 제트 블랙을 받았..

깊은 밤의 청승_20161015

태백에서 저녁을 해치우고 또다시 앞만 보며 달려 오기를, 통리역-동활계곡(지루할 만큼 겁나 길고 깊은 계곡)-삼척 호산을 거쳐 삼척과 울진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공원을 들렀다.(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2015년 가을에 삼척을 왔던 차, 잠시 들렀던 그 깔쌈하고 조용한 기억이 남아 어차피 지나는 길이겠거니 싶어 아예 일정으로 넣어 버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착해서 한참 있다 떠날 무렵에 만난 차 한 대와 그 차에 실려온 두 명의 사람이 유일한 객이었다.작고 단순한 공원치곤 그 구성이 매우 독특한 도화공원은 공원 자체가 특이하다기 보단 그 주위에 등고차가 심한 지형을 당당하게 뚫고 도드라지게 솟은 작은 봉우리 형세라 까마득한 아래의 풍경부터 여러 산 너머에 펼쳐진 동해 바다까지 볼 수 있어 여타 ..

첩첩한 이끼 계곡과 만항재_20161015

늑장과 지나친 여유의 원흉은 바로 '나'요 일행들이 전혀 가 보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곳을 안내 했던 루키도 바로 '나'였다. 당시에 갑자기 생각 난 이끼 계곡은 사실 평소 잊고 지내던 장소 였고 사진을 찍고 싶다기 보단 마치 베일에 가려진 신비의 세계로 기억했던 것 같다.단양에서 출발하여 시골의 한적한 지방도를 거쳐 쉼 없이 달려 왔던 긴장과 땀을 솔고개에서 훌훌 털어 내고 다시 다짐하듯 상동 방향으로 출발, 설익은 가을이 펼쳐져 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산봉우리 고지대에서 부터 가을이 불타기 시작했다. 상동을 앞두고 빼어난 바위산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던게 바로 산봉우리에서 번져 내려오기 시작하는 가을 풍광과 어우러져 턱관절에 적절한 무리가 왔다.냉큼 차를 세우고 도로가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 ..

다시 넘는 솔고개_20161015

잊혀지는 세월의 슬픔에 어쩌면 더 아름다웠는지도 모른다.그렇기에 언젠가 한 번 더 찾아 오고 싶었던 상동의 길목을 지키는, 인고의 세월이 새겨진 소나무와 힘겨움을 반증하는 듯한 고갯길은 가을색이 아직은 옅은 비교적 이른 가을이었다.전날 퇴근 후 늦은 밤에 단양에 도착했고, 너무도 오랫만에 떠나게 된 여행의 반가움을 서로 나누며 허벌나게 술을 빨아 쳐묵하신 덕분에 늦게 출발한 아쉬움은 부메랑처럼 동선의 제약으로 되돌아 왔다.어쩔 수 없이 도중에 영월 막국수 집에서 후딱 점심을 뽀개고 커피 한 잔씩 손에 든 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상동 방향으로 출발, 그래도 일 년여 간격으로 두 번째 행차시라고 제법 길은 낯 익었다.(사라진 탄광마을, 상동_20150912)목적지는 상동이 아닌 태백의 옛 길을 경유한 울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