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57

평화의 소녀상과 한반도정원이 깃든 화성 매향리 평화생태공원_20240621

평화의 소녀상.  바다를 메우던 그 숱한 아픔을 위로합니다.인간다운 삶을 간구한 모든 마음과 함께 합니다.  폭격 소리 사라진 마을에 매화 향기 퍼져나가고두런두런 다시 풍요의 이야기가 전해지기를 소망합니다.  평화와 인권이 생동하는 매향리에역사를 기억하는 화성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이 비를 세웁니다.  -화성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꽃과 나무를 뒤섞은 작은 정원들을 떠나 광활한 잔디밭에 한반도 형상을 새겨놓은 한반도정원으로 향했다.여전히 폭염은 지칠 줄 몰랐고, 서해 바다가 인척임에도 바람은 폭염을 피해 어디론가 숨어 더위를 피했다.평화의 나래를 합창하듯 새떼가 하늘로 힘차게 비상했다 나무 위에 가지런히 자리 잡았다.막상 직접 걸어서 한반도정원에 접근하자 예상했던 것보다 훠어어얼씬 넓었다.위성지도에 ..

되찾은 계절과 평화, 화성 매향리 평화생태공원_20240621

총칼과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매향리에 상처를 딛고 평화의 바램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공원은 이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선량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여러 테마가 공존하면서도 그 접점은 결국 평화로 자연이 배제된 평화는 이기일 뿐, 마치 이 땅을 도화지인 양 자연의 붓으로 그린 그림에 하나씩 동화되어 가는 쾌감에 폭염도 잊었던 순간이었다.더불어 주옥같은 작품과 땀방울이 알알이 들어차 있어 시를 읽는 마음으로 천천히 하나씩 가슴에 새겼다.매향리 평화생태공원은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 있는 자연 생태공원으로 과거 54년간 미 공군 사격장[쿠니사격장]으로 사용되면서 미군의 공중 사격훈련으로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었던 과거의 아픔과 훼손된 환경을 치유하고, 외부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선 부산 금련산과 황령산_20240610

도심을 가르는 황령산과 금련산은 부산의 터줏대감이자 도심 야경의 진수를 확인시켜 주는 거대 탑이기도 하다.전날 소주 몇 잔으로 아쉽게 야경은 물 건너가 버렸고, 부산을 떠나기 전 들러 나란히 하는 금련산에 이어 황령산에 차로 이동하여 연무 서린 도심을 둘러봤는데 가장 먼저 금련산에서 가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해운대에 서린 뿌연 안개가 하나의 그림을 남겼기 때문이었다.금련산은 부산 연제구, 수영구, 남구에 걸쳐 있는 해발 413.6m로 바로 옆 황령산보다는 약간 낮다. 부산시민들이 황령산이라고 말하면 실제 황령산뿐만 아니라 옆의 금련산까지 포함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두 산의 봉우리는 거리도 멀지 않고 도로로 금방 연결된다. 산자락에 금련산청소년수련원과 폐업한 지 오래인 실내 스키장 스노우캐슬이 있..

자연의 즐길거리, 인천 영종도_20240331

늘 그랬다.봄이 가까이 오느라 기다린 사이 어느새 봄은 무르익어 멀어질 약속만 남겼다.그래서 집착적으로 봄을 쫓는 사이 깨닫는 바, 계절을 누리는 본능 실현의 과정이 행복이란 것.완성되고, 소유하는 건 잊혀진 과정의 빈자리에 공허가 쌓이고, 과정을 즐기는 건 여전히 뽐뿌질하는 심장의 역동을 느끼게 했다.돌이켜보면 기대가 용해된 과정에서 긴장과 굴곡이 상대적으로 희열을 증폭시켜, 그게 곧 생생한 행복이라, 봄의 기대에 아직 남은 내 인생, 내 건강을 확인하며 새삼 행복을 느꼈다.앞서 그걸 느끼게 해 준 진천, 그리고 이번엔 영종도에 감사 드릴 차례였다.지인 댁에 방문했던 차에 하늘신도시에서 걸어 도착할 수 있는 바다 전망의 씨사이드파크로 갔다.레일바이크가 운영 중이라 멀리서부터 레일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선 굵은 주말과 휴일 사이, 부산 기장 장례식장 조문_20240323

여주에서 일행과 작별한 뒤 곧장 기장 장례식장까지 달려 자정 무렵에 도착, 병원 주차장인 줄 알고 차를 세운 주차장은 사실 병원과 무관한 유료주차장이었고, 처음엔 그것도 모른 채 차에서 내리자마자 화사하게 핀 목련을 보며 상쾌한 밤바람에 잠시 심호흡하며 뻐근한 몸을 풀었다.장례식장으로 가자 거기에 따로 주차장이 있단 걸 알곤 잠깐 주차했던 주차비를 결제하고 제대로 주차를 한 뒤 장례식장으로 들어가자 출입구가 조금 복잡해서 헤매기도 했다.때마침 장례식장 1층 일부가 작업과 관련된 분들을 위한 주차장이었는데 바삐 작업 중이신 분들께 여쭤 겨우 찾긴 했었다.중부지방엔 아직 목련 만개 소식이 없었는데 여긴 벌써 이렇게 화사하게 만개한 걸 보면 역시 남부지방의 기온이 포근했었나 보다.이상고온처럼 덥던 낮과 달리 ..

