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속리산 아래 기개 곧은 벼슬아치, 정이품송_20220613

사려울 2023. 10. 14. 05:15

저물어가는 하루의 시간이 극적이었다면 수백 년 동안 단 하루도 소홀하지 않았던 소나무는 이 하루가 어땠을까?
역치는 자극에 쫓겨 무뎌지듯 수령님은 시간의 파고가 그저 숙명의 무수한 털 한 끗도 되지 않겠지?
저녁 식사로 들른 식당 쥔장이 유기묘를 거두고 나서 두 번째 출산으로 5마리 키튼을 선물했단다.
가만 보고 있으면 심장이 멎을 것 같아 그 자리를 벗어나면서 내게 무턱대고 궁뎅이를 내민 털보숭이 어미에게 냥캔과 항생제 선물로 응수했다.
이를 보면 생명의 위해함과 강인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정이품송은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에 있는 수령 600~700년의 소나무.
1962년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되었다. 조선 세조가 얽힌 전설이 있어 대중들에게는 한국의 천연기념물 중에서도 매우 유명하다.
[출처]보은 속리 정이품송_나무위키
 

보은 속리 정이품송 - 나무위키

속리산 법주사로 가는 길 한가운데 서 있는 속리의 정이품송은 나이가 약 600살 정도로 추정되는 소나무로, 높이 14.5m, 가슴높이 둘레 4.77m이다.이 소나무가 정이품송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데에

namu.wiki

 

 

곧은 기개, 정이품송_20210121

가는 날이 장날이 바로 이런 말이렷다. 때마침 보은장이라 복잡한 도로를 엉금엉금 기어 겨우 차를 세워 놓고 시장통을 방황했다. 분주한 한길과 달리 시장길은 생각보다 썰렁한데 그나마 큰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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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속리산 산행을 끝내고 터벅터벅 내려와 저녁을 해결할 요량으로 짬뽕집에 들르기 전, 가는 길목에 정이품송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활기 넘치는 땅거미 아래 정이품송의 자태는 더 멋지다.

짬뽕을 포장해서 나오는 길에 우연히 냥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같은 집사로서의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바람에 냥이에 관한 수다를 떠는 사이 쥔장이 얼마 전 출산한 키튼 자랑을 하시며 한 번 보고 가라는 말에 조용히 허리를 숙였더니 꼬물이들이 한데 엉켜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러다 잠든 녀석들 중 턱시도 하나가 깨어나 삐약삐약 거리는데 어린 냥을 보게 되면 심장이 멎는다는 표현, 정말 그 표현만 생각났다.
밖으로 나와 길가에 세워놓은 차 트렁크에서 냥캔과 항생제 몇 개를 꺼내 드리고, 어미가 부근에 보여 불렀더니 냉큼 다가왔다.
이참에 냥캔 하나를 따서 주자 그 자리에서 하나를 깨끗이 해치웠다.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발자욱 소리조차 없는 하루의 저뭄.
마치 가만히 자리를 틀고 앉아 시나브로 움직이는 호수 같았다.
힘든 산행이라기 보단 기나긴 여행 같은 속리산 산행, 그 단원의 막을 내리듯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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