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함께 캠퍼스를 밟았던 학우들 만나러 순천을 갔다 걸판지게 마시고 완전히 새 됐다.
워낙 뚝배기 같은 학우가 순천과 곡성-이 형은 10월에 전주에서 만났지만-에 살아 한 달 전부터 약속을 잡았는데 창원에 사는 학우도 꼭 참석하겠다고 해서 서울, 곡성, 순천, 창원에서 가장 모이기 쉬운 장소를 순천으로 결정 했고, 주말에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저녁에 도착하자 마자 들이 마셨다.
순천, 창원 학우는 꾸준하게 연락하며 지냈지만 1년 만에 처음 본 거나 마찬가지.
일 요일에 순천을 좀 돌아다니며 사진은 전혀 찍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텅빈 순천역 광장에 서서 빠듯하지만 남는 미련을 삭히지 못하고 뒤돌아서 둘러 봤다.
얕은 비를 뿌린 전날의 여운이 남아 세찬 바람과 함께 잔뜩 흐리다.
덜컹이는 열차가 생각나는 무궁화호가 역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와 정차 했다.
동탄을 가기 위해 익산에서 SRT로 환승 해야 되는데 KTX와 비교해도 소요 시간이 그리 크지 않아 무궁화를 선택 했고, 귀에 익숙한 덜컹대는 소리가 멀리서 부터 친근한 미소처럼 다가왔다.
익산까지 모든 열차가 일반 선로를 이용하는 탓에 고속 열차라고 해도 예의 날렵한 질주가 되지 않아 일반 열차와 그리 차이 나지 않고, 다만 간이역을 두루두루 정차하는 무궁화호가 정차 시간이 길어 늦어지는 것 뿐인데 가격 차는 크다.
이참에 추억의 열차인 무궁화를 선택했는데 도리어 고속 열차에 비해 객석은 훨씬 여유가 있고 친숙했다.
익산역에 도착 해서 환승하는 SRT 열차 시각이 잠깐 여유가 생겨 바깥 바람을 쐬러 역사 바깥으로 나와 광장을 잠시 돌아 다녔다.
익산역은 여수로 가든, 광주로 가든 반드시 거치게 되는 길목이자 필연이라 익산에 목적을 두고 찾은 적은 거의 없음에도 오며 가며 마지못해 스치다 어느새 정이 들어 버렸다.
열차 역은 언제나 아쉽거나 설레지만 그나마 역만이 간직한 감성은 달달했다.
순천 떠나기 전, 순천만 갈대밭과 선암사는 꼭 다녀 오리라 다짐했는데 다음 기회로 남겨 두고 반가운 사람들과 만나 소주 잔 기울였던 가장 큰 수확만 거뒀다.
젓가락이 닿는 곳엔 산해진미였고, 스치는 사람들조차 넘치는 정과 구수한 사투리로 마음이 포근한 시간이었다.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막한 오도산자락_20191125 (0) | 2019.12.09 |
---|---|
일상_20191121 (0) | 2019.12.09 |
일상_20191115 (0) | 2019.12.08 |
일상_20191112 (0) | 2019.12.08 |
일상_20191111 (0) | 2019.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