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구름도 쉬어가는 곳, 무주 향로산_20190430

사려울 2019. 8. 29. 05:22

전날 밤, 사위가 구름에 휩싸인 상태로 원두막 같은 숙소의 창을 열자 마치 공중부양한 상태처럼 떠 있는 착각에 빠졌다.

두렵거나 무섭지 않은데 묘한 위태로움이 공존하는 극단의 복선이랄까?

물론 기우에 불과했다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고, 근래 찾은 여느 숙소들과 비교했을 때 전혀 뒤쳐짐은 없었다.

게다가 주변 환경의 쾌적함이나 새벽 운치, 적당한 거리를 둔 통나무집이라 아무리 떠들어도 엥간하면 방해 되지 않았던 만큼 아늑의 극치 였다.

3일 동안 향로산 휴양림 내에서 머무른다고 할지라도 지루함은 찾아 볼 수 없을 테고, 쉼 없이 지저귀는 새소리와 적당히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바람소리는 줄곧 듣더라도 이물감이 없었다.

물로 무주에 왔으니까 한 자리에 머물 수 없겠지만 작은 산임에도 가파른 비탈과 주변 경관은 잠시 세상을 잊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슬로시티에 왔건만 시간은 야속하게 골짜기 힘찬 물줄기처럼 빠르게도 흘러만 간다.



이른 아침에 눈을 떠 창 너머 눈에 보이는 경관은 구름과 산이 뒤섞여 신비롭고 세상과 격리된 기분이다.




아침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된 건 근래 들어 기억에 까마득한 새들의 아름다운 지저귐에 비몽사몽으로 흘려 보내기 아쉬워 정신을 차리면서 잠까지 떨쳐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밖을 나와 아직도 잠든 세상을 외면한 채 서성이며 주변을 둘러 보다 시선은 통나무집 아래 비탈진 경사에 멈췄다.

서로 사랑의 노래를 주고 받는 새들과 듬성듬성 피어나는 봄의 흔적들이 한데 어울리는 모습이 무척 조화롭다.



통나무집이 서 있는 자리는 아찔한 경사면 인데 거기에 더해 자욱하게 감싼 구름으로 인해 밤에 공중부양한 착각에 빠질 만도 했다.

창을 열고 바로 아래 발치는 급경사와 거기에 의지해 산에 바짝 달라 붙어 크게 굽이치는 도로가 보인다.



외출 준비를 끝내고 먼저 밖으로 나와 통나무집을 바라 보면 이런 모양새다.

빈약한 기초에 집 한 채가 의지하고 있지만 막상 집 안에서 지내다 보면 위태롭거나 흔들림이 없어 신기하기도 하고 불안도 잊을 만큼 땅에 직접 의지한 여느 집과 다를 바 없었다.



맞은 편에 한 평이 더 큰 통나무집은 외관과 구조가 좀 다른데 이 자리에 머물렀던 부부가 외출하면서 우리가 기거하는 방을 구경해도 되겠냐는 부탁에 흔쾌히 문을 열어 주자 도리어 우리 집이 더 널찍해 보이고 공간 쓰임새가 좋단다.

부부가 머물렀던 집은 방 한 가운데 계단이 연결되어 있어 평수는 한 평 넓지만 공간 활동도가 떨어져 답답 했단다.



우리가 기거 했던 방보다 한 평 작은 통나무집은 멀찍이 서 있는데 이 모습을 보노라면 이번 향로산 휴양림의 통나무집이 모두 설명된다.

휴양림 숙소라 숲을 끼고 있는 건 당연하지만 비록 낮은 산임에도 고도차가 심해 지형적인 특성을 고스란히 잘 활용하고 있어 평이한 여타 휴양림 숙소에 비해 만족도가 높고, 그에 따라 인기도 좋아 주말 휴일은 예약하기 쉽지 않았다.

축조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관리가 잘 되고 있어 쾌적한 환경과 더불어 실내에서도 정갈한 숲의 느낌이 그대로 재현된 기분이 들었다.

모험 삼아 향로산 휴양림을 예약한 건데 이번 선택은 탁월 했고, 덕분에 시작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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