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산 휴양림과 작별을 하고 왔던 길을 되짚어 합천을 떠나 거창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호수 위를 떠다니는 나무에 반하던 순간이었다.
사막 마냥 황량한 거대 호수에 오아시스처럼 작은 재미를 주는 나무는 사실 떠다니는 게 아니라 작은 섬에 의지해 수면 위로 불쑥 솟아 가만히 서 있고 호수를 스치는 바람에 이끌려 호수의 작은 물결이 흐르자 마치 나무가 호수를 표류하는 것만 같은 착시 효과 였다.
다음 여정의 목적지인 남원으로 출발하여 거창 대야를 지나던 중 호수 위로 솟은 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편평한 수면 위에 가을 옷을 껴입은 나무라 그 모습이 도드라졌기 때문인데 적당히 차를 세워 그 모습을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길가에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어 서행 하며 가던 중 깔끔하게 정돈된 대야 마을에 닿자 너른 갓길이 눈에 띄였다.
강가로 내려가 처음 시선을 매료 했던 버드나무 한 그루를 가만히 쳐다 보자 바람결에 휩쓸려 따라가던 물결이 착시 현상을 일으켜 마치 나무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둥둥 떠가는 착각이 들었다.
가을 옷을 입은 화사한 가지를 펄럭이는 상태라 이미 겨울 정취가 만연한 사이에서 당연히 눈에 띄일 수 밖에 없었다.
버드나무와 함께 일련의 작은 섬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섬에 의지한 건 비단 버드나무 뿐만 아니라 이렇게 멋진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도 있고, 심지어 뾰족하게 솟은 앙상한 나무 가지 위에 새 한 마리가 쉬고 있기도 했다.
덩그렇고 황량한 호수 표면 위에 살며시 솟은 섬은 갈대가 넘실대고, 손길이 닿지 않아 그들만의 안식처인 양 각기 다양한 모습과 여러 생명들이 잉태 하며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했는데 평범한 일상에 작은 상상을 뿌리면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또 다른 세상이 탄생하여 예기치 못한 재미와 감동을 던져 줬다.
게다가 여정에서 기대하지 않은 감동들이 더 큰 여운과 설렘을 주고, 이런 맛에 여행을 떠나는 거 아니겠는가.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나는 가을에 남은 미련, 천은사_20191127 (0) | 2019.12.26 |
---|---|
큰 어르신 지리산에 안기다_20191127 (0) | 2019.12.23 |
오도산 휴양림에서 마지막 시간_20191126 (0) | 2019.12.22 |
오도산 정상에서 천리안의 시선으로_20191126 (0) | 2019.12.18 |
적막한 오도산자락_20191125 (0) | 2019.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