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눈과 인연이 많다.
봄의 정점에서는 미리 잡은 여행에 맞춰 뜬금없는 폭설이 내리고, 이번 또한 다를 바 없이 추위를 안고 맹렬한 기세로 눈발이 날렸다.
디딛는 발끝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가고, 무심코 걷던 발걸음에 위태로움은 끊임없이 균형을 쥐락펴락하지만 몇 알 굵은 소금이 반찬의 풍미를 더욱 맛깔스럽게 미각을 현혹하듯 현재와 미래, 기억과 현실의 상호작용을 끈끈하게 뒤섞일 수 있도록 잡념의 티끌마저 하얗게 채색시켰다.
충주 시민이라면 삼척동자도 안다는 산기슭을 오르며 가는 시간의 안타까움마저 잊어버렸던, 찰나 같지만 울림이 깊은 하루였다.
처음 찾아온 곳이라 정확한 진입로를 몰라 헤맬 수 있으므로 충주시무공 수훈자공적비 공영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뒤 진입로가 있는 방면으로 걸어갔고, 생각보다 얼마 가지 않아 한눈에도 알아챌 수 있는 빛바랜 안내도를 응원 삼아 널찍이 잘 정비된 임도로 들어섰다.
걷기 알맞은 산책로가 있어 눈길에 미끄러울 법한데도 큰 힘 들이지 않고 산성을 향해 오를 수 있고, 길가에 붉고 탐스럽게 익은 산수유가 결실을 맺었다.
삼국시대부터 중원의 중심이자 길목이었던 충주였다.
이른 아침에 제법 눈이 내렸는데 발자국이 산만하게 찍혀 있는 걸 보면 평소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반증이다.
오르는 길에 이따금 주위를 둘러보면 충주 시내를 비롯하여 충주의 명산과 명소인 계명산과 충주호가 언뜻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충주의 동쪽 장벽이자 평원과 산지의 경계인 계명산이 완전 걷히지 않은 눈구름 아래 희미한 모습을 드러냈다.
임도를 따라 오르는 곳곳마다 멋진 전망을 누릴 수 있는데 밤새 하얀 도시가 되어버린 충주 시내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큰 변곡점 없이 길을 따라 뿌듯하게 오를 수 있다.
3km 조금 넘게 걷자 정상 부근을 둘러싼 성곽이 드러났다.
오전부터 늑장을 부려서인지 벌써 해는 저만치 기울었다.
산성의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바로 멋진 자태의 소나무.
산의 수호신이란 역할을 짊어진 듯한 모습이다.
북문에 들어서자 충주시내를 비롯하여 일대 거대한 평원이 한눈에 보였다.
충주 시내를 비롯하여 계명산이 서 있는 서쪽 방면은 다듬어 놓은 것 같은 거대 평원이다.
눈이 덮인 충주가 한눈에 보이는 자리에 서서 감명을 받고, 감탄으로 응수했다.
지금까지 다녔던 산성에 비해 성벽은 꽤 높다.
눈이 소복히 내린 산성의 설경은 꽤 볼만하다.
바람 예봉이 얼마나 세찬지 있던 발자국을 지우개처럼 지워 버렸다.
현재 남산의 명칭은 금봉산이었단다.
역사가 긴, 아주 오래된 산성으로 지형적 특성에 맞게 충주 일대 평원을 내려다 보면서도 동쪽으로 향하는 침략에 길목을 틀어막고 능히 방어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남산 정상은 정적으로 휑하다.
쉽게 오를 수 있는 정상 표지석을 지나 일렬로 늘어선 전나무가 매력적인 건 덤이다.
실질적인 남산의 정상으로 표지석에 비해 살짝 높은 곳은 너른 쉼터로 가꾸어져 산을 올라온 이들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로 포옹했다.
잠시 한숨 쉬면서 텀블러에 있던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슈가처럼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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