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20140506_석탄일 만의사

사려울 2014. 5. 10. 13:46


아침 일찍 서두른다고 했건만 잠깐 메타폴리스 들린다는 게 어영부영하는 사이 시간은 훌떡 지나 정오가 가까워졌다.

커피빈에 들러 잠시 커피 한 사발하노라니 화단에 그 자태 어여쁜 꽃잔디가 `엥간하면 한 번 쫌 봐주지!'해서 엑백스로 담았는데 난 이 꽃잔디가 정감이 간다.

봄에 화단이나 길거리를 걷다 보면 꽃나무는 흐드러지게 펴 있음에도 바닥은 여전히 푸르름이 부족한데 그런 배경에 이 꽃잔디는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바닥에 붙어 자칫 허허한 봄화단을 싱그럽게 해 준다.

그래서 난 조~타.



꽃잔디를 찍곤 바로 메타폴리스의 고층 건물로 렌즈 방향을 돌려 봤다.

석탄일을 축복하듯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이 이따만큼 광활하고 날씨도 스원~하니 왕성하게 활동하더라도 지치지 않을 만큼 딱! 이었다.

이 녀석 키가 크긴 커.

완죤 은갈치 같기도 하고...



드뎌 만의사 도착.

난 무교 신봉자라 방문객들을 피해 다니며 열심히 사진 찍고 구경만 했다.

그날 사람들이 워찌나 많은지 다음 사진 보면 고스란히 공감 갈게다.



언제나 봐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세속과 떨어져 있는 사찰 배경들과 기왓장.

이날 만큼은 각별히 연등도 응원해 주는 구먼,



여긴 그리 많은 연등을 달아 놓지 않던데 그래도 길게 늘어 서 있는 모습은 여전히 압권이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줄지어 열심히 소원 성취를 기원하고 있다.



이게 바로 그날의 진풍경이다.

점심 식사를 위해 넘무넘무 긴 줄이 서 있던데 이 줄이 모두가 아니고 식당 반대편에 또 다른 줄이 한나 더 있어서 이렇게 식사하기 힘드니 밥맛 없으면 더 이상하긋죠잉.



만의사는 이런 사랑채 같은 자그마한 법당이 많던데 다른데도 많나?



천불전이라는 제일로 큰 법당에 너른 마당 끝에서 속세를 내려다 보고 찍었는데 여전히 정감 가득한 기와 지붕이 인상적이다.

멀리 보이는 가운데 조그마한 산을 넘으면 동탄2신도시 택지개발 현장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시범단지 공사가 한창이더구먼.



여그가 가장 큰 천불전인데 좌측 뒷편에 무봉산이 있고 바로 우측엔 가장 큰 불상이 있다.

사진은 이렇게 나와도 천불전 앞 마당은 아주 큼지막해서 거짓말 쬐끔 보태면 학교 운동장만하다.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천불전 좌측.



만의사 뒷편이 무봉산 자락인데 동탄이 들어서고 인가가 늘면서 부쩍 등산객이 많아졌다.

뒤에 능선을 따라 우측으로 가면 무봉산 봉우리가, 좌측으로 가면 부아산 봉우리가 나온다규



단조롭지만 이 나뭇결들과 시간의 흔적들이 아릿다워 항상 오면 이 사진은 꼭 찍어 둔다.



무봉산자락 너머 청명한 하늘과 더불어 산자락을 넘어 가는 시원한 바람이 그 날의 산책을 흥겹게 만들어 줬다.

식당에 여전히 긴 줄이 서 있는데 점심 시간대라 나 또한 배가 밥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래서 내려가는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



형형색색의 연등이 수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간직하고 있겠지?

바람에 흩날리는 연등이 흥에 겨워 연신 몸을 흔들어 대고 있다.







만약에 그 날 불었던 바람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구름 한 점 없는 맑디맑은 날에 자칫 강한 일광으로 지칠 수 있겠으나 짙푸른 하늘색 만큼이나 시원한 산바람이 그런 지친 기색들을 모조리 몰고 총총히 산을 넘어 간 올해의 석가탄신일, 비록 종교는 없으나 연약한 인간들의 자그마한 모퉁이가 종교라고 한다면, 그래서 종교가 인간의 회의와 상실을 어르고 달래어 준다면 그 날의 성스러움 만큼이나 축복도 있을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