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56

일상_20180826

기록적이고 맹렬하던 폭염의 기세가 이제 꺾인걸까?태풍 솔릭 이후 계속된 강우와 서늘한 바람에서 가을을 속단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지루한 더위가 계속된 여름이었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동녘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하는 청명한 여명과 서늘해진 바람이 가을로의 착각에 빠져 봄직한 설렘이기도 하다. 점심은 깔끔하게 잔치 국수로~ 저녁 귀가길에 만나는 초롱한 일몰과 장엄한 노을은 폭염에도 견딘 세상 모든 사람들을 진정 응원하는 징표 같다.

봉화_20180814

한 달 정도만에 평일 다시 찾는 봉화는 오마니 모시고 가는 동안 한적한 여느 시골처럼 뻥 뚫린 도로를 질주하다 시피 이동했다. 고속도로처럼 매끈하게 깔려 있는 36번 국도를 따라 영주에서 봉화읍을 지나 춘양에 도달하기 전 작은 지방도로 빠져야 되건만 익숙치 않은 길이라 지나쳐 다시 국도에 올려 영주 방면으로 진행하다 그제서야 지방도로 빠졌다.영주 방면으로 다시 거슬러 오던 중 시간은 저녁을 바라고 석양의 노을은 벌써 서녘에 물들었다. 도착하여 칠흑 같던 암흑 속에 등불을 켜자 뎁따시 큰 나방이 빛을 따라 유리문에 붙어 있다.물론 깊은 산중과도 같은 곳이라 불빛이 도드라져 온갖 곤충들이 빛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달려 들지만 모기 한 마리 없는 게 신기하다.만약 있었다면 갈 때마다 모기와의 전쟁으로 홍역..

일상_20180730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라고 방송이 조용할 날 없다.실제 서울 기온이 38도를 넘어선 날이 많을 정도로, 에어컨을 잘 틀지 않는 울집이 벌써 보름 이상 에어컨을 빠짐 없이 틀어 댔다.덥긴 덥다는 거다.자전거를 타자니 땡볕을 지나다닐 재간이 없어 간단한 차림에 걷기로 한다. 동탄복합문화센터 잔디밭에 더위를 쫓기 위해 스프링쿨러가 쉴새 없이 돌아간다. 텅 비다 시피한 오산천 산책로를 보면 폭염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데 오죽 했으면 나팔꽃 조차 꽃잎이 익어 버린게 아닌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찌는 더위에도 바람을 타고 세상을 활보 중인 잠자리는 오늘 따라 유독 눈에 많이 들어 온다. 온 세상이 여름의 기운에 압도당한 나머지 꽃잎들은 시들었지만, 녹색 방패로 무장한 나무들은 여전히 굳건하다. 하늘에서 뻗은 빛내림..

새로운 동반자와 첫 여행_20180713

퇴근 시간에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는다.내가 주문한 차가 도착했다고?!회사 지하 주차장에서 사우들 몇명과 함께 페스트리보다 겹겹히 쌓여 있던 비닐을 제거하고 새차 냄새를 빼는 과정을 거친 후 퇴근과 동시에 가족들이 여행으로 떠난 봉화로 출발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하는 데다 주말 휴일을 앞둔 금요일이라 회사를 출발해서 두무개길을 이용해서 강변북로에 합류하기 까지 정체가 무쟈게 심해 꽤 시간이 걸렸다.새 차라 급유가 필수라 바로 엄청나게 막히는 외곽순환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로를 피해 네비가 가리키는 청담대교로 빠졌건만 수서까지 거의 거북이 걸음이다.기름 좀 먹여달라고 차는 댕댕거리고 진행은 더딘데 자동차 전용도로라 빠지는 길은 없고.더워서가 아닌 당혹스러워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 문정동 가든파이브 부근..

일상_20180708

일요일 이른 아침, 동녘하늘에 시선이 빼앗겼다.새벽 노을이 모두가 잠든 사이 하늘을 캔버스 삼아 섬세한 붓으로 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그걸 보고 지나치기 힘들어 육교에 올라 잠시 멍 때렸다. 거대한 도화지 하늘에 이글대는 태양을 채색시킨 구름 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은 마치 익숙한 손놀림으로 휘갈긴 뒤 세상이 잠에 깰새라 황급히 자취를 감추고 서두르느라 그림을 방치해 버렸다.아주 잠시지만 여운이 남는 아침 하늘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가을 같은 초여름 날씨라 마치 너른 대해가 뒤집혀 머리 위에 쏟아진 듯 청명하고 깊다.장마의 빗줄기가 대기 먼지를 씻어낸 뒤 하늘의 청량감이 극에 달한 휴일 낮은 여름 답지 않게 바람의 냉기가 묻어 났고, 더위를 잊은 채 제법 많이 걷고 나서야 등골에 땀이 송골하게 맺혀 덩달아..

