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보름 훨씬 전에 잡아 놓은 가족 여행에서 누님의 추천으로 문경 레일바이크를 첫 통과 의례로 잡았다.
일찍 출발한다고 했건만 시간은 훌쩍 지나 점심을 넘어 섰고 시간을 아낀답시고 점심을 집에서 해결하는 사이 지나치게 털어버린 이빨 세례들로 오후2시!
레일바이크는 5시까지 도착해야 되는데?
부리나케 서둘러 순조롭게 출발했고 나는 카니발 뒷좌석에 큰 대자로 뻗어 모자란 잠을 잤다.
근데 운전 중인 누님과 대화를 나누던 가족들이 너무 심하게 이빨을 털었는지 안성분기점에서 음성 방면으로 빠지는 길을 놓쳐 안성나들목까지 가버렸다.
그 이후 난 잠에 빠져 들어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일어났고 다행히 4시에 문경 구랑리역에 다다를 수 있었다.
구랑리역은 레일바이크를 위해 만들어 놓은 역으로 평일 오후라 이용객은 거의 없어 우리가 출발할 때 막 도착한 한 팀과 가은방향의 먹뱅이로 가던 중 한 팀 뿐, 대체적으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만땅 부리면서 음악을 곁들여 탈 수 있었다.
구랑리역에서 먹뱅이 구간을 선택한 이유는 문경역이나 가은역과 달리 오지 철도 여행과 같은 체험이 가능했고 어설프게 나마 빼곡한 문명을 벗어나 구시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른 구간들에 비해 도로와 만나는 곳이 적었다.
먹뱅이로 가는 길에 첫 번째 큰 강을 건너는 하내1교 옆 다리를 지나며 강 하류 방면으로 바라 봤다.
최근 문경이 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는 만큼 많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반해 이곳 일대는 조용한 편이었다.
이내 철길은 도로와 헤어져 깊은 숲속을 달리며 가은에서 흐르는 영강을 따라 줄곧 이 숲을 벗어나지 않아 레일바이크의 바퀴 굴러가는 소리 외엔 문명의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틀어 놓은 음악의 소리를 조금 더 올려도 누구 하나 듣지 못할 만큼 빼곡한 나무숲이 회귀한 문명의 공간을 단절시켜 주었다.
먹뱅이로 가던 길은 좌측에 영강의 유유한 물줄기가 흐르고 먹뱅이를 돌아 다시 구랑리역으로 가는 길은 반대로 우측에 영강이 놓이게 된다.
좌측에 영강의 트인 공간인 걸 보면 아직 먹뱅이에 도착 전, 우측은 300여 미터가 조금 넘어 높지 않은 마양산 자락이지만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성하게 나무가 서 있었다.
먹뱅이를 돌아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자.
이 얼마나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 인가.
이미 지나왔던 영강의 하내1교 부근을 지나 구랑리역에 거의 근접했다.
이 부근 쯤 오게 되면 철길 옆을 지나는 도로와 그 위를 간헐적으로 달리는 차량을 볼 수 있어 잠시 단잠을 꾸고 일어나 현실 세계를 느끼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이 날 우리 뒤를 따라 오는 레일바이크가 하나도 없어 가던 길에 잠시 멈추고 가족들과 사진을 찍으며 느긋하게 둘러 볼 수 있었다.
출발할 때 잠시 부산을 떨었던 덕분에 여기에서 진정한 여유를 만끽하게 된 만큼 이 여세를 몰아 저녁 식사도 편안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근래 들어 몇 번 문경, 예천을 들렀던 누님 식구들의 추천으로 찾아간 모퉁이밥집은 저녁 식사를 위해 올갱이 해장국이 있었다.(올갱이는 충청도 사투리라네!)
다슬기도 많이 들었고 밥 인심도 좋다 길래, 그리고 양이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국그릇을 가득 채운 부추와 각종 건데기들은 아마도 매형 입맛을 확실히 사로 잡았었나 보다.
다슬기가 많이 들어가고 제법 정성스럽게 손질 했는지 다슬기 뚜껑(?)이 씹히지 않은 식감이 좋았지만 끝내 입안을 떠나지 않는 조미료 맛은 입에 침을 튀기며 까지 추천하고 싶지 않고 내 최고의 다슬기 해장국은 여전히 충북 영동 황간에 있는 동해식당이다.
다만 문경이 관광지화 되면서 빠르게 치솟던 음식값에 비한다면 이곳은 충분히 착한 가격임에 틀림 없다.
저녁을 해치우고 어둑해 질 무렵 미리 잡아 놓았다고 착각한 채 도착한 조령산 자연휴양림은 뒤늦게 내 착각의 추억이 돋아 났다.
근무 시간에 부랴부랴 조령산 휴양림의 통나무집을 예약 했건만 급작스런 업무로 결제를 잊어 버렸고 이 날이 되도록 난 굳건히 예약한 걸로 자신한 채 체크인을 시도했지만 예약 건이 없단다.
다행히 여기 계신 분들의 친절로 2박을 결제, 원래 현장 결제는 예약이 안 되어 이튿날 오전에 미리 연락을 받고 연박을 하겠다고 했더니 예약으로 잡아 주셨다.
그 분들 친절이 아니었다면 늦은 시간에 다른 숙박 업소를 찾아 헤맸겠지?
역시나 서울에 비해 서늘한 가을 내음과 통나무집 뒷편에서 끊이질 않는 여울 소리에 정신 없이 잠을 청한, 올 들어 세 번째 조령산 여행 첫 날의 가을 같은 하루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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