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23

평창에서 태백으로 가는 길_20240123

발왕산에서 내려와 곧장 강릉-도계를 거쳐 태백으로 향했다. 또 다른 겨울을 만나러 강원 내륙으로 가는 길이었다. 직선거리에 비해 한참 에둘러 찾아간, 백두대간에 숨겨진 세상은 앞서 평창과 달리 화려함보다 은둔의 정취답게 인간에 의해 방해받지 않은 겨울이었다. 헤매다 찾았었던 추억이 깃든 태백 일대의 겨울에 까치발 들고 조용히 찾아 숨결을 느껴보자. 횡계를 떠나 영동고속도로에 몸을 실었다. 겨울이 아니라면 안반데기를 넘어 정선 구절리를 지나갔겠지만, 강원의 깊은 산중은 빙판이 되어 이방인의 발길을 거부했다. 대관령에 발을 들여놓는 첫 신호탄으로 대관령1터널이 펼쳐졌다. 대관령1터널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탁 트인 시야로 가슴마저 트였다. 생태터널 형식의 2, 3터널을 지나면 다시 산속을 파고드는 4터널이 기다..

위대했던 겨울 왕국, 평창 발왕산_20240123

동장군이 만든 절정의 겨울 미소에 흠뻑 젖어 추위도, 현실도 잊게 되던 날. 교통체증과도 같은 현재를 잊기 위해 지금 이 순간 겨울 왕국에 발을 들였고, 먼지에 휩싸인 내일을 잊기 위해 이 계절이 만든 새하얀 불꽃에 넋을 태웠다. 계절은 악마가 아닌 천사가 흘린 미소며, 그 미소는 찌푸려 흐느끼는 사유를 비켜갔다.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눈부신 세상의 파란 하늘로 유영하듯 구름이 집어삼킨 산마루 하늘빛이 뿌연 대기를 깨고 하늘 향해 역동하며 겨울 아름다움 고이 입어 옷자락 드날렸다. 모나 용평:발왕산 관광케이블카 본문 시작 발왕산 관광케이블카 '출발' '챔피언' 왕'이 날 자리가 있다는 의미의 발왕산, 평창올림픽을 개최한 그곳, 발왕산 케이블카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레포츠 운영안내 --> 이전 이미지 다음 ..

시리도록 아름다운 한파, 용평리조트_20240122

폭설이 내린 이튿날 용평의 한파와 강풍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그야말로 살을 에이는 통증과도 같았다. 그로 인해 발왕산 명물인 케이블카 운행은 잠정 중단 되었고, 스키 인파는 부쩍 줄어든 상태로 잠시 장갑을 벗은 사이 손등과 걷는 내내 노출된 뺨을 파고드는 통증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산등에 널부러진 설경을 일일이 찾아 헤매는 시간은 통증을 극복할 유일무이한 특권인 양 눈에 보이는 길의 형태에 완전히 몰입했다. 연신 엄청난 기세로 발왕산을 삼키던 구름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지나버리면 뒤따르던 구름이 다시 산봉우리를 폭식했는데 그게 일상인지 산은 그저 머무를 뿐이었다. 하루 지나면 여기와 작별해야만 하는데 그 사이 강풍의 화가 누그러져 산 위 겨울 왕국에 초대하려나?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괜히 ..

이국적 겨울 왕국의 밤, 용평_20240121

자욱이 눈 덮인, 그러면서 포근한 겨울 정취는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폭설 내린 횡계를 지나 용평에 다다르자 성탄절에 종종 등장하던 이국적인 겨울 화보가 창 너머에 졸고 있었다. 밤하늘엔 이내 내려앉을 듯 무거운 구름이 버텼고, 눈 내린 발왕산 기슭엔 촉촉한 불빛이 초롱초롱한 빛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이번 겨울 가장 추운 한파, 게다가 유별난 백두대간의 한파도 빛의 스펙트럼을 꺾을 순 없었다. 밤새 감상에 젖어도 아깝지 않을 야경을 용평에서 만나던 날이었다. 모나 용평:타워콘도 본문 시작 타워콘도 가족을 위한 최상의 선택, 다양한 편의시설이 함께 있어 더욱 편리합니다. 18타입 요금안내 SOD(Standard Ondol) / SOT (Standard Twin) / GFO(Garden Floor Ondo..

동해에서 원주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_20220825

이튿날 동해시, 동해 바다와 작별하고,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원주로 출발했다. 지난 봄에 동해 바다를 만난 영덕이 숨겨진 보석이었다면 동해, 삼척은 진품이 검증된 보석이었다. 카페와 펜션이 들어서기 시작하는 오래된 마을이 그랬고, 야생의 바다와 기암괴석이 그랬다. 올 때처럼 갈 때도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며, 대관령 지나 마치 뿌듯한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가는 기분에 도치되었다. 그 길 따라 도착한 원주는 새로 꽃단장한 간현이었다. 동해를 떠나 동해고속도로에 발을 걸쳤다. 망상해변 구간은 인접한 우측이 망망대해, 동해바다였다. 옥계를 지날 무렵 전방에 특이한 형상의 구름이 보였다. 마치 젊은 시절 한 가정을 떠받치느라 허리가 굽어 더이상 펼 수 없는 우리네 할머니 같았다. 강릉3터널을 지나며 남강릉IC가 가까..

