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긴 동선을 그리느라 피로도가 꽤나 누적 되었는지 해가 높이 뜰 무렵 느지막이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때우고 통나무집을 나섰다.
명색이 조령산 휴양림에 왔는데 숲과 조령관 공기는 허파에 좀 챙겨 넣어야 되지 않겠는가.
여기 온 이유 중 하나도 오래 걷기 힘든 오마니 배려 차원인 만큼 산책하기 수월하고 그참에 조령관까지 가는 방법도 가장 쉬우면서도 걷는 희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막상 산책로를 걷기 시작하자 기대감이 산속의 물 이상으로 철철 넘쳐 여기저기서 사진 찍느라 여념 없다.
그도 그럴게 우거진 숲과 더불어 이른 가을 바람이 걷는 내내 숲속의 향그러운 내음을 실어 주는 데다 이따금씩 뛰쳐 나오는 다람쥐와 새들이 촐싹거리며 응원해 주는 것처럼 보여 년중 내내 도시 생활에 갖혀 있는 가족들에겐 이 모든 게 옛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차고도 넘치기 때문이었다.
사방댐 부근엔 콘크리트로 찍어낸 흔하디 흔한 수로가 아니라 통나무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낸 계단식 수로가 있는데 이마저도 신기했는지 서로 번갈아 앉아가며 사진을 찍어댔다.
조령관에 도착했을 때는 성취감에 더해 새로운 경험의 탄성을 뱉어 낸다.
오마니는 오마니 대로 젊은 시절의 건강이 그리웠던 참에 어렵지 않게 하나를 성취해서 좋아하셨고 다른 가족들은 그들대로 기대 없이-휴양림과 숲은 거의 비슷하겠지 하던 생각을 말아 잡수시는 예상 외의 우거진 숲이 주는 안락함- 올랐던 여정의 만족감을 충족시켜 줬기에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탄성일게다.
첫 날과 이튿날은 무척이나 이른 가을 치고 밤 기온이 섭씨 10도까지 내려가 때이른 서늘함이 춥게 느껴졌다면 셋째날은 전형적인 가을로 돌아와 조금 덥고 따가운 햇살은 여전 했는데 조령관에 도착했을 무렵 깊은 바다처럼 펼쳐진 하늘과 그 하늘을 기대어 부는 바람은 응달에서 잠시 쉬는 사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땀방울들을 훔쳐 자취를 감췄다.
그만큼 활동하기에 띵호와~
9월 2일이 주말이라 역시나 지금까지 방문했던 조령관에 가장 많은 방문객이 들렸고 끈적이던 여름이 가을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기점과 맞물린 여파가 크겠지.
가족들은 빼곡한 숲을 지나 산중에 이렇게 너른 유적지가 신기했는지 연신 폰카 셔터를 눌러대며 사진을 찍는 사이 가을 하늘에 풀어 놓은 새털구름은 세찬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열심히 이동 중이었다.
가을이면 유별나게 많은 잠자리가 맑은 대기를 뚫고 내리쬐이는 가을 햇살을 온 몸으로 받는다.
줄 하나에 빼곡히 자리 잡은 잠자리는 바람이 불거나 사람이 지나가면 허공으로 날아 올랐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일광 중이시다.
조령관에 오면 쉽지 않은 산책로를 따라 열심히 올라온 방문객들의 갈증을 풀어 주는 약수터가 하나 있어 물 한 사발을 들이켜 활력을 되찾고 다시 올라왔던 길을 거슬러 내려감과 동시에 아쉽지만 이 여정을 끝으로 집에 돌아가야만 한다.
산중 치곤 많은 사람들이 문경 방면에서 끊임 없이 올라 오지만 그 사람들이 왔던 반대 방향의 휴양림으로 이제 마음을 추스리고 출발했다.
올해 장마철의 많은 비로 너른 산책로의 흙이 많이 쓸려 가 곳곳이 작은 실개울의 흔적이 있고 그 개울을 따라 쓸려간 녹색의 황량한 공백에 새로 자리를 잡고 태동한 버섯 하나가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나의 작은 여정은 그 끝이 늘 아쉽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지만 다음에 떠날 여정을 위해 욕심을 버려야 되듯 가족들의 표정 또한 올 때 만큼의 밝은 설레임이 없지만 그렇다고 어두운 건 아니었다.
여행의 길가에 펼쳐진 희열을 누구나 할 것 없이 각자의 방식대로 든든히 챙겨둔 덕에 표정이 진중해 지는 건 막무가내로 챙겨둔 것들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을 뿐이다.
처음 왔을 때 칠흑 같은 암흑 너머의 두려움과 동경도 추스려야 다음 여행에 대한 용기가 생기는 벱이니까.
돌아 오는 길에 점심을 해결하고자 들린 수안보는 초입부터 누나와 매형이 추억의 실타래를 펼치며 잠자고 있던 추억들을 들려 줬다.
처음 방문했을 때가 90년대 초, 당시 수안보는 전국에서 손 꼽히는 유명 관광지 였건만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거리를 보며 믿기지 않는 격세지감을 털어 놓았다.
그런 기억을 되짚는 사이 적당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푸짐한 점심을 끝으로 이번 여정 동안 활짝 열어 제쳤던 감성의 대문을 닫으며 그와 함께 다가올 가을의 한껏 부푼 기대를 담기 위해 곳곳에 쌓인 마음 때를 돌아가는 길가에 털어 놓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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