일상_20180707

그간 밀린 잠을 충실하게 지키며 방바닥 헤엄도 치는 휴일.여름이란 자고로 낮이 길어 집안에서 뒹구는 것도 이물이 날 무렵, 베란다 구석에서 주인 손길을 애처롭게 지켜 보고 있던 자전거를 몰고 늘 다니던 오산천을 따라 오산을 찍고 돌아오던 중 등갈비에 사정 없이 흐르던 땀도 식힐 겸 에너지도 충전할 겸 텅빈 공원에 들러 궁뎅이를 벤치에 붙였다. 하늘이 청명하여 감탄사를 내뱉으며 짙은 하늘과 또렷한 구름을 쳐다 보면 마치 거대한 대해 한 가운데 서서 어디론가 천천히 떠가는 기분이 든다. 근래 자전거를 거의 타지 않아서 베란다 구석 탱이에 쳐박혀 녹슬 것만 같아 모처럼 라이딩을 해본다.자전거 핸들에 붙어 있던 베오플레이 P2는 업데이트 과정에서 먹통이 되어 버린 A1의 궁여지책으로 사용 중이다.구입한 지 몇 ..

언젠가 끝나는 시간들_20180620

학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대구역 광장 위에 펼쳐진 거대한 규모의 노을이 아름답다. 첫 강의 참석 때 동대구역 하늘의 석양과 비교해 보면 어차피 같은 하늘에 같은 석양으로 구름이 타오르겠지만, 마지막에 대한 아쉬움을 하늘이 알고 더욱 붉게 타들어간다. 겨울색 짙던 캠퍼스의 앙상한 나무들은 어느새 녹색 울창한 신록을 만개시켜 빼곡한 숲을 만들고, 더위에 쉬어 갈 수 있도록 햇살을 완전히 차단시켜 가뜩이나 살인적인 대구 더위를 잊으라며 편안한 휴식을 도와줬다.교육기간 동안 복잡하고 심란한 일들이 참 많았고, 업무와 학업 병행의 어려움을 어찌 다른 사람들한테 실토할 수 없어 이 나무숲 그늘 아래에서 위안 삼곤 했는데 이제는 정든 작별을 준비해야 될 시기가 가까워졌다.모든 선택한 일들이 어찌 나쁜 일..

일상_20180613

하지가 가까워지자 밤은 금새 꽁무니를 감추고 달아나 오래 동안 낮을 누릴 수 있다.그게 여름의 매력 아니겠나아주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날, 새벽 첫 차를 지나 보내고 두 번째 차를 기다리는 잠시 동안 주위를 맴돌며 여명을 쫓는 해돋이와 노을을 바라 본다. 육안으로 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 오렌지 빛은 가을 석양도 부럽지 않을 만큼 곱고 아름답다.이런 걸 보면 하늘이 아무렇게나 뿌린 것 같은 색채도 어느 하나 허술하거나 예사롭지 않다.

여명_20170905

자연이 펼치는 상상력의 나래는 대체 어디까지 그 촉수를 뻗칠까?전날과 비슷한 시간에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고 전혀 다른 형태의 노을 자욱을 휘저으며 더욱 강렬한 화염 자욱을 멋대로 그려 놓는 것 같아도 수십 년 동안 짜놓은 문명의 치밀함을 비웃듯 하늘이라는 종이에 일몰의 물감을 풀어 노을의 수를 정교하게 새겨 놓는다.일상이 되어 버린 흠잡기 습관이 부끄러울 만큼 포근한 다독임에 숙연해져 전날과 같이 넋을 빼앗긴 내 사념은 알알이 들어와 박혀 도저히 뺄 수 없을 것만 같던 비난의 찌든 때를 탈피하고 개운한 수면 뒤의 가뿐한 설렘의 자세로 여전히 가을을 기다린다.일 년 만에 만나 생소할 법도 한 가을이 마치 시종일관 내 삶의 곁에서 지켜봐 준 친구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