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긴 여름의 시작_20190601

사려울 2019. 9. 6. 00:49

동탄호수공원에서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이미 시간은 6시반을 훌쩍 넘겨 호수를 시계 방향으로 돌며 길이 더 꼬였고, 7시가 넘어 만나게 되었다.

호수 주변에 꾸며진 공원의 테마는 제각각 달라 지루할 틈이 없었고, 걷기 알맞은 날씨라 호수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았다.

불과 초봄에 왔을 때만 해도 호수는 텅비어 있고 공원엔 싸늘한 바람만 불었는데 그게 얼마 지났다고 완전 다른 세상의 풍경이다.



호수변 수변생태식물? 늪지? 같은 곳으로 진입해서 통화를 하며 걷는데 서로 이야기 하던 종착지가 달라 거기로 걷는다는 게 또 다시 다른 방향으로 걷게 되었고, 그럼 한 사람이 자리를 잡고 내가 찾아가는 게 수월하다고 판단하여 호수를 반 바퀴 돌아 약속 장소에 조우했다.

호수 서편에 위치한 레이크자이 테라스하우스 너머 석양이 드리웠지만 호반을 걷는 사람들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잰걸음으로 레이크자이, 오토리브를 지나 줄 지어 늘어선 테이블에서 지인을 만났고, 서산 마루로 일몰이 진행되자 주변 사람들은 일제히 장엄한 일몰을 관망하며 혼잣말처럼 하루가 지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땅거미만 남아 앉아 있던 자리를 일어나 호수를 한 바퀴 돌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해가 완전히 가라앉고 땅거미도 서녘으로 지는 광경을 바라 보며 레이크자이 뒷편에 텅빈 공원과 송방천을 따라 걷다 가로등 불빛이 환한 공원 한 켠의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시간의 단맛을 느낀다.

사람은 미련에 쉬이 발길을 돌릴 수 있건만 계절은 미련도, 발걸음을 돌리는 법도 없다.

다만 계절은 감정을 다스려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는다.

이미 해는 서산으로 기울었지만 미련 마냥 남은 땅거미는 그 여운을 천천히 추스르며 자신을 향한 시선에 실망을 다독여 준다.

가는 봄의 아쉬움을 뒤로 하자 여름이 따라 오며 동행해 준 휴일이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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