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9

거친 비바람 속 영일대 해변과 전망대_20230507

바다가 거칠다고 하여 주눅 들지 않았다. 바다를 막는 구조물이 있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파도가 거칠다고 한들 해변의 모래는 익숙한 고난이자 일상이며, 바람이 표독하다 한들 인간은 극복의 대상이자 삶의 필연이었다. 낯선 도심 산책으로 익숙한 찰나의 시간을 즐겼다. 영일대 해상누각은 1976년 개장하여 포항 시가지에서 접근성이 좋고 해안가에 형성된 식당, 카페 등 상점가가 있어 낮과 밤 모두 즐기기 좋은 포항의 대표 해수욕장 중 한 곳이다. [출처] 영일대 해상누각_오선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다녀온 뒤 숙소에 들어와 바람이 가득한 세상을 창 너머에서 무심히 바라봤다. 세찬 바람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그래서 용기 내어 외출 준비를 했다. 파도가 부서진다는 게 저런 걸까? 부서..

먼 길 달려온 포항 영일대_20230506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그래서 기약도 하지 않았었는데, 장대비를 뚫고 도착한 동해바다. 언제 왔는지 기억에도 가물한 포항에 닿아 늦은 밤 고요의 파도에 마음 돛단배를 띄워 구름에 가린 달빛에 속삭였다. 세찬 비바람과 달리 시선의 접점은 평화롭기만 했는데, 도톰한 운무 이불 아래 깊은 잠에 빠진 수평선은 어떤 꿈을 베고 잘까? 라한호텔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였다가 경영개선 계획에 따라 2017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되었다. 울산, 경주, 영암, 포항, 전주에 호텔을 운영 중이다. 씨마크호텔 경우 동해관광호텔을 인수해 개관하였다. 앞에 경포 해수욕장을 비롯한 동해 바다와 뒤엔 석호인 경포호의 전망이 보이는 것이 특징으로 2013년 시설 노후화 등으로 인해 호텔 재건축에 들어갔으며, 2015년 씨마크호..

너그러운 남한강에 기대어_20190524

이튿날 커튼을 열어 젖힘과 동시에 강렬한 햇살이 사정없이 실내로 넘쳐 들어와 호텔방 안을 가득 채웠다.전날 밤 늦게 도착해서 창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을 때 자욱한 가로등 불빛에 호텔 옆 주차장과 공원만 비추며 활기가 넘쳤는데 낮이 되어 밖을 보자 익숙하던 공원을 비롯하여 밤에는 쉽게 보이지 않던 잔잔한 남한강과 그 건너 신륵사, 그 너머 광활한 여주의 평원까지 여지 없이 보인다. 남한강과 공원이 만나는 지점에 나루터가 있고 연이어 캠핑장이 촘촘히 박힌 너른 유원지가 펼쳐져 있는데 아침부터 워낙 따가운 봄햇살이 내려 쬐여서 그런지 인적이 거의 보이지 않고, 신록만 흥에 겨운 전경이다. 썬밸리 호텔에 자리 잡은 워터파크는 아직 뜨거운 여름 시즌이 오기 전이라 텅비어 있는 그대로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로..

여주에서 만난 야경_20190523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남한강변으로 차를 몰아 여주 시내가 보이는 한강의 너른 고수 부지에 산책을 하며 야경을 즐겼다.산책로를 따라 느긋하게 걷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이지만 그 길을 버리고 강 가까이 비포장길을 걸으며 마땅한 데를 찾아 간이 의자를 펼치고 야경을 감상하는데 때가 때인 만큼 날벌레들이 가느다란 빛을 보고 모여 들었다.장노출할 의도라 비교적 긴 시간 머무르며 셔터를 노출 시켜 둔 채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문명의 빛을 바라보는 내내 평온한 기분이다.크게 화가 날 일도, 함박 웃음을 터뜨리던 일도 단편적으로 파편화된 기억 마냥 떠오르지만 당시와는 달리 감정의 동요가 일지 않는 걸 보면 순간의 감정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한 게 아닌가 싶다.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닌 일에 본질을 잊고 팔팔 끓어 ..

