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27

불완전한 옹심이칼국수_20240301

횡계에 도착하여 예전 생각에 중화요리 식당을 방문했지만 재료 소진으로 조기 영업 마감하는 바람에 아쉬운 대로 인척에 있는 옹심이 식당을 방문, 옹심이 칼국수를 시켰는데 때마침 몰려든 손님들로 한참 걸려 요리가 나와 허겁지겁 흡입했다.담백하면서 적절한 간이 배어 먹을만했으나, 내가 기억하던 옹심이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내 기억이 시간으로 인하여 오염되어 버린 걸까?내 기준으로 칼국수 양은 조금 아쉽긴 해도 적당한 편-칼국수에 환장한 족속이라-이었고, 상대적으로 옹심이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식당을 나와 차량을 주차한 방향으로 출발하려는데 옆에 쌓인 눈 보소!이번 겨울 동안 유별나게 폭설 소식이 많이 들렸던 강원도였다.다음 목적지는 삼척으로 잡으려다 그냥 일정을 포기했다.황금연휴라 그런지 숙소 가격이 장난 ..

봄이 불어오는 끝없는 설경, 대관령 선자령_20240301

대관령 옛길은...대관령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그야말로 파노라마 같다. 발 아래로 급히 낮아지는 지형을 따라 산줄기와 계곡은 넓게 펼쳐지고 저 멀리 자리한 강릉시내와 경포호,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동해의 푸른 물은 청량하기 그지없다. 보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광활한 풍경이다. 대관령 고개에서 해오름의 방향, 즉 동쪽 산하를 바라보는 모습은 이렇게 아름답다. 아득히 먼 옛날 대관령을 넘던 신사임당은 이 고갯마루에 올라 산 아래로 멀리 펼쳐진 고향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향집의 노모를 떠올리고는 애틋한 마음에 젖는다.대관령은 큰 고개다.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과 함께 백두대간을 넘는 4대령 중의 하나로 오늘날 강원도의 영동과 영서 지방을 연결하는 길 중에서 가장 이..

전원주택단지의 광풍, 평창 봉평_20041110

해발 고도 700m가 인간의 주거 환경으로 최적이란 상식이 통하던 시기, 재벌가 별장도 강원도 700m 산속에 하나씩 갖고 있어 누구나 방귀 좀 뀐다는 사람들은 너나할 거 없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로 몰리던 시절이 있었다. 강원도 중에서도 영동고속도로가 관통하여 적당히 접근성이 좋고, 그렇다고 서울과 가까이 달라 붙어 있으면 수도권의 공해가 적나라게 넘나들어 적당한 거리도 필요한 그런 곳, 바로 평창이 뜨거운 감자였던 시절에 분양사무소의 전세버스를 타고 평창으로 갔었다. 평창이 워낙 넓어 특히나 사람들이 많이 찾아 실제로 개발 열풍과 더불어 기대감까지 고조되었던 곳, 봉평으로 출발할 때부터 추적추적 만추의 비가 내렸었는데 영동고속도로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비포장길과 포장길을 번갈아 산 아래까지 가다보..

추억의 사색 2024.05.22

선자령의 관문, 대관령 횡계_20240301

3월 1일 아침 선자령 가는 길.겨울 못지않은 한파가 강풍을 싣고 온 날이라 그 위력은 실로 어마무시했는데 횡계 기온이 섭씨 -11도에 체감 온도는 -15도를 넘어섰고, 대관령과 선자령으로 가는 길은 줄곧 잡아도 체감온도는 -20도를 넘었다.특히 영동지방은 올 겨울에 눈 소식이 많아 스패츠를 챙기지 않은 불안감은 끝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그래도 초봄 꽃샘 추위가 이렇게 강력한 한파인 것도 최소한 내게 있어 기억의 책갈피가 될 것 같아 무작정 기우라 치부하기엔 훗날을 감안하지 않은 투정이라 적기라 여겨졌었다.뻔한 스토리를 넘어선 게 스포츠와 여행 아니더냐.횡계에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양떼목장 대관령마을 휴게소로 향했다.원래 계획은 얼마 전 공개된 대관령 옛길을 이용하여 대관령휴게소에서 강릉 대..

평창에서 태백으로 가는 길_20240123

발왕산에서 내려와 곧장 강릉-도계를 거쳐 태백으로 향했다. 또 다른 겨울을 만나러 강원 내륙으로 가는 길이었다. 직선거리에 비해 한참 에둘러 찾아간, 백두대간에 숨겨진 세상은 앞서 평창과 달리 화려함보다 은둔의 정취답게 인간에 의해 방해받지 않은 겨울이었다. 헤매다 찾았었던 추억이 깃든 태백 일대의 겨울에 까치발 들고 조용히 찾아 숨결을 느껴보자. 횡계를 떠나 영동고속도로에 몸을 실었다. 겨울이 아니라면 안반데기를 넘어 정선 구절리를 지나갔겠지만, 강원의 깊은 산중은 빙판이 되어 이방인의 발길을 거부했다. 대관령에 발을 들여놓는 첫 신호탄으로 대관령1터널이 펼쳐졌다. 대관령1터널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탁 트인 시야로 가슴마저 트였다. 생태터널 형식의 2, 3터널을 지나면 다시 산속을 파고드는 4터널이 기다..

