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498

부산으로의 출발_20150612

작년 가을, 한창 나이에 생을 떠난 친구의 흔적을 찾을 겸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서울역에서 부산으로 떠났다. 내가 근래 몇 년 동안, 일 년에 두 번 정도 유일하게 부산을 내려갔던 이유였었는데 그 친구가 떠나곤 한 번도 부산을 가지 않았었다.허나 그 추억들도 이제 묻어 둬야 되기에 여름이 오기 전, 그 흔적들을 마지막으로 찾아 보고 싶었다. 용산역을 지날 무렵, 내 생각을 알아 주는 하늘이 고맙다.무언가를 보여 주기 보단 그저 덤덤하지만 깨끗한 하늘.그 소식을 들었을때 난 누구에게도 위로 받고 싶지 않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흐느끼는게 가장 위로가 되었다. 비교적 먼 곳까지 덤덤하게 틀어 놓은 음악은 때마침 뉴에이지의 잔잔한 파도가 찰랑이며 밀려 온다. 내가 이 부산역 광장에서 얼만큼 설레었고 얼마나 뿌듯..

5월도 보내고 횡계도 보내고_20150531

휴식을 편안하게 하고 나면 뒤따르는 극심한 후유증은 집착처럼 따라 붙는 헤어짐의 아쉬움이다. 늦은 오후에 숙소를 빠져 나와 아직도 남은 아쉬움을 표출하듯 알펜시아를 둘러 보곤 봄과 함께 작별을 직시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들판과 알펜시아 너머에 드리워지기 시작하는 여름은 봄의 자리를 이어 받아 봄이 다져 놓은 이 땅의 부드러움을 퇴비로 하여 한바탕 신록의 기세를 만방에 퍼트릴게다. 낮 동안 대지를 태울듯 내리퍼붓는 햇살을 조금씩 모아 두었다 어느 정도 담았을 즈음해서 땅속에 잠자고 있던 녹색을 밀어 내면 이제 완연한 여름이 될 터.그 여름의 세상이 되면 자연과 사람들도 거기에 맞춰 옷을 갈아 입겠지. 봄의 전하러 강남에서 온 제비 가족은 터미널 처마끝에서 틀어 놓은 둥지에 단아한 가정을 꾸렸다.포근하던 ..

창 너머 봄 비 만나는 날_20150419

산책 중에 내리던 가느다란 비가 어느 정도 굵어져 그 비를 편하게 구경하기 위해 카페로 들어가 창가 자리에 앉았다. 때마침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던 투썸이 편했던 건 사각이던 봄비만큼 감상하기 좋게 내부도 한적하고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촉촉히 내리는 봄비를 따라 봄소식을 미리 듣고 땅에서, 잠에서 깨어나는 것들을 만나러 갔다.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잠이 들어있는 생명을 살포시 흔들어 서서히 눈을 뜨며 그간의 편안한 잠자리 후의 개운한 미소를 짓는다.싱그러운 봄의 새로운 녹색들은 이제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녹음이 짙어질 더욱 파란 녹색으로 단장하고 여름에 활동할 생명은 가느다란 빗방울로 얕은 세수를 하며 봄단장에 여념 없는, 빗소리가 듣기 좋은 봄날의 휴일이다.

햇살이 없는 봄도 아름답다_20150410

봄이 오는 소식은 집이 아니라 집 밖에서 만날 수 있다. 어느 활동하기 좋은 주말의 비교적 늦은 밤에 카메라만 동여 메곤 만나고 싶은 봄을 사진으로 담는 설레임은 몽환적인 휴일의 단잠과도 같기에 소소한 봄의 산책을 해본다. 겨우내 단조로웠던 옷가지를 여러가지 빛깔로 물들인 옷으로 갈아 입는 봄을 흉내라도 내듯 연신 다른 빛깔의 색동옷으로 분주히 갈아 입으며 마치 새옷처럼 단장을 한다. 봄이 가진 특기 중 하나가 바로 싹을 틔운 나무의 태생하는 녹색에 새벽 이슬처럼 싱그러움과 아이처럼 수줍은 미소를 불어 넣어 불빛에 굴절되면 경직되어 있던 시선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갈증에 갈구하는 봄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다.언제나 봐도 지상의 녹색이란 단어 중 가장 아름답고 따스하고 정감 있는 녹색은 이맘때 서서히 태동..

망우공원 야경_20150403

인터불고 호텔에 숙소를 잡은 덕분으로 한결 마음이 가벼운 상태로 대구에 도착해서 보니 이미 해는 지고 배는 고프고 몸은 쑤신다. 얼릉 저녁을 해결할 겸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가 보니 텅빈 망우공원에 바람 뿐인데 아직은 바람살이 차다. 동촌유원지 투썸을 먼저 들린건 커피가 고파서.딱 피부에 와닿는 촉감 좋은 봄바람이 벚꽃 만개한 가지를 사정없이 흔들어대는 모습이 더욱 화사한 꽃바람이자 봄바람 같다.사진 외에 동영상도 찍어 뒀는데 이건 귀차니즘을 극복한 다음에 올려야 긋다. 인터불고 호텔에 짐을 풀고 활동하기 좋은 복장으로 단장한 후 바로 옆 망우공원으로 나가봤더니 도시 근교의 공원이라 그런가?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썰렁하기까지 하다.허긴 이른 봄의 밤인데다 바람이 워낙 넘실거려서 좀 추울 수도 있겠다.적당..

출장길에 봄소식_20150318

비록 출장길이었지만 잠시 들렀던 멋진 바다 전망의 식당 부근에 이색적인 풍경들이 눈에 들어 왔다. 봄소식 치곤 요란할만큼 비가 많았던 남해 바닷가에서 서서히 태동하는 봄은 겨울을 떠밀지 않고 잠시 쉬는 빈자리를 대신 할 터. 앙상하지만 무수히 뻗어나간 나뭇가지를 보고 있노라면 여름이 오더라도 세상 태울 듯한 이글거림을 홀로 떠받히겠지?부쩍 굵어진 빗줄기가 조바심에 늑장 부리는 봄을 다그친다. 바다를 바라 보는 자그마한 집 마당은 이미 봄이 와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담장을 허물었다.그 봄을 얼마나 기다렸을지 알 수 없지만 지나고 들르는 계절이 나기엔 이만큼 편안할 수 있을까?잠깐 비를 맞으며 봄을 기다리는 나무의 묵묵한 뒷모습을 읽어 본다.

노작공원의 설연휴_20150218

설 전날에 추위를 잊고 텅빈 거리에서 크게 음악소리와 함께 바람을 따라 밤을 찾아 나섰다. 바람이 가르쳐 준 곳은 넓직한 노작공원의 허허한 공간. 명절의 분주함과 설렘이 공원에겐 상대적인 고독이라 그 빈곤을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들은 찾지 않는 사막이 되어 버렸다. 이 넓직한 공간에서 스피커 목청을 올려 적막을 깨치려 했더니 음악 소리마저 힘 없이 흩어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