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날' 바로 성탄절이 어느 순간부터 벅차던 희열이 사라져 이제는 그저 여느 휴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친구들과 시골 마을의 작은 교회에서 연극하거나 캐럴을 부르거나 맛난 주전부리를 마음껏 먹을 수 있던 시대가 지나 더 이상 애타게 바라는 게 없던 변곡점을 지나 이제는 애타는 누군가를 해소시켜 주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기대감이 사라진 게 아닐까 싶었다.
그나마 휴일이란 건 그토록 나를 기다리던 녀석을 만나는 게 위안이었는데 이사를 앞둔 시점이라 녀석을 포함한 모든 가족들이 기념일을 고찰할 겨를이 없어 26일까지 주어진 휴일조차 정신없이 지나 버렸다.
집에 오면 늘 따라다니는 녀석은 이렇게 혼자 멀찍이 떨어져 있을 때엔 눈 맞히려 노력했다.
입양 전에 왼쪽 족발과 고관절 골절로 앉아 있거나 식빵 굽는 자세가 기형적이긴 하나 정들면 그 모습은 더 이상 흉해 보이지 않았고 도리어 애잔하게만 보였다.
그래도 불편하거나 아프지 않으면 다행이라 여기자.
늘 같이 있는 집사 앞에서 자리를 잡고 빤히 쳐다보며 눈 맞히는 건 녀석의 유일한 낙이었는데 조금 시기, 질투가 생기긴 했지만 녀석이 생각하는 어미한테 의지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녀석은 집을 지키는 집사를 꿀 발린 눈빛으로 째려봤고, 난 그런 녀석을 째려봤고.
그 시선의 삼각관계가 어쩌면 평온한 성탄절을 집약하고 대신할 수 있는 모습 아니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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