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61

일상_20180609

개망초가 지천에 피기 시작할 시기다.아니나 다를까 들판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이고, 향도 매캐하다. 내가 좋아하는 반석산과 오산천 사이 산책로는 나무 터널이 꽤나 멋지다.신도시 나이 만큼 자란 나무들이 제법 가지를 많이 드리우고 뻗어 대낮에도 햇살이 가려져 유독 시원한데다 공기 또한 솔향이 가미된 은은한 향이 걷는 내내 기분을 업그레이드 시킨다. 공간을 가득 매운 개망초에 나비들이 하염 없이 날개짓을 하며, 불어대는 바람에 휩쓸리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 있는 나비 한 마리와 그 주위를 끊임 없는 날개짓으로 맴도는 또 다른 나비 한 마리. 바람에 풀들이 누웠다가 금새 일어난다.바람이 많던 날이라 풀들이 바람결을 따라 흔들어대는 모습을 보고 있어도 찾아온 여름에 한층 기분을 들뜨게 한다.

남은 제주의 여정_20180306

성산 일출봉에서의 멋진 경관을 뒤로하고 다음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제주의 큰 어른 한라산인데 촉박한 시간에 한라산 산행은 어렵고 해서 한라산 언저리며 바다도 조망이 가능한 한라생태숲이다.이전 제주 방문 때 주로 서귀포를 중심으로 한 제주 남쪽이 대부분의 여행지였고, 북제주와 제주시는 거쳐가는 길목 정도로 굵직한 기억이나 인상 깊은 장면은 거의 없었다.그래서 숙소를 제주시로 잡고 여행 코스도 서귀포는 제외했다. 성산 일출봉에서 쉬지 않고 꽤나 달려 도착한 한라 생태숲은 여기가 제주 맞나 싶을 만큼 인적과 방문자가 거의 없었고, 제주 어딜 가나 돈과 관련되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입장권 구입은 필수인데 여긴 무료 였다.허나 하루 일정의 지체와 성산 일출봉에서 생각보다 오래 머무른 탓에 이미 해는 한라산을 지..

뜨거운 자연이 만든 성산 일출봉_20180306

앞서 제주를 방문했을 때 성산 일출봉을 지나 쳤던 건 제주 특유의 변덕스런 날씨로 급작스런 폭우가 동선을 제한했기 때문이었던 만큼 묘하게 떨칠 수 없는 미련이 남아 있었고, 이번 여행에서 그 미련을 실현해 보자는 의도는 다분했다.다행히 초봄의 화창한 날씨가 행여 따라올 변수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덕분에 제주 여행 내내 사진은 별로 남기지 못했지만, 주어진 시간은 한껏 누릴 수 있었다.비가 오더라도 그 만의 매력이 있긴 하지만서리. 생각보다 긴 시간을 들여 드뎌 성산 일출봉에 도착, 평일임에도 여행객은 제법 많은걸 보면 역시 제주다.제주라고 별 거창한 거 있겠냐는 조롱 섞인 비아냥을 들었을 때 늘 하던 이야기가 거창한 거 보단 다분히 제주만 가진 특징적인 매력이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디펜스 쳤는데..

카페에서 쉼표_20180306

산굼부리 부근에서 차를 돌려 성읍민속마을을 거쳐 쉼 없이 달려 도착한 곳은 종달리 해변의 전망 좋은 카페.때마침 한적한 카페는 조용한 내부를 대변하듯 잔잔한 발라드 음악이 흘렀고, 내륙에 비해 한 보 앞선 제주의 포근한 봄이 극도의 갈증을 불러 도착하자 마자 스모키한 커피를 한껏 들이켰다.정신이 번쩍드는 청량감과 달리 분위기는 점점 나른한 오후로 접어 들어 발걸음이 무거워 질까 싶어 자리를 일어나 외부 테라스로 나와 주위를 둘러 봤다. 카페 내부에서 통유리 너머 밖을 내다 보면 해변과 성산일출봉, 우도가 생생하게 보여 전망 하나는 끝장난다.그런 자리에서 마시는 커피는 같은 원두를 갈아서 내리더라도 더욱 여운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건 기분 문제일까? 날은 흐린 듯 하지만 구름 새로 내비치는 햇살은 아주 강..

제주의 한적한 평원_20180306

그리 일찍 일어나지 않고 느긋하게 준비를 한 뒤 공항 가는 길목에 위치한 렌트카 회사에 들러 차량을 렌트했다.항공료, 차량 렌트 비용, 신라스테이 숙박비는 회사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한 덕에 왕복 항공료는 4만원 정도, 정확히 말하자면 아시아나항공 39,600원에 숙박은 하루 2만원.근데 렌트는 1만원 안되는 비용이었지만 흔히 렌트 전 가입하게 되는 보험이 6만원 정도 였다.배보다 배꼽이 더 크구만.역시 제주는 평일임에도 렌트 인원이 상당히 많아 실제 차량을 인도 받아 출발하기 까지 1시간 넘게 소요가 되었다.제주 공항에서 셔틀을 타고 렌트카 회사, 거기서 접수 순번대로 기다렸다 각종 설명을 듣고 차량을 확인한 후 출발하는 건 말로 따지면 간단할 것만 같은데 그렇지 않았으니까.미리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숙..

