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봉산 8

만의사 나들이_20240510

종교를 갖지 않더라도 일 년 중 하루는 나일론 신자가 된다.봄엔 석탄일, 겨울엔 성탄절.고상함 뒤에 숨겨둔 인간의 나약함에 종교는 철학과는 다른 이상적인 버팀목이며, 그로 인해 기나긴 역사에 걸쳐 진보와 퇴보의 역동적인 동반자가 되었다.석탄일 당일 미어 터지는 절에서의 개고생을 피하기 위해 미리 방문한 날은 따갑던 햇살이 화사한 축복이었고, 지천에 널린 꽃과 천방지축 날뛰는 바람은 삶의 의문에 적확한 대답을 들려줬다.

포근한 설연휴, 무봉산_20240212

23년과 24년의 가장 큰 차이.학업이라는 도구를 꺼내 들어 작은 도전을 시작하는 터라 여행의 빈도는 줄어들고, 실외에서 즐기는 시간보다 실내에서 도모해야 될 것들이 많아진다.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한 해의 이야기들을 써나가기 전, 4월 초까지 미친 듯이 꿈틀거리고, 사정없이 좌충우돌해 보자.휴일이면 많은 시민들이 모이는 산에 올라 세속 위에서 욕망을 그렸고, 하산을 하며 욕구를 조각했다.어차피 피할 수 없는 24년, 두렵고 설렌 가슴을 애써 누르고 힘껏 부딪혀 봐야지. 동탄의 지붕, 무봉산_20220204동탄 일대에서 꽤 높은(?) 무봉산은 이번이 첫 등정이었다. 만의사를 두 손으로 떠받드는 형세라 몇 번 끌려와 주변을 둘러보면서 살짝 호기심이 발동했었는데 때마침 기습 추위로 대기가 맑아meta-roid..

이른 봄, 이른 아침의 무봉산_20220323

이런 게 등산일까? 힘이 들어서 숨이 턱에 차올라 세상만사 자괴감이 밀려오다 못해 혓바닥이 땅바닥으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 정상에서의 묘한 성취감이 든다. 봉우리에 오른 성취감, 흔히 볼 수 없는 세상을 내려 보는 성취감, 콘크리트 도시에 대한 일탈로 잠시 세상을 잊는 성취감. 어느새 봄은 성큼 다가왔고, 그 기분에 도치되어 잘 오르지 않는 산에 올라 하루의 문을 열었다. 동탄의 지붕, 무봉산_20220204 동탄 일대에서 꽤 높은(?) 무봉산은 이번이 첫 등정이었다. 만의사를 두 손으로 떠받드는 형세라 몇 번 끌려와 주변을 둘러보면서 살짝 호기심이 발동했었는데 때마침 기습 추위로 대기가 맑아 meta-roid.tistory.com 이른 시간, 조용한 무봉산으로 궈궈! 앞서 방문 했을 때처럼 만의사 초입..

동탄의 지붕, 무봉산_20220204

동탄 일대에서 꽤 높은(?) 무봉산은 이번이 첫 등정이었다. 만의사를 두 손으로 떠받드는 형세라 몇 번 끌려와 주변을 둘러보면서 살짝 호기심이 발동했었는데 때마침 기습 추위로 대기가 맑아 우유부단한 마음을 깨고, 직접 밟았다. 동탄에서 만날 수 없던 세찬 강풍은 그칠 기미가 없었고, 산 전체를 울타리처럼 둘러 쳐진 빼곡한 나무숲은 도리어 이 산의 매력이라 여긴다면 내가 사는 고장에 보배다. 만의사 옆길로 산에 오르면 뿌듯하게 깔린 데크 계단을 지나 쉼터 부근에서 부터 정상까지는 능선길로 연결되는데 남북으로 이어진 능선길 특성상 동서로 트인 전망은 꽤 먼 곳까지 시야가 방해를 받지 않았다. 만의사-쉼터-능선길-무봉산 정상에서 99고개를 거쳐 만의사 도로 코스는 약 1시간 정도면 넉넉한데 내 체력에 적당한 ..