거친 파도 장사해변을 끝으로 영덕과 작별_20240119

영덕을 떠나며, 해파랑길 19코스 중 부경2~부경1~장사해변까지 걷다 강구에서 대게를 납치했다. 떠나는 길이라 아직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하는 매듭으로, 갈수록 거세지는 겨울 동해 바람과 파도는 백두대간 골 깊은 유혹으로, 그와 대조적으로 정적이 흐르는 어촌 마을은 안식으로 역설하며 만나게 될 존재의 필연에 충실하자. 그럼에도 떠나는 길에 불변의 진리, 시간은 매정하고 제트기류보다 빨랐다. 해파랑길 19코스는 영덕 블루로드 D 구간으로 화진해변에서 시작하여 장사해변, 남호해변을 거쳐 강구항에 이르는 동해안 도보길 [출처] 해파랑길 19코스(영덕 블루로드 D)_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 해파랑길 19코스 영덕 블루로드 D 쪽빛 파도의 길(D코스)은 영덕 어촌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영덕 남정면의 마을을 통..

상대산 아래 영덕의 명사십리_20240118

이상과 실체, 욕망과 욕구가 만나는 저 먼 곳 어딘가. 너른 명사십리 거친 파도와 한 바탕 멋진 전망의 상대산을 뒤로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밟았다. 상대산에서 내려와 멋진 전망에 포착된 대진항으로 향했다. 마을 넘어길을 곧장 넘으면 대진항과 바다전망대가 있었는데 전날 포항에서와 달리 워찌나 바다 성깔이 개센지 바다전망대 출입은 통제 상태였고, 굳이 전망대가 아니어도 포구 주차장에 내린 순간 서 있기도 벅찰 정도였다. 전망대 쪽 테트라포드 너머 갯바위를 흔들어대는 파도의 위력이 지켜만 보고 있어도 지릴 정도였다. 다시 자리를 옮겨 명사십리 덕천해변으로 이동했다. 내리기 시작한 비가 강풍에 실려 차창을 요란하게 두드렸고, 그만큼 폭풍우 위력이 강하여 해변은 공백 상태나 다름없었다. 한바탕 멋진 세상을 보여준..

영덕 동해안 절경을 품은 상대산 관어대_20240118

더욱 찌뿌둥하고 굵은 비가 내리는 이튿날, 해파랑길은 무리라 이참에 쭈쭉빵빵한 전망 좋은 곳을 골라 이동하다 마을 입구 한 무리 멋진 나무들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평화로운 동네에 길을 사이에 두고 몇 그루 소나무 선배님들이 저마다 멋진 포즈 취하는데 쌩까면 이 어찌 후회로 보답받지 않을쏘냐. 곧게 하늘로 향하며 절개를 새긴 소나무. 하늘로 향하다 하늘 가려 나그네 지켜주는 소나무. 휘어짐과 뒤틀림, 나아감과 물러섬을 모든 가지에 되새긴 팽나무. 하늘 향해 방사형으로 흩뿌리는 소나무. 그 관용과 포용에 앞으로의 여정을 기원하며 대선배님들께 인사드리고, 바다로 향했지만 파도 개거침, 바람 개세차 출입 통제에 굴복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을 약속한 상대산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거의 지식이 없던 영덕이..

둘레길의 끝에 작은 성취감,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4코스_20240117

시작엔 끝이 있고, 끝 또한 시작과 필연의 연결 고리를 가진다. 하나가 지날 즈음 또 다른 하나가, 길이 희미해지면 어느새 다시 선명해지고, 드넓은 바다에 한 꺼풀 파도가 결 주름 지으면 이내 다른 파도의 결이 하얀 선을 긋는다. 그 이중적인 공존이 거듭될수록 길섶은 어느샌가 착색된 의도를 벗겨내고 농후한 자연의 속성에 한 발짝 다가섰다. 해안둘레길에 디딘 발걸음은 어느새 깊은 자연에 은둔 중인 구룡소를 만나게 되는데 바다의 온순함이 되려 바위 속에 숨은 용의 은신이 되어 진중한 포효는 들을 수 없었지만 이 모든 존재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인해 어느 하나에 집중하고 실망할 필요 없었다. 자연의 호흡과 맥박이 멈추지 않는 한 감흥의 역치는 변함없기 때문이었다. 원시적인 해안길을 찬양하며, 호미반도 해안둘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