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눈이 내리던 나른한 오후에 봄이 지나던 길목에서 꽃잎의 콧노래를 따라 걷는다.
계절은 등을 보이지 않고 시나브로 이 길을 따라 떠나지만 이미 지난 발자국이 구구절절 아쉬울 때, 그때마다 모든 계절이 머물던 자리에서 피어나는 싹에게서 품은 감사의 씨앗을 추스른다.
얼마나 머나먼 길이기에 떠난 자리의 여운은 이다지도 클까?
퇴근길에 벚나무가 줄기차게 늘어선 길은 때마침 부는 한차례 바람이 햇살과 버무린 눈송이를 휘감는다.
봄의 전령사가 떠나기 전에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사진들을 연속으로 넘기면 우수수 떨어지는 눈발이 살아서 번뜩인다.
그래도 아직은 눈구름이 두텁다.
봄의 쾌청한 기운에 맞춰 가슴 이끄는 걸음 또한 경쾌하다.
신록이 눈발을 밀어내는데 그 또한 봄의 하나다.
녀석은 하루 중 귀가길에 가장 살갑다.
그 살가움이 넘쳐 백팩 위에 자리 잡아 퍼질러 식빵을 굽는다.
늘 먹어도, 늘 맛나고, 질리지 않는 식빵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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