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정의 마지막은 나지막한 산에 틀어 앉아 휘몰아치는 동강과 첩첩이 버틴 산세에 둘러 쌓인 산성으로 저만치 먼 곳에서부터 숭고한 자연에 기대어 꿈틀대는 길이 모이는 곳이었다. 짙은 구름과 달리 청명한 대기 아래 심연과 같은 적막은 이따금 떨어지는 빗방울이 지면에 닿아 깊은 겨울잠에 허덕이는 낙엽을 깨우기 위한 속삭임에 감미로운 울림을 증폭시켰다. 전날 찾아간 칠족령 절벽길의 아찔한 절벽이 선명하게 서있고, 그 아찔함 가운데 홀로 몸부림치는 하늘벽구름다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존재가 참으로 초라하게 여겨졌다. 그럼에도 미물 같은 초상에 짙은 화장을 하느라 여념 없는 내 모습도 투영되어 겸손한 자연의 모습이 한발 떨어져 비로소 위대한 진면목을 깨달았다. 여정을 떠날 때 무겁던 봇짐은 비교적 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