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당을 꾸민 건 반 년 전부터.
원래 고양이를 싫어했었다.
그도 그럴께 어릴 적 어른들로 부터 쇄뇌 당하다시피 들었던, 고양이는 간사하고, 주인이 필요없다고 판단되면 주인을 버리고, 귀신을 부르고, 혼자 지내는걸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고양이에 대한 삐뚤어진 시선으로 자리 잡았고, 그게 왜곡되었단 것조차 몰랐던데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물론 어릴 적 시골에서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키웠지만 곡식과 사료의 주범인 쥐를 잡기 위한 가장 좋은 처방이 고양이 이상은 없고, 그런 쥐잡이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서 인간과 동격화 시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나는 고양이한테 린치를 가한다거나 죽여야 되는 대상으로 생각한 건 아니고, 그저 눈에 띄이는 고양이한테 힘껏 발을 굴러 저리가라는 위협 정도만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이 시나브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반 년 전부터는 세상 모든 냥이가 불쌍하고 가련히 보이는 게 아닌가.
아마도 티비 동물농장을 비롯, 여러 프로그램을 띄엄띄엄 보면서 그토록 사수하던 가치관에 균열이 발생되었고, 유튜브가 결정타를 날린 게 아닌가 싶다.
그리하야 생명을 구입하는 용기는 나질 않고 해서 보호소 사이트를 기웃거리기 시작하며 전 년 가을 무렵부터 데려올 결심을 하게 되었고, 때마침 가까이 위치한 여러 보호소에 귀여운 냥이들이 쏙쏙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모 터키쉬앙고라를 점찍어 여주 보호소에 정보가 뜨자마자 빛의 속도로 전화해서 일자를 예약했건만 막상 도착하자 왠 독불장군이 내가 지정한 냥이를 데려가야 된다고 한사코 고집이다.
잘못 했으면 한 대 칠 뻔 했지만 성질 죽이고 양보하자 소장이 추천하는 냥이가 있다며 데려왔고, 내 취향을 떠나 불쌍한 녀석의 모습을 본 순간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 미리 준비해간 캐리어에 담아 냉큼 집으로 돌아왔다.
근데 녀석이 얼마나 사람한테 친화적인지 보호소장한테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쳐 겨우 캐리어에 담았고, 얼마 동안 빠져 나오려고 몸부림을 치길래 냅다 집으로 가속 폐달을 밟았더니 나중에 잠잠하던가 싶다가도 차 멀미를 해댔다.
불쌍해도 얼른 집에 가야만 녀석한테 나을 거 같아 앞만 보고 달려와 집에 도착해 캐리어에서 끄집어 냈더니 내 무릎과 품에서 덥쑥 들어와 버리는 것보면 개냥이 기질이 다분했던 녀석이다.
물론 집에 데리고 들어온 순간부터 난리났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가족들도 강아지 외엔 입양에 대해 부정적인데 편견 가득하던 냥이를 데려왔으니 난리날 만도 하다.
근데 녀석이 눈을 잘 뜨지 못하고 온통 꼬질꼬질한 모습에서 측은했는지 얼른 병원 진료 받아야 된다는 성화에 이튿날 가기로 하고, 우선은 눈치가 보여 방에 데리고 있었는데 계속 무릎 위와 품을 벗어나지 않는채 하염 없이 잠만 늘어지게 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눈가에 눈꼽이 잔뜩 낀 건 실 같은 안충이 우글거려서 그랬고, 앉아 있는 모습이 특이한 건 어떤 사고로 고관절 골절로 인해 왼쪽 다리를 제대로 굽힐 수 없어 그렇단다.
게다가 넘어갈 듯 기침 같은 걸-그게 냥이들 기침인 줄 첨 알았다- 힘겹게 해대는 모습은 허피스 때문이고, 귀속 까만 땟자국 같은 건 그야말로 진드기 덩어리 였다.
어린 냥이를 입양하는 것보다 무료로 데리고 올 수 있는 보호소 냥이가 더 비싸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 말이긴 하다.
그래도 후회 없던 걸 보면 이미 마음은 확신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하도 다리가 저려 바닥이나 좌식의자에 내려 놓자 마냥 늘어지게 잠만 자는 걸 보면 얼마나 길에서의 생활이 고단 했을까?
앉을 때 이렇게 왼쪽 족발을 곧게 펴는 건 고관절과 다리에 골절 흔적 때문인데 다리 골절은 냥이 특성상 빨리 아물어서 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고, 고관절은 하체를 떠받치는 부위인 만큼 통증이 올 수 있지만 큰수술이 될 수 있어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된단다.
요 쪼꼬미한테 큰수술은 무리일 듯 하여 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면 얼른 건강 회복에 집중하는 걸로 하고 밤새 골골송을 연주하는 녀석이 이제 온전한 가족이 되기를 바래야지.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_20200121 (0) | 2021.07.06 |
---|---|
일상_20200119 (0) | 2021.07.05 |
적막 가득한 부론에서_20200117 (0) | 2021.07.04 |
익산 떠나는 날_20200112 (0) | 2021.07.04 |
평온의 호수_20200111 (0) | 2021.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