봄과 무봉산 아래 만의사_20210511

봄비치곤 꽤 많은 비가 내리는데 이렇게 오래, 많이 내릴 줄 몰랐지만 하여튼 며칠 일찍 사찰에 들르길 잘했다. 사찰은 봄이 되면 무척 화려해져 마치 석가탄신일을 맞아 지상에서 마련할 수 있는 온갖 색채를 정성껏 구비하여 이쁘게 단장한 채 기념일을 치르기 위함 같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화려한 불빛에 도배된 교회의 모습과 분명 차별점은 있지만 눈이 즐거운 건 매한가지다. 매해 지날수록 뭔가 바뀌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사찰에 목탁 소리와 함께 굴착기 소리는 언제나 끊이질 않는다. 오색연등에서 이제는 무늬만큼 가짓수가 늘어났다. 소위 돈바람이 분다. 옛날 옛적에 선남선녀들이 기나긴 머리를 빨았을 때 개기름 흐르는 효과를 위해 사용한 창포~

봄바람 따라 만의사에서_20200421

예년에 비해 이른 석가탄신일로 인하여 앞서 절에 방문한 가족들과 떨어져 텅 빈 사찰 풍경을 찾았다. 개발로 인한 훼손이 많기는 하나 산중에 자리 잡아 오롯이 자연의 품에 기대고 있어 봄의 정취 또한 갓 잡은 신선한 생선의 번뜩이는 비늘 같았다. 무신론자인 나는 봄의 색깔에 경건해지고, 불신론자인 가족들은 진중한 소망에 경건해졌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본당으로 향하기 위해 첫 계단을 오르면 수많은 연등이 걸려 바람에 지화자 춤을 추고 있다. 만의사에 와 보면 확실히 봄의 정취가 물씬하다. 흙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봄꽃이 자리를 잡고 어여쁜 얼굴로 봄볕을 쬐고 있어 덩달아 봄의 설렘에 도치된다. 꽃복숭아의 가지 하나에 두 가지 색깔이 동시에 피었다. 신기한 고로~ 지속된 오르막길을 따라 법당 몇 개를 지나..

석가탄신일 사찰_20150523

성탄절이면 교회에 사람들이 모이듯이 봄의 정점인 석가탄신일엔 절이 북새통이다. 오죽했으면 사찰과 한참 떨어진 공터에 주차를 하고 사찰까지 셔틀이 운행할 정도니 한 번 정도만 겪어봐도 답이 나온다.오마니 종교기도 해서 개고생을 피하기 위해 올해 만큼은 당일이 아닌 이틀 전 23일에 방문을 했더니 그짓말처럼 한산했다.이 정도만 되더라도 느긋한 종교 축제를 호기심 가득 관전할 수 있을터인데. 만의사가 동탄에서 가장 접근하기 편한 큰 사찰이라 올해도 여기로 갔더니 주차장 겸 마당에 공사하던 이유가 바로 이런 연못을 만들려고 했었나보다.과거 습성이 익숙해서 그런지 없을때가 충분히 더 좋았고 분위기도 따스했었는데 이걸 만들어 놓으니 가공된 느낌으로 사찰 특유의 세속과의 경계가 없어져 버려 아숩다. 연등의 행렬이 구..

20140506_석탄일 만의사

아침 일찍 서두른다고 했건만 잠깐 메타폴리스 들린다는 게 어영부영하는 사이 시간은 훌떡 지나 정오가 가까워졌다.커피빈에 들러 잠시 커피 한 사발하노라니 화단에 그 자태 어여쁜 꽃잔디가 `엥간하면 한 번 쫌 봐주지!'해서 엑백스로 담았는데 난 이 꽃잔디가 정감이 간다.봄에 화단이나 길거리를 걷다 보면 꽃나무는 흐드러지게 펴 있음에도 바닥은 여전히 푸르름이 부족한데 그런 배경에 이 꽃잔디는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바닥에 붙어 자칫 허허한 봄화단을 싱그럽게 해 준다.그래서 난 조~타. 꽃잔디를 찍곤 바로 메타폴리스의 고층 건물로 렌즈 방향을 돌려 봤다.석탄일을 축복하듯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이 이따만큼 광활하고 날씨도 스원~하니 왕성하게 활동하더라도 지치지 않을 만큼 딱! 이었다.이 녀석 키가 크긴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