위대했던 겨울 왕국, 평창 발왕산_20240123

동장군이 만든 절정의 겨울 미소에 흠뻑 젖어 추위도, 현실도 잊게 되던 날. 교통체증과도 같은 현재를 잊기 위해 지금 이 순간 겨울 왕국에 발을 들였고, 먼지에 휩싸인 내일을 잊기 위해 이 계절이 만든 새하얀 불꽃에 넋을 태웠다. 계절은 악마가 아닌 천사가 흘린 미소며, 그 미소는 찌푸려 흐느끼는 사유를 비켜갔다.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눈부신 세상의 파란 하늘로 유영하듯 구름이 집어삼킨 산마루 하늘빛이 뿌연 대기를 깨고 하늘 향해 역동하며 겨울 아름다움 고이 입어 옷자락 드날렸다. 모나 용평:발왕산 관광케이블카 본문 시작 발왕산 관광케이블카 '출발' '챔피언' 왕'이 날 자리가 있다는 의미의 발왕산, 평창올림픽을 개최한 그곳, 발왕산 케이블카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레포츠 운영안내 --> 이전 이미지 다음 ..

시리도록 아름다운 한파, 용평리조트_20240122

폭설이 내린 이튿날 용평의 한파와 강풍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그야말로 살을 에이는 통증과도 같았다. 그로 인해 발왕산 명물인 케이블카 운행은 잠정 중단 되었고, 스키 인파는 부쩍 줄어든 상태로 잠시 장갑을 벗은 사이 손등과 걷는 내내 노출된 뺨을 파고드는 통증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산등에 널부러진 설경을 일일이 찾아 헤매는 시간은 통증을 극복할 유일무이한 특권인 양 눈에 보이는 길의 형태에 완전히 몰입했다. 연신 엄청난 기세로 발왕산을 삼키던 구름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지나버리면 뒤따르던 구름이 다시 산봉우리를 폭식했는데 그게 일상인지 산은 그저 머무를 뿐이었다. 하루 지나면 여기와 작별해야만 하는데 그 사이 강풍의 화가 누그러져 산 위 겨울 왕국에 초대하려나?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괜히 ..

이국적 겨울 왕국의 밤, 용평_20240121

자욱이 눈 덮인, 그러면서 포근한 겨울 정취는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폭설 내린 횡계를 지나 용평에 다다르자 성탄절에 종종 등장하던 이국적인 겨울 화보가 창 너머에 졸고 있었다. 밤하늘엔 이내 내려앉을 듯 무거운 구름이 버텼고, 눈 내린 발왕산 기슭엔 촉촉한 불빛이 초롱초롱한 빛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이번 겨울 가장 추운 한파, 게다가 유별난 백두대간의 한파도 빛의 스펙트럼을 꺾을 순 없었다. 밤새 감상에 젖어도 아깝지 않을 야경을 용평에서 만나던 날이었다. 모나 용평:타워콘도 본문 시작 타워콘도 가족을 위한 최상의 선택, 다양한 편의시설이 함께 있어 더욱 편리합니다. 18타입 요금안내 SOD(Standard Ondol) / SOT (Standard Twin) / GFO(Garden Floor Ondo..

동해에서 원주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_20220825

이튿날 동해시, 동해 바다와 작별하고,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원주로 출발했다. 지난 봄에 동해 바다를 만난 영덕이 숨겨진 보석이었다면 동해, 삼척은 진품이 검증된 보석이었다. 카페와 펜션이 들어서기 시작하는 오래된 마을이 그랬고, 야생의 바다와 기암괴석이 그랬다. 올 때처럼 갈 때도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며, 대관령 지나 마치 뿌듯한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가는 기분에 도치되었다. 그 길 따라 도착한 원주는 새로 꽃단장한 간현이었다. 동해를 떠나 동해고속도로에 발을 걸쳤다. 망상해변 구간은 인접한 우측이 망망대해, 동해바다였다. 옥계를 지날 무렵 전방에 특이한 형상의 구름이 보였다. 마치 젊은 시절 한 가정을 떠받치느라 허리가 굽어 더이상 펼 수 없는 우리네 할머니 같았다. 강릉3터널을 지나며 남강릉IC가 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