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9

둘레길의 끝에 작은 성취감,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4코스_20240117

시작엔 끝이 있고, 끝 또한 시작과 필연의 연결 고리를 가진다. 하나가 지날 즈음 또 다른 하나가, 길이 희미해지면 어느새 다시 선명해지고, 드넓은 바다에 한 꺼풀 파도가 결 주름 지으면 이내 다른 파도의 결이 하얀 선을 긋는다. 그 이중적인 공존이 거듭될수록 길섶은 어느샌가 착색된 의도를 벗겨내고 농후한 자연의 속성에 한 발짝 다가섰다. 해안둘레길에 디딘 발걸음은 어느새 깊은 자연에 은둔 중인 구룡소를 만나게 되는데 바다의 온순함이 되려 바위 속에 숨은 용의 은신이 되어 진중한 포효는 들을 수 없었지만 이 모든 존재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인해 어느 하나에 집중하고 실망할 필요 없었다. 자연의 호흡과 맥박이 멈추지 않는 한 감흥의 역치는 변함없기 때문이었다. 원시적인 해안길을 찬양하며,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태초의 신비와 아름다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3코스_20240117

앞선 코스의 길이 이쁘고 편리하게 다듬어져 있었다면 해안둘레길 3코스인 구룡소길로 접어들면 길은 날 것의 분위기로 급격히 바뀌며 많던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들어 소박한 어촌과 해안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는데 바다가 공들여 다듬은 기암이나 바람이 조각한 무른 절벽이 착색되지 않은 표정으로 묵묵히 다가올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사이 위태롭게 지나는 길을 거닐며 나아감과 머무름을 뒤섞어 관념의 횃불을 밝혀 찰랑이는 파도처럼 발을 디뎌 길의 따스한 이야기를 들었다. 파도와 동행하는 시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1_20230508 호미반도를 에둘러 인간의 자취는 선명했다. 비바람의 예봉이 꺾인 이튿날에 해안둘레길을 다시 도전, 다행히 자연이 허락을 해주고 길을 내준 날이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도구해수욕장 ..

해안의 친근한 혈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2코스_20240117

23년 봄 이후 다시 찾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부분적으로 당시 수해가 복구되긴 했지만 그 길에 잠재된 정취는 그대로였다. 세찬 겨울바람과 달리 바다는 온화했고, 어촌 마을은 그지없이 평화로웠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시작하여 호미곶까지 약 18km의 첫 구간인 선바위 힌디기까지는 접근성이 좋았고, 바다 위 데크길과 그 주변 기암의 상호작용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과 같은 지점을 향해 앞서거니 하며 짧은 시간이나마 길의 풍미를 공유하는 동안 그 매캐한 매력 위에 노 저어 유유히 흘러갔다. 파도와 동행하는 시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1_20230508 호미반도를 에둘러 인간의 자취는 선명했다. 비바람의 예봉이 꺾인 이튿날에 해안둘레길을 다시 도전, 다행히 자연이 허락을 해주고 길을 ..

원시적인 해안길을 찬양하며, 호미반도 해안둘레길2_20230508

길은 오직 하나를 위한 이기적인 상형문자가 아니다. 앞서 바다와 인간 사이 교묘한 교착점이 길의 화두였다면 구룡소 일대 길은 야생의 바다에 인간의 발자취가 잠시 후퇴한 길이면서 회피하지 않고 내륙으로 잠시 숨을 고르며 끊임없이 기회를 포착했다. 그리하여 강인한 바다가 잠시 한숨 쉬는 틈바구니에 어촌 마을을 들여 환경에 동화하고 삶을 일궜다. 기암절벽에 용이 웅크린 채 바다에 화답하듯 포효의 저역이 메아리치며 하얀 물거품이 용솟음쳤다. 그 어느 곳보다 평온한 대동배 마을을 끝으로 해안둘레길 3코스인 구룡소 길은 작별의 약속을 이행함과 동시에 기나긴 해안둘레길도 종지부를 찍기 위해 서둘러 단장했다. 둘레길여행 퐝퐝여행 홈페이지 둘레길여행 바로가기 www.pohang.go.kr 절벽이 만들어준 그늘 아래 한숨..

