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늦여름에 왔던 기억을 더듬어 동경의 돛단배를 타고 다시 찾은 종댕이길은 이제 막 젖어들기 시작하는 봄의 문턱을 넘어 여름의 짙은 녹음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사람들의 손끝에서 비롯된 온기가 종댕이길 일대에 뿌리를 내려 간과될 만한 작은 소품들이 길 위의 모든 존재들과 길가를 겉도는 무형의 흔적들이 유기적으로 어울려 단순히 이동의 발판이 되는 길의 의미를 넘어 혼탁한 현실을 재조명시켜 주는 치유가 되고, 노동의 걸음이 아닌 지혜의 걸음으로 재탄생한다.내륙 속의 작은 바다에서 말미암은 파동으로 굳어진 사유에 겹겹이 끼인 때는 어느새 바스러지고, 길가 스치듯 가까워졌다 멀어져 간 모든 순간들조차 기억과 추억에 가두고 싶은 곳, 애환을 실어 나르던 종댕이길은 이제 삶의 이완제로 다가온 혈관이 되어 버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