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56

일상_20190706

바람 좋은 주말, 길섶에 웅크리고 있는 풍경들이 특히나 반가워 집을 나선다. 화사한 햇살, 청명한 대기로 개망초 군락지에 우뚝 솟은 나무, 이 장면이 영화에 나올 법한 수채화 같다. 2016년 처음 보게 된 새끼 고라니는 혹독한 겨울을 지나 초록이 넘쳐나는 먹이의 풍년을 누리고 있다.허나 홀로된 두려움은 반복되는 시련일 거다. 지나는 길에 풍뎅이 같은 게 있어 허리를 숙이자 바글바글하다.바람 좋은 날, 바람 나는 날이여? 오래된 공원의 작은 길을 따라 놓여 있는 벤치가 누군가를 그리워 하고 있다. 강한 바람에 넘실대는 건 비단 개망초 뿐만 아니다. 폰카의 발전은 어디까지 일까? 어느새 저녁이 다가와 교회 너머에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든다.강한 햇살로 인해 늘어뜨린 그늘이 고맙고, 뜨거운 대지의 열기로 인해..

일상_20190629

늑장을 부리는 장마 대신 보슬한 비가 나풀거리던 주말, 반석산에 올라 둘레길을 따라 비가 지나간 궤적을 되밟아 본다. 개망초 꽃길을 지나. 매력적인 독버섯. 낙엽 무늬 전망 데크에 가까워질 무렵 산딸기 군락지가 있다. 벌써 밤송이가 맺혔다. 벤치로 제2의 생을 보내고 있는 나무. 뭔 사연이 있길래 나무가 이렇게 자랄까?같은 나무일까, 아니면 다른 두 개의 나무가 함께 자라는 걸까? 하늘을 향해 아득하게 가지가 뻗은 나무. 이 꽃은 뭐지?엷은 비에도 벌 하나가 그 매력에 푹 빠져 있을 정도다. 장미 꽃잎에 피어난 보석 결정체. 산딸기 군락지에 아직 남아 있는 산딸기의 볼그스레한 열매가 탐스럽다.어느 젊은 여성이 수풀 사이에서 뭔가를 조심스레 따먹길래 처음엔 뭔가 싶었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산딸기를 열심히 줍..

일상_20190426

봄의 종말을 고하는 비일까?봄비의 소리가 구슬프다.그럼에도 피부에 살포시 내려 앉아 조잘거리는 비가 반갑다. 단풍색이 젖어 걷고 싶어지는 길. 말라버린 무성한 칡 더미에서 새로운 싹이 꿈틀대며 허공을 향해 팔을 뻗기 시작한다. 한껏 망울을 펴고 싱그러운 포옹이 한창인 봄꽃들.봄의 전령사들이 지난 자리에 같은 궤적을 그리며 솟아난다. 비가 그치고, 서산 마루에 걷히던 구름의 틈바구니로 석양과 노을이 하늘을 뜨겁게 태운다.

일상_20181022

가을이라 바빠 졌다.가슴이 바빠 졌고, 눈이 바빠 졌다.아침과 저녁에 가을이면 꼭 한참을 서서 감상하는 색과 구도가 있다. 지극히 가을다운 색감에 나무의 구도가 가을스럽다. 가을이 완전 익지 않은 단풍도 어찌 이리 이쁠까? 홍단풍은 더욱 붉게, 청단풍은 마지막 남은 신록을 소진하기 위해 더욱 푸르다.아가들도, 어른들도 가을 앞에선 평등하다.마음 속에 꿍셔 두었던 감정들을 과감 없이 표현하니까. 여름엔 전부 같은 녹색이라 표현해도 이해되는 나무들은 녹색의 디테일을 따지는게 무의미한데 가을이 되면 각양각색으로 변모한다.유전자 깊숙하게 감추고 있던 색감을 천천히 풀어 헤치고, 만추가 와서 낙엽이 떨어지기 전까지 같은 색이 없다. 저녁에 다시 이 자리를 오자 가을과 노을이 어울린 더욱 멋진 장면을 연출하며 기다..

