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면 교회에 사람들이 모이듯이 봄의 정점인 석가탄신일엔 절이 북새통이다.
오죽했으면 사찰과 한참 떨어진 공터에 주차를 하고 사찰까지 셔틀이 운행할 정도니 한 번 정도만 겪어봐도 답이 나온다.
오마니 종교기도 해서 개고생을 피하기 위해 올해 만큼은 당일이 아닌 이틀 전 23일에 방문을 했더니 그짓말처럼 한산했다.
이 정도만 되더라도 느긋한 종교 축제를 호기심 가득 관전할 수 있을터인데.
만의사가 동탄에서 가장 접근하기 편한 큰 사찰이라 올해도 여기로 갔더니 주차장 겸 마당에 공사하던 이유가 바로 이런 연못을 만들려고 했었나보다.
과거 습성이 익숙해서 그런지 없을때가 충분히 더 좋았고 분위기도 따스했었는데 이걸 만들어 놓으니 가공된 느낌으로 사찰 특유의 세속과의 경계가 없어져 버려 아숩다.
연등의 행렬이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바람을 타고 화려한 빛깔로 채색해 놓으니 볼 만 하다.
갈수록 거부할 수 없는 귀차니즘으로 무보정한 사진을 던져 놓아도 봄결의 깨끗한 대기에 펼쳐진 연등의 빛깔은 여전하다.
불상과 천불전으로 올라가는 길은 여전한 녹색 터널이다.
천불전 옆에서 항상 고뇌 중인 불상인데 뒷 무봉산 자락의 신록과 청명한 하늘과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한다.
만의사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을 끝내고 떠나는데 못내 아쉬움을 표현하는 오마니.
와닿지 않은 무언가로 다른 절을 찾아 보시잖다.
마침 만의사 부근에 또 다른 사찰이 있다고 들으셨다는데 기흥CC 옆을 찾아가 보니 원각사라는 움푹 들어간 지형에 들어선 아주 작은 사찰이 눈에 띄인다.
규모는 인근 만의사나 용주사에 비해 상당히 작고 아담한데 지형을 잘 살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대략 한 번 훑어 보곤 이제 사찰들과 작별을 하곤 기흥저수지로 내가 안내했다.
여기 찾아간 이유는 급 보고 싶다는 바다를 대충 때우기 위한 임시방편.
워낙 강렬한 햇살로 2킬로 정도 산책로를 걷다 다시 돌아와 버렸는데 여기 의외로 자전거 라이딩 중이신 분들이 많아 날파리가 끓어대지 않는 계절에 골라서 오면 참 좋을 거 같단 생각.
근데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라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올 수 있는데 그 중간이 참 위험하게도 인도조차 없는 도로가 있고 차량들도 허벌나게 달리는 고로 시간이 좀 지나면 동탄 자전거 도로가 여기와 연결되길 바랄 뿐이다.
갖혀 있는 호수라 물 내음새도 좀 고약해서 익숙해 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다.
석가탄신일마다 참으로 날씨가 좋았었는데 이 날도 예외는 없었던 만큼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적당한 바람이 느껴져 주말 다운 하루였다.
오산천 너머 동탄의 해질녘 땅거미가 참 아름답기도한 하루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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