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냥이_20241208

사려울 2025. 2. 10. 22:56

추운 겨울과 달리 햇살이 한껏 쏟아지는 집엔 창을 사이에 두고 영화처럼 포근한 빛과 온기를 뿌렸고, 햇살이 좋은 창가에서 녀석은 달디단 낮잠에 빠져 들었다.

작은 모포를 덮어주면 거기에 얼굴을 묻고 고요히 잠을 청하는 모습에서 일상의 평온을 속삭였다.

소파에 앉아 티비에 빠져 있는 사이 하루 해는 어느새 정오로 숨 가쁘게 달렸고, 소리소문 없이 잠을 떨친 녀석은 가족들 앞에 앉아 눈을 맞히는 놀이를 즐겼다.

일상을 함께하는 여집사 앞에서 가만히 두 눈을 맞히는 녀석을 보면 심장을 가진 생명의 체온 그 이상의 따스한 위로를 받게 되는데 녀석 또한 그런 가족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관심의 양분을 듬뿍 흡수했다.

정오가 지나 티비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울려대자 녀석은 소파에 자리를 잡고 함께 티비를 봤다.

이런 광경은 흔히 있는 일이라 별 감흥 없이 각자 앉아 있던 자리를 고수하며 점점 겨울을 관통한 따스한 햇살 아래 한 주의 긴장이 녹아 휴일의 나른함이 밀려들었다.

한 순간 녀석이 지루했는지 집사의 발치에 발라당 드러누워 자리를 잡고 관심을 훔쳤다.

뭐가 그리 맛난 지 한참 망고스틴이 박혀 있는 족발을 빨아댔다.

그러다 잠드는가 싶었는데...

다시 벌떡 일어나 집사 발등에 족발 하나를 걸친 채 깜빡 잊은 듯한 그루밍을 이어갔다.

그루밍을 끝내기 무섭게 바닥을 발라당 한 바퀴 굴러 집사 발등 위에 궁뎅이를 걸친 채 녀석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 포근한 휴일 오후가 지나면 다시 일상을 준비하기 위해 집을 떠나야 하는 집사는 이래서 마음도 무겁고, 걸음도 무겁다.

반응형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냥이_20241216  (0) 2025.02.28
냥이_20241215  (1) 2025.02.28
일상_20241207  (0) 2025.02.10
일상_20241202  (0) 2025.01.17
냥이_20241130  (0) 2025.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