일상_20171027

동탄을 돌아다니다 언젠가 부터 이 구도와 색감에 반해 아침 출근 길에 조금 넉넉하게 집을 출발하여 이 모습을 바라본다. 나무 꼭대기에서 내려오기 시작하는 빨간 색감이 점점 밑으로 번져 내려오는 이 시기부터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보면 가을의 소소한 광경을 오버랩 시킬 수 있는데 잠깐 서 있는 사이 아침 출근길에 잰걸음을 딛는 사람들도 한 번씩 쳐다보며 제 갈 길을 바삐 간다. 퇴근 후에 다시 들러 아침과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보면 폰카가 담지 못하는 가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적당히 싸늘한 날씨는 가을 구경으로 걷다 보면 전혀 한기를 느낄 수 없어 바로 요맘때가 산책이나 활동하기 적기다. 10월 중순까지 요지부동이던 청단풍도 서서히 버틸 재간을 잃고 가을빛 빨간 옷으로 갈아 입기 시작한다.가로등 불빛이 ..

낙엽 떨어지는 길_201710

눈으로 감탄하는 사이 낙엽은 떨어져 버리고, 그 장관은 기억에만 잠시 머무르다 사라져 버린다.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는 건 가을이 우리 곁에 얼마 남지 않아 떠난다는 것.그나마 조악하게 찍은 영상을 보며 아쉬움을 달래 본다. 가을이면 이쁘게 물든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어 종종 산책을 하게 되는 거리다. 오산천 산책로 초입에 들어서자 강한 바람이 억척스레 달려 있던 낙엽과 심지어 잔가지조차 날려 버린다.냉혹한 자연이라고 해야 하나, 자연의 순리라고 해야 하나?떨어지는 낙엽은 1회성 눈요기지만 나무들은 이 낙엽을 살찌우기 위해 1년을 기다렸는데 떨어지는 건 찰나의 순간과도 같다.

낯설던 예천과 친해지다_20170901

애시당초 가족 여행이라고 계획했던 조령산 일대가 누님 식구의 권유로 예천을 들리잔다.예천은 몇 번 지나 다니긴 했어도 들린 적은 한 번도 없고 한반도 지형의 회룡포 정도만 아는 정도로 지식이나 지인이 전혀 없는 상태라 철저하게 네비에 의존해 기대감만 챙겨 떠났다.점심은 누님 식구가 지난번에 들렀던 예천 변두리의 맛집이 있다고 해서 초간편식 아침으로 때우고 서둘러 출발했다.왜냐하면 경북도청 신청사, 효자면 한천 골짜기, 예천 일대를 둘러 보는 광범위한 계획을 잡아서 동선이 꽤나 길고 처음부터 하루는 이 일대를 다니기로 계획했기 때문이었다.물론 내 방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예천나들목과 가까운 이 외갓진 곳에 꽤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 하나를 찾아간다고 제법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옆에는 마치 펜션과 같은..

태백에서의 둘째 날, 정선아리랑과 바람의 나라_20170528

막상 출발은 했지만 생각보다 오마니께서 피곤한 기색이 있으셔서 마음이 무거웠다.젊은 시절 여행은 사치라고 여기실 만큼 평생을 자식에게 헌신한 분이라 익숙지 않은 먼 길 이었던데다 오시기 전 컨디션도 그리 좋지 못하셨다.가급적이면 가시고 싶으신대로 모셔 드리려고 했음에도 정선 장터만 알고 계신 터라 증산에서 화암약수와 소금강을 지나는 산길을 통해 정선 장터로 방향을 잡았다. 원래 들릴 예정은 아니었지만 지나는 길에 늦봄의 뜨거운 햇살이 가져다 준 갈증으로 인해 화암약수를 들리기로 했다.조용했던 초입과 달리 약수터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약수를 뜰 만큼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람들이 빠져 나가면서 순간 조용해졌다.뒤이어 관광버스와 몇몇 커플들이 오자 다시 떠들썩해 졌지만 오래 머무르..

추억을 걷다_20170419

길지 않은 시간이 주어 졌음에도 나는 주제 넘게도 무리한 여행 계획을 세웠고 비웃기라도 하듯 출발하는 저녁 시간부터 계획이 어그러져 1박의 여행은 그저 한적한 곳에서 잠이나 자고 오는 반쪽 짜리가 되어 버렸다.게다가 출발하는 이른 저녁 시간에 기습적으로 내린 비는 사실 가는 길조차 나의 단념을 부추겼으나 평일 한적한 시간에 쉽지 않은 결단이었던 만큼 강행의 깃발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이번 만큼은 게릴라식 여행이라 3주 전에 미리 예약해야만 하는 회사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었지만 평일의 혜택은 모든 숙소가 단기 비수기라 아쉽긴 해도 주말 휴일에 비해 저렴하다는데 위안 삼아야 했다.충주 켄싱턴 리조트는 그나마 집에서 접근이 용이한, 여행 기분을 충족하면서 이동 거리가 짧은 곳인데다 충주는 이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