영동고속도로 따라 동해 가는 길_20220823

동해바다와 동해/삼척을 목적지로 궈궈!!! 비 내린 뒤라 대기가 이리 청명한 건 축복이자 행운이고, 피서철 끝물이긴 해도 여름과 가을이 묘하게 뒤섞인 정취는 뒤돌려차기하는 맛이 있었다. 수평선이 이다지도 선명하고 간결하게 보이는 날, 축복과 행운을 절감했다. 원주를 지나면 전형적인 강원도 지형인 장벽 같은 겹겹이 산세를 만날 수 있었다. 우측에 거대한 치악산이 자리 잡고 있는데 비로봉 일대 정상은 구름에 가려졌다. 둔내 즈음 지날 무렵, 비가 내린 뒤라 대기는 이보다 청명할 수 없었다. 덩달아 기분은 업업! 방향지시등은 차량을 구성하는 디자인의 구성 요소일 뿐, 무법천지의 차량은 실선, 점선도 구분 없었다. 평창 둔내를 지나 청대산 자락의 둔내 터널을 지나면서 드넓던 하늘은 순식간에 달라졌다. 메밀꽃 필..

절경에 장관을 덧씌우다, 하늘벽 구름다리_20220317

동강 절벽길의 치명적인 경이로움에 신중한 발걸음과 달리 가슴은 헤아릴 방법이 없다. 얼굴 내밀기 시작한 봄꽃은 지나는 길에 한숨이 되어주고, 절벽 아래 또 다른 세상은 인색하던 감탄의 장작을 기꺼이 내어준다. 걷는 길이 신중한 건 발 밑에 도사린 위험 때문이기도 하고, 좁은 길가 무심히 팔 뻗은 자연의 깊은 울림 때문이기도 하다. 돌 하나, 스치는 바람조차 생명의 심박 소리로 꺼져가던 무미한 시선이 번뜩이고 흥에 겨워 나도 모르게 이 시간이 느려지길 애원하며, 그래서 청명하던 대기로 시작해 턱 밑 깊은 숨소리조차 감사에 눈물겹다. 하늘벽 구름다리는 정선군 신동읍에 위치하며, 덕천리 제장마을에서 연포마을로 이어지는 등산로의 기암절벽과 절벽 사이에 놓인 유리다리다. 높이는 105m, 길이 13m, 폭이 1...

절경의 기억이 명징한 순간, 동강 칠족령_20220317

세상을 향해 가슴 내밀 듯 동해 바다와 만나는 뭍의 경계를 이어주는 해파랑길이 이번 바다 여행의 백미였다면 내륙의 백미 중 하나는 바로 동강이 첩첩의 산을 비집고 들어서 뭇 생명의 기개에 봄의 효능감을 나눠주는 젖줄이 아닐까. 발길을 구애하듯 몇 년 걸쳐 애정의 징표 마냥 숨겨진 그 모습에 절절한 그리움을 여과 없이 살가운 고백을 해도 봄의 시샘이 뿌연 장벽을 밀어 넣어 늘 멀어지는 동강과 그 절경을 뭉특한 모습으로 애간장 화답했지만 이번만큼은 청명한 대기가 선명한 수평선도 보란 듯 활짝 가슴을 열었다. 한 무리 산악회 사람들이 빠져나간 고갯길은 안도의 한숨을 뱉으며 말없이 흐르는 동강처럼 다시금 시간은 유유히 흐르고, 지나던 구름도 잠시 멈춰 땀을 훔쳤다. 칼날 같은 절벽의 그 미려한 선에 뭐가 그리 ..

강릉 가는 길_20210629

동해, 삼척 가는 길,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굵은 장대비가 내리던 날이었는데 대관령을 지나자 다른 세상인 양 화창하다. 피서를 대신한 이번 여름 마지막 여정은 당초 계획했던 담양/순창을 대신하여 급하게 날조한 계획이지만 대신 처음 가보는 여행지를 끼워 충분히 심적 보상이 되리라. 횡계를 지나 대관령터널에 진입하기 전, 마치 영화 mist를 연상시키는 연무가 자욱했다. 대관령 터널 하나를 지나 동해 바다가 보일 것만 같음에도 두터운 운무로 영동지방 날씨를 예측할 수 없었다. 동해바다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6 터널에 진입하기 전, 7 터널 중 어찌 보면 제대로 된 마지막 터널인 셈이다. 강릉이 가까워지자 한순간 운무는 걷히고 화창한 하늘을 드러냈다. 동해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옥계 방면으로 운행 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