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아산을 만날 결심, 곡교천 은행나무길_20240614

사려울 2024. 7. 23. 14:28

바람이 많은 날에 문득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걷고 싶었다.
곡교천에는 강물이 흐르고, 거리엔 바람이 꿈틀거리고, 허공엔 하늘이 흐르는 곳.
덩달아 사람들도 은행의 녹음 제방 사이로 흘러흘러 삶의 단맛을 머금었다.
버스를 타고, 다시 1호선 전철을 타고, 그러곤 온양온천역에 내려 버스를 타면 충분히 닿을 수 있어 가끔 차가 짐이라 여겨질 때 부담 없이 올만했다.
사람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생명이라 같은 존재를 제각기 다르게 받아들이기 마련인데 내게 있어 아산은 단순히 온천을 넘어 여행의 기분을 배부르게 채워주는 곳이었으며, 거룩한 현충사가 있는 의미심장한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산에 와서 덤덤히 걸으며 멋진 은행나무 가로수길의 낭만을 배웠다.

아산을 가로질러 아산만으로 흘러드는 곡교천은 천안천, 온양천 등 모두 33개의 지천을 거느린 하천이다. 하천연장 45.48㎞, 유로 연장 49.18㎞, 유역 면적 545.08㎢로 곡교천의 주요 지천인 온양천 합류점을 기준으로 상류의 지방하천과 하류의 국가하천으로 나뉜다. 곡교천은 시대와 지역, 구간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곡교천과 관련해 가장 오래된 자료인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에서도 「온양군지」에는 ‘포천(布川)’, 「아산현지」에는 ‘봉화천(熢火川)’, 「신창현지」에는 ‘차륜탄(車輪灘)’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외에도 포천(浦川), 견포(犬浦), 대포(大浦), 봉호천(熢湖川), 봉강천(熢江川), 미륵천(彌勒川) 등 다양한 이름이 있었다. ‘포천[布川, 浦川]’의 유래는 곡교천 하구의 포구인 견포(犬浦)로 흘러드는 하천으로 추정한다. ‘견포’는 곡교천 하구 일대를 기준으로 한 이름이다.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을 뜻하는 우리말 ‘개’에서 비롯되어 한자 견(犬)으로 표기하였고, 우리말 ‘개’의 한자 포(浦)는 중복이며 동시에 포구를 뜻한다.
[출처] 곡교천_디지털아산문화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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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충청남도 아산시의 젖줄로 일컫는 아산의 중심 하천. [개설] 충청남도 아산시의 중앙을 가로질러 흐르는 곡교천(曲橋川)은 총 33개의 지천을 거느린 하천으로, 그 주변에서 농경 산업과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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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길은 아산시 염치읍 곡교천을 따라 조성된 길이다. 아산시 충무교에서 현충사 입구까지 총 길이 2.1km 구간에 조성된 은행나무 가로수는 1966년 현충사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되었으며 1973년 10여 년생의 은행나무를 심은 것이 지금의 은행나무길이 되었다.
심은 지 50여 년이 지나 연령이 60년이 넘은 이들 은행나무 가로수는 이제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 사계절 방문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현재 은행나무길에는 총 350여 그루가 자라고 있고 이 중 곡교천변에는 180그루 가량이 가로수를 이루고 있으며 사시사철마다 형형색색의 이미지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출처] 은행나무길_아산시청
 

아산시 문화관광

너와 나 함께하는 아산에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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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아산 곡교천 여정을 도전, 늘어지게 늦잠을 자서 정오가 한참 지나서야 집을 나섰는데 오는 길은 버스를 타고 오산대역에서 내려 1호선으로 환승한 뒤 온양온천역에서 내려 다시 곡교천까지 가는 버스를 이용한 뒤에야 도착했다.

도합 2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그래도 올만 했다.

온양온천역은 꽤 활기차서 이용객들도 많았고, 사람들도 꽤 많았다.

막상 버스를 타자 충무교를 지나 엑스포 아파트에 금세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가까워 폭염만 아니라면 충분히 걸을만했고, 돌아가는 길은 저녁 무렵이라 도보를 이용해야 되겠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현실적으로 큰 불편 없이 올 수 있는 곳이라 작은 슬링백 하나에 카메라 정도만 넣어서 여기까지 도착했는데 늘 느끼는 거지만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사계절 멋졌다.

차량이 지나는 도로가 어느새 도보길로 바뀌는 지점이었다.

도보길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푸드트럭이 줄지어 서 있었고, 주변에 공공화장실이나 주차장이 있었다.

첫인상부터 친근함과 시각적인 장대함이 느껴졌고, 다시 뜯어보면 그 안에 친숙한 정취도 무심한 듯, 그러나 정교하게 짜여져 있었다.

충무교에서 현충사 방향으로 걷기 시작, 여긴 언제 오더라도 묘한 활기가 느껴졌다.

적당히 인적이 이어졌고, 햇살이 쏟아졌으며, 강을 타고 질주하는 바람이 지나쳤다.

그래서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 가로수길은 언제봐도 멋졌다.

이렇게 많고 수령이 긴 은행나무는 꽃과 달리 혜안과 진중함에서 비롯되었다.

정갈하게 늘어선 은행나무들이 어깨동무하여 만든 거대한 터널 속을 걷는 경험은 굳이 가을이 아니어도 충분히 흥겨웠다.