일상_20181010

거북목이 될까봐 하늘이 배려하사 자연스레 고개를 들으라 시선을 잡아 당겨 주는 가을 석양.사진은 마치 협소한 액자에 갖혀 보이지만 누구나 마음 속에 걸려 있는 가을 하늘의 장관을 기억하고 있어 어떤 조악한 사진도 기억을 수면 위로 이끌어 줄게다.만물상 같은 구름, 동경하던 빛깔, 좁혀진 마음 지붕을 열어줄 광활한 하늘.그냥 모든 자연이 주는 종합선물세트다. 서산 마루로 일몰이 진행된다. 이내 태양은 자취를 감추고 여운의 빛무리를 남기며 떠났다.

저녁 여운_20180928

가을이라 단언해도 될 만큼 계절의 내음이 달라 졌다.수줍거나 혹은 대담한 형형색색의 가을.한꺼번에 모든 걸 보여 주지 않아 수줍게 보이고,조금의 인내만 가진다면 세상 모든 색결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사람들 혼을 빼버리는 대담함도 있다.석양은 아직 못다한 하루의 아쉬움과 동시에 내일에 대한 설렘이기도 하다. 공원 내 데크길 이 자리에 선 게 1년이 지났다. 성급한 가을과 시간을 망각한 꽃. 석양이 바닥에서 자라는 풀들을 반짝이게 한다. 거의 방치해 놓다시피 했던 자전거를 타고 해가 지는 전망이 일품인 탄요공원에 들러 베어 나오는 땀과 한숨을 털어 내고 잠시 기다리자 기다렸던 모습을 보상의 댓가로 펼쳐 여과 없이 보여 준다.하루 시간 중 찰나에 불과하지만 결코 짧은 시간과 달리 모든 부족하고 푸념들을 없애 ..

시골 장터_20180907

세속을 떠나 봉화로 가는 길.길 곳곳에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계절과 혁명은 길을 따라 전이 된다고 했던가!이왕 콘크리트 가득한 회색 도시를 벗어난 김에 시골 장터에 들러 뿌듯한 눈요기 거리도 한봇짐 챙겨야겠다. 봉화로 가던 길에 필연의 코스인 영주에서 앞만 보며 달리던 시선에 긴장을 풀자 덩달아 가을 하늘이 반긴다. 터미널 고가를 지나며. 찾아간 날이 봉화장날이라던데 역시 시골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장날이지만 이미 마무리 되는 분위기라 한적하다. 장터 갔으니까 시골 국밥 한사발 땡겨야지.국밥을 비우는 사이 장터 지붕 너머 붉은 노을이 하늘을 장식한다. 시골 하늘에 노을은 더 뜨겁다. 해가 저물자 이내 밤이 되어 버렸다.

일상_20180904

가을이 왔다는 표식은 주위에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그 중 하나가 하늘과 노을의 만남.해 질 녘에 집을 나서 주변 공원을 돌며 몰래 다가오는 가을의 흔적을 찾아 미리 감동 받을 준비를 하려 한다. 오산천 옆 인공하천 너머 예당마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칡꽃도 가을이 되면 감추었던 호기심을 드러내며 꽃망울을 틈바구니 밖으로 터트린다. 매혹적인 보랏빛 꽃의 도라지. 맨드라미 신도시 초기에 늘 찾던 인공 여울의 데크 반석산을 지나 재봉산 가까이 다가가면 공원 초기부터 있던 원두막이 보인다.얼마나 자주 이 자리에 의지해 땀과 피로를 털어 냈던가. 가을 장마의 영향으로 반석산 자연 폭포는 연일 홍수(?)가 나고 이제 잠잠해 졌다. 마무리 단계에 있는 해무리 공원, 아니 여울 공원으로 개명 되었지. 망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