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은 약하고, 자태는 묵직한 사찰인 상원사는 남대봉으로 가는 길이라면 꼭 들러야 된다.
탐욕의 비늘이 있는 자리에 나지막이 울리는 산내음이 있고, 둔탁한 엔진소리 대신 발자국 소리마저 숙연하게 만드는 은은한 풍경소리가 있다.
치악산의 파수꾼처럼 잔혹한 세속에서 우뚝 선 절벽 위 큰 어른.
실크로드의 오아시스처럼 유혹이 난무한 산행 뒤에 눈과 가슴으로 갈증을 깨친다.
상원사에 들어서면 누구나 약속처럼 감탄사를 남발하게 된다.
허나 그 감탄사조차 착색되지 않은, 풍경처럼 맑고 솔직한 포효다.
마당에 묶여 있는 덩치 댕이는 눈이 마주치자 갖고 놀던 나뭇가지를 두고 갸우뚱 쳐다본다.
그러다 별일 없었다는 듯 다시 나뭇가지를 특유의 발재간으로 가지고 논다.
한 녀석은 곯아떨어졌는데 피로를 잊은 채 깨워서 같이 놀고 싶은 녀석들이다.
치악의 전설에 나오는 범종은 세속을 멀찍이 바라보며 침묵의 시선을 보낸다.
미세 먼지가 조금 짙던 날이라 시선은 그리 멀리 뻗어나가지 못하지만 가슴 속은 청명하다.
범종 옆 벼랑 끝에 선 나무의 곧은 자태를 말없이 쳐다본다.
원주를 등지고 남쪽을 바라보는 상원사의 세상은 잔뿌리처럼 사방으로 뻗은 치악산자락과 그 자락에 신선의 얼굴 주름처럼 패여 있는 수많은 골짜기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그건 생명에 대한 배려다.
석탄일을 바로 앞둔 시점이라 화려한 연등이 펄럭인다.
몇 마디 말과 사진으로 대체 불가능한 사찰, 상원사를 비추는 햇살은 유독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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