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초봄에 온 이후 언젠가 다시 오리란 다짐만 손에 꼽아 놓고 드뎌 숙원을 푼 무주 행차시다.
거쳐간 적은 많지만 무주에 목적을 두고 온 건 10년 만이라 당시를 반추해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
성스러운 백두대간이 품은 고장이라면 어느 하나 소홀한 곳 없겠지만 작고 아담 하면서 잘 꾸며진 모습이나 과묵 하면서도 많은 전설과 구전을 간직하고 수줍은 듯 자신을 숨기고 있지만 기실 겸손과 뚝배기 같은 이미지가 연상 되기도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지역도 첫 인상이란 게 반이라고 하지 않더냐.
봄비가 구슬프게 내리던 초저녁에 도착하여 무주를 아우르는 남대천을 거쳐 미리 예약한 숙소에 봇짐을 풀어 헤쳤다.
초저녁에 도착하여 간단한 비상 식량을 마련하는 사이 빗방울이 가늘어지고, 그 가늘어진 보슬비가 피부에 닿자 간지럽힌다.
아담한 무주의 모습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선명하다.
미리 예약한 숙소는 향로산 휴양림 내 통나무집으로 지금까지 많은 휴양림의 숙소를 이용해 봤지만 가장 개성이 넘치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 곳이다.
등고차가 심한 자리에 원두막 같은 통나무집이 들어서 있어 마치 공중 부양 중인 착각이 든다.
내리던 비가 그치고 물안개 자욱한 밤이라 구름 속에 통나무집이 있어 창을 열고 랜턴을 비추면 어딘가 바쁘게 흘러가는 구름 입자가 보인다.
집 자체의 만족도는 왠만한 휴양림보다 깔끔하고 관리도 잘 되어 아주 만족스럽다.
평일이라 텅비어 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양 옆에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걸 보면-다음날 우리처럼 가족끼리 찾은 휴양객이다- 이 정도 시설과 이 정도 운치에 당연할 법도 하다.
모두가 잠든 밤, 통나무집마다 불이 꺼지고 세상엔 지저귀는 새소리가 가득하던, 무주의 첫 날은 무척이나 설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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