파도와 동행하는 시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1_20230508

호미반도를 에둘러 인간의 자취는 선명했다. 비바람의 예봉이 꺾인 이튿날에 해안둘레길을 다시 도전, 다행히 자연이 허락을 해주고 길을 내준 날이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도구해수욕장 부근에서 시작하여 1구간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까지 6.1km, 2구간은 흥환간이해수욕장까지 약 6.5km, 3구간은 대동배까지 6.5km, 마지막 4구간은 호미곶 해맞이광장까지 5.6km로 총 24km가 넘는데 2~4구간까지만 걷기로 했다. 2구간은 선바우길이라 명명하는데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 주차한 뒤 사전 설명과 더불어 틈틈이 나오는 이정표를 따라 다양한 형태의 길을 이용해서 걸었다. 해안둘레길 답게 길은 대부분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아슬하게 넘나들어 때론 파도에 신발이나 바짓가랑이가 젖을 수 있다는 걸 감내해야 했다..

거친 비바람 속 영일대 해변과 전망대_20230507

바다가 거칠다고 하여 주눅 들지 않았다. 바다를 막는 구조물이 있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파도가 거칠다고 한들 해변의 모래는 익숙한 고난이자 일상이며, 바람이 표독하다 한들 인간은 극복의 대상이자 삶의 필연이었다. 낯선 도심 산책으로 익숙한 찰나의 시간을 즐겼다. 영일대 해상누각은 1976년 개장하여 포항 시가지에서 접근성이 좋고 해안가에 형성된 식당, 카페 등 상점가가 있어 낮과 밤 모두 즐기기 좋은 포항의 대표 해수욕장 중 한 곳이다. [출처] 영일대 해상누각_오선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다녀온 뒤 숙소에 들어와 바람이 가득한 세상을 창 너머에서 무심히 바라봤다. 세찬 바람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그래서 용기 내어 외출 준비를 했다. 파도가 부서진다는 게 저런 걸까? 부서..

설화가 잠든 바다 폭풍 언덕, 연오랑세오녀 공원_20230507

멀리 포항까지 찾아온 이유,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걷기 위해서다. 허나 태풍급 바람에 굵은 빗방울은 해안둘레길은 고사하고 외출도 쉽게 허락하지 않아 아쉬운 대로 공원 뒤편 언덕과 테마공원의 사연 정도만 취득하며 바다 정취를 한아름 따다 품에 간직했다. 연오랑세오녀는 신라시대 설화로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단다. 동해 바다 바람과 비를 맞으며 잠시 걷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닌 고로 동해의 선물이라 간주하며 다음을 기약하자. 이야기가 가득한 하루를 열기 전, 아점 메뉴를 고민하다 숙소 뒤편에 소위 집에서 말아먹는 국숫집에 들러 김밥을 곁들여 주문을 했는데 운영하시는 분이 장년의 여성분으로 깔끔하고 단아한 식당 내부와 더불어 마치 집에서 먹는 국수 같았다. 그리 강하지 않으..

먼 길 달려온 포항 영일대_20230506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그래서 기약도 하지 않았었는데, 장대비를 뚫고 도착한 동해바다. 언제 왔는지 기억에도 가물한 포항에 닿아 늦은 밤 고요의 파도에 마음 돛단배를 띄워 구름에 가린 달빛에 속삭였다. 세찬 비바람과 달리 시선의 접점은 평화롭기만 했는데, 도톰한 운무 이불 아래 깊은 잠에 빠진 수평선은 어떤 꿈을 베고 잘까? 라한호텔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였다가 경영개선 계획에 따라 2017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되었다. 울산, 경주, 영암, 포항, 전주에 호텔을 운영 중이다. 씨마크호텔 경우 동해관광호텔을 인수해 개관하였다. 앞에 경포 해수욕장을 비롯한 동해 바다와 뒤엔 석호인 경포호의 전망이 보이는 것이 특징으로 2013년 시설 노후화 등으로 인해 호텔 재건축에 들어갔으며, 2015년 씨마크호..

7번 국도 울진 도화 공원까지_20190313

부산에서 출발해서 포항까지 오는데 한참을 걸려 17시반 정도로 늦어버렸다.학교 공직 생활을 하는 야무진 동생을 만나 커피 한 잔 나누는 사이 무심한 시간을 지칠 줄 모르고 흘러 이내 헤어졌고, 7번 국도를 따라 오는 사이 시간은 꽤나 많이 흘러 10시 정도가 되어서야 울진 도화공원에 도착했다.가뜩이나 울진하면 오지라는 인식이 강한데다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공원이라 이 시각도 한밤 중인 시골 시계를 감안 했을 때 공원은 밝혀 놓은 불이 아니라면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텅빈 우주와 같았다.비 내리던 어제와 달리 미세 먼지로 대기가 뿌옇게 흐려 조금은 우려를 했지만 어찌하오리.이따금 텅빈 공원의 주차장에 차가 들어오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가 버리면 공원 전체는 아무런 소리도 전달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