여전히 지속된 폭염에서도 이 멋진 가로수길을 걷는다는 건 지난 여정의 피로감을 달래는 민간요법이었다.

곡교천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몇 걸음 내려와 은행나무길의 끝을 훑어봤지만 어느새 다른 녹음들과 뒤섞여 끝을 보여주지 않았다.

곡교천 한 켠이 정갈하게 짜여진 길과 공원이라면 하천의 건너편은 날 것 그대로, 아니 자연 그대로의 생태천이라 극단적인 두 개가 조화로웠다.

그 계단에 서서 녹음만을 추스렸다.

가끔 이렇게 쉰들러기법으로 즐길 때가 있는데 때에 따라 매우 감각적인 결과물을 보여줬다.

수국이 핀 동산도 쉰들러기법으로 찍었는데 멀리 부정확한 색감은 오류일까?

옥에 티.

연신 불어오는 바람에 녹음 짙은 은행나무들이 찰랑거리며, 한 차례 불어오는 바람에 초록 물결이 일렁거렸다.

걸어왔던 방향을 뒤돌아봤다.

까마득히 충무교가 보였는데 이성과 감성이 압도당한 나머지 이렇게 멀리 걸어왔고, 어차피 마음먹은 대로 더 멀리 걷기로 했다.

곡교천과 고수부지가 하늘과 맞닿을 만큼 시원스럽게 트여 있었다.

때마침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는데 아기자기한 것들이 모여 풍성한 잔치상이 되었다.

인기절정의 팬더가 더해져 앙증맞은 정원이 탄생했고, 이런 정원이 부러웠다.

길고 강인하게 살 것인가, 아님 짧더라도 불꽃처럼 화려한 삶을 살 것인가.

아마도 후자를 선택한 꽃들이 절정의 불꽃을 틔웠다.

자연을 상대로 이런 빛깔 놀이를 종종 즐겼는데 언제나 재밌었다.

특히 블루톤은 너무 이쁘게 담겼다.

규모가 커서 하나씩 둘러봤는데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깝지 않을 만큼 슷비슷비한 소재들을 사용했음에도 어느 하나 같은 게 없었다.

어릴 적 학교 화단에서 친구들과 즐겨 먹던 사루비아를 위해 쉰들러기법으로 레드만 표현했고, 이 또한 재밌는 결과를 보여줬다.

붉은 울타리 내 멍하니 앉은 허수아비의 붉은 입술.

뜨거운 심장이 간절한 허수아비의 절망적인 표정이 보였다.

곡교천은 넓기도 했다.

이리 넓은 행사장을 꾸며도 전체적으로 아주 작은 일부로 보였으니까.

그래, 이 순간만큼은 아산과 함께.

많이 걸었는데 아직도 걸을 수 있는 여지가, 여유가, 의지가 충분했다.

멀리 곡교천을 가로지른 잠수교가 보였다.

아산시 스마트도서관과 카페거리를 지나면 거짓말처럼 인적이 부쩍 줄었다.

앞서 축제 현장을 지나 또 한참을 걸었고, 그 사이 석양의 빛깔은 짙게 익었다.

오렌지색이 조금만 더 분명했다면...

어느새 그리 까마득했던 잠수교에 닿았고, 걷던 관성을 멈추지 못해 계속 걸었다.

당진청주 고속도로에 맞닿는 부분이 거의 끝이었는데 거기서 반환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은행나무 가로수길에 오면 인상을 찌푸린 사람이 전혀 없었다.

그게 자연과 녹색이 주는 힘인가 보다.

꽤 많이 걸었던 행적을 밟아 다시 총총히 걸었다.

강도, 바람도, 석양도 끊임없이 불어왔다.

떠나려 할 때 아름다운 것들이 밟혔다.

빛깔이 그랬고, 거리가 그랬다.

자전거 대여소가 있었는데 저 정도 자전거를 타면 폭주족이 되더라도 당당하겠다.

꽃에 뒤질세라 스마트 도서관의 불빛도 화려하게 치장했다.

곡교천의 뽀또 스팟~

길에서 보이는 이모저모들.

냥이 한 쌍이 정말 다정하게 걸었다.

서로 몸을 밀치거나 꼬리를 교차시켰는데 울타리 안 나무 아래 어린 치즈들의 어미였나?

그 모습이 보기 좋아 한 동안 응시했다.

여기 오면 누구나 애정이 깊어지는가 보다.

다정한 냥이 한 쌍을 보느라 정신 팔려 있었는데 바로 옆에 홀로 퍼질러 있는 치즈냥이 태연하게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도리어 페로몬을 나눠주는 묘심 좋은 녀석이었는데 아뿔싸! 츄르를 챙기지 않았다.

츄르에 개의치 않는 듯 녀석은 한창 몸을 이리저리 부비부비하다 발치에 철퍼덕 머물렀다.

끝까지 아산을 떠나기 힘들게 만든 녀석이었다.

이제 걸어서 돌아가는 길.

널리 알리고 싶은 게 있거나 혼자만 알고 싶은 게 있다.
곡교천은 널리 알리며 자랑하고 싶은 곳으로 경직된 마음은 부드럽게, 건조한 감성은 따스하게 만드는 거리의 큐피드로 오죽했으면 냥이 커플도 그 애정을 과시하며 거닌다.
올 때는 버스를 이용했다면 갈 때는 전철역까지 도보를 이용했는데 그 또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아산에 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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