두 번째 방문한 파크로쉬_20190328

2월 중순에 찾아왔던 파크로쉬를 이번엔 하루 이용할 요량으로 역시나 밤길을 달려 왔다. (정선 파크로쉬로 떠나다_20190216) 지난번 도착 시각이 저녁 8시 반 정도 였다면 이번엔 한 시간 가량 늦어 주변을 둘러 보고 자시고 할 겨를 없이 바로 뻗었다. 한적하고 편안한 숙소로 더할 나위 없어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회사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 평일이라 좀 더 저렴하고 조용하며, 스키장 뷰 였던 2월과 달리 이번엔 도로와 콘도 뷰. 두 번째 방문은 마치 웰메이드 영화의 아류작처럼 적당한 실망도 있었다. 이번엔 가리왕산과 반대되는 방향의 백석봉 방면이라 경관에 대한 흠 잡을 만한 꺼리는 없고, 발바닥에 집요하게 엉겨 붙은 몇 가닥 긴 머리카락이 성가시다. 이봐! 난 단발이라구! 호텔을 나와 정선 방면으로 조..

7번 국도 울진 도화 공원까지_20190313

부산에서 출발해서 포항까지 오는데 한참을 걸려 17시반 정도로 늦어버렸다.학교 공직 생활을 하는 야무진 동생을 만나 커피 한 잔 나누는 사이 무심한 시간을 지칠 줄 모르고 흘러 이내 헤어졌고, 7번 국도를 따라 오는 사이 시간은 꽤나 많이 흘러 10시 정도가 되어서야 울진 도화공원에 도착했다.가뜩이나 울진하면 오지라는 인식이 강한데다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공원이라 이 시각도 한밤 중인 시골 시계를 감안 했을 때 공원은 밝혀 놓은 불이 아니라면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텅빈 우주와 같았다.비 내리던 어제와 달리 미세 먼지로 대기가 뿌옇게 흐려 조금은 우려를 했지만 어찌하오리.이따금 텅빈 공원의 주차장에 차가 들어오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가 버리면 공원 전체는 아무런 소리도 전달되지 ..

창원과 부산 여정, 남은 건 사진 하나_20190313

전날 창원으로 가게 된 건 작년 학습에 자료를 제공해 준 분께 감사의 표현이자 받은 자료를 고스란히 전달해 주기 위함이었다.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선뜻 자료를 전달해 주시면서 많은 분들이 그 자료를 통해 합격의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선행에 너무 감사했다.같이 공부하던 학우들 중에선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고, 필요에 의해 없는 건 제공 받을 지언정 가지고 있던 자료는 꽁꽁 숨겨 혼자, 아니면 가까이 친분을 둔 학우들과 공유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상대 평가도 아닌데 많이 합격하면 심사가 뒤틀린다는 심보려나?그렇게 순수한 선행이 고마워 택배로 자료를 보내기엔 감사의 표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거 같아 직접 찾아 뵙겠다고 미리 밝히고 내려가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보은을 지나 속리산 부근으로 지..

정선 파크로쉬로 떠나다_20190216

원래 의도와 다르게 혼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좋았던 이번 여행.영동 고속도로 진부에서 내려 정선 숙암으로 천천히 흘러갔다.토 요일 저녁이라 차가 많을 법도 하지만 진부를 벗어나 매끈하게 뻗어있는 59번 국도를 따라 밤길을 달리는 동안 지나는 차가 거의 없어 진행하는 속도를 낮추고 천천히 정선 푯말을 따라 나아갔다.정선이 멀고 험한 길을 거쳐야 한다는 편견과 달리 어두운 밤길을 가는 내내 도로 컨디션은 상당히 좋았고, 과거 2015년 늦봄 무렵 정선에서 반대 방향으로 갔던 때가 있었는데 당시 정선을 벗어나 두타산으로 향하던 중 한창 공사 중이었던 곳이 바로 파크로쉬 였다.(용평 산중에서 정선까지_20150530)지극히 일상적이어야만 하는 여유가 기근 현상으로 점점 메말라 가는게 정말 시간이 없..

광주_20170923

회사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광주 숙박을 보던 중 예나 지금이나 유명한 숙박 브랜드는 볼모지 같다.그나마 라마다호텔이 평도 괜춘하고 위치도 상무지구 요지에 있어 이틀 예약했지.눈에 보이는 건물 측면에 객실을 배정 받았는데 한 면이 완전 통유리에 버티컬로 가려져 바깥에서 안을 본다면 아슬아슬하게 보일 수도 있겠더군.대낮이나 야경 보기엔 안성맞춤이지만 기분은 까리뽕 하기도 하고 거시기 하기도 했다.그래도 상무지구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 먹을 거리, 구경거리 걱정 안해도 되것소. 전날 정신 없이 잠을 청하고 이튿날 내 기준으로 조금 일찍 일어나 렌트카 회사로 출발하며 기념으로 한 장 찍어뒀는데 그나마 광주에서 적당히 넓직하며 깔끔한 객실 아닌가 싶다.각설하고!!!이제 먼 길을 떠나려는데 여기서 겁나 지체해서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