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8

오지의 깊은 고독, 외씨버선길 1코스_20240611

지금까지의 주왕산은 잊어야 될 주왕산의 또 다른 얼굴, 용연폭포를 지나 고갯마루를 지나는 순간부터 정취는 완연히 바뀌며, 각종 기암 협곡과 마천루는 사라지고, 낯선 생명의 방문을 거부하듯 극도의 적막한 숲 속 진공관과 같은 산길을 지난한 걸음으로 옮겼다.1.6km의 뿌듯한 오르막길을 걷는 동안, 아니 금은광이를 넘어 첫 번째 인가를 만나기 전 약 4km 산길에서 어떠한 인적도, 심지어 주왕계곡에서 줄곧 따라붙던 요란한 개울 소리조차 사라진 길에서 묘한 산중의 무거운 몰입감에 취한 사이 무심코 내딛는 발자국조차 진중한 울림이 오감으로 전해져 깊은 숲 속에 심취했다.빈약한 경험상 산에 오를 때는 정상에 대한 갈망이 있거나 산길을 걷는 과정에 갈망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엔 산의 터주인 숲에 스며드는 각별한 경험..

자연이 빚은 주상절리 협곡, 청송 주왕산 용추협곡_20240611

거대한 협곡과 계곡들이 실타래처럼 엮인 주왕산을 한 줄로 논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주왕산은 논하고자 한다면 우선 이 절경을 직면한 뒤에라도 늦지 않겠다.때론 멀찌감치, 때론 머리 위로 쏟아질 듯, 때론 발치에서 디딤돌이 되어준 계곡길 따라 영원의 여울 폭포는 현세의 시름마저 잠들게 했다.용추협곡의 깊은 곳을 울리는 용연폭포를 지나며, 심약한 다짐을 채찍질하여 날 것 그대로의 적막한 산길 따라 금은광이로 재촉했다.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경상북도 청송군은 대부분 지역이 경상분지에 속해 있어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암-화산암 지층 경상 누층군 하양층군과 유천층군 그리고 이들을 관입한 불국사 화강암류가 분포하며 일부 지역에는 영남 육괴의 선캄브리아기 지층이 분포한다. 또한 주왕산, 청송 신성계곡 공룡발자국 화석..

기암 병풍과 길 이야기, 청송 주왕산 주왕계곡_20240611

여정과 함께 사이좋은 동무가 된 무더위의 위력은 실로 엄청나 내륙 깊은 주왕산까지 장악했다.살을 태울 듯한 따가운 햇볕,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막힐 듯 조여 오는 더위, 게다가 여정의 동반자로 손색이 없던 바람은 어디론가 숨어버렸고, 덩달아 따라다니던 구름도 흩어진 상태.그럼에도 삼척동자도 다 안다는 국보급의 주상절리 계곡은 처음이라 정신줄 단단히 부여잡고 국가대표급 무장애길을 걸어 점점 깊이 주왕산의 품으로 걸었다.원래 여정은 주왕산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애용하는 용추협곡 따라 각종 기암과 폭포를 지나 외씨버선길로 이어지는 금은광이를 넘어 노루용추계곡과 월외매표소를 거쳐 달기약수까지 계획했지만, 무더위로 체력이 개털려 쉬운 용추협곡까지 망설였다.그러던 중 협곡의 폭포 중 가장 끝에 있는 용연폭포에서 ..

반기는 빛내림, 청송_20240610

부산을 떠나 경주를 거쳐 연이어 이어진 계곡을 따라 청송에 들어서자 석양에서 퍼지는 거대한 빛내림이 청명한 하늘을 대신했다.주왕산에 가기 위한 첫걸음, 청송의 작은 기억을 만들 차례였다.[이전 청송 관련글] 찰랑이는 은하수 물결, 청송자연휴양림_20201110얼마 만에 만나는 은하수인가!온통 암흑 천지 속에서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는 동안 바람도 잦아들어 함께 별을 헤아린다.출렁이는 별빛 파도를 따라 총총히 흐르는 은하수는 어디로 바meta-roid.tistory.com 단아한 주왕산 계곡, 절골_20201111이미 가을은 떠나고 머물다 간 흔적만 공허하게 남아 무심히 불어오는 바람에 희미해져 가는 내음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을 버리고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계곡은 간헐적으로 방문하met..

재미있는 반영 사진_20201111

집으로 가는 길에 언제나처럼 하나로마트에 들러 농축산물을 한아름 담아 다시 길을 가던 중 거울 같은 강변에 길을 멈췄다. 강이 만들어 낸 반영을 보면 여러 모습이 보인다. 수염을 양갈래 늘어뜨린 사람 얼굴 같기도 하고, 강아지나 고양이 모습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악마나 해골 모습 같기도 하다. 강 건너 언덕배기에 집이 보여 마을 어른께 여쭤보니 황씨 집성촌이라 사당처럼 사용하는데 연세 드신 분들이 힘들어하셔서 마을 가까이 몇 개를 세워 놓으셨단다. 내 눈엔 한 번 방문해 보고 싶어지는 곳이다. 올라가는 길에 아부지 산소에 들러 자식 도리를 조금이나마 한다. 아무도 없는 곳이라 발걸음 소리도 꽤 울릴 정도. 항상 사진 찍는 자리에 서서 같은 구도의 사진을 찍곤 성묘 치레를 마무리했다. 올라오는 길에 ..

단아한 주왕산 계곡, 절골_20201111

이미 가을은 떠나고 머물다 간 흔적만 공허하게 남아 무심히 불어오는 바람에 희미해져 가는 내음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을 버리고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계곡은 간헐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의 모였다 이내 흩어지는 메아리만 수직 절벽 사이로 금세 사라진다. 자연이 아닌 인위적으로 이런 기이하고 미려한 솜씨를 발휘할 수 있을까? 낙엽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젖지 않고 수면 위를 유영하는 형형색색 이파리를 보노라면 일그러진 수면이 다시 평온한 모습을 찾듯 안타까움은 시간의 동정을 기대하긴 어렵다. 태고적부터 무던히 인내한 자연의 현재 모습은 지금까지 조급 했던 내게 한시도 가르침을 게을리하지 않는 위대한 스승과 진배없다. 단 하루의 짧은 밤이 못내 아쉽지만 그렇게 몸 기댄 안락함에 감사를 드리며, ..

찰랑이는 은하수 물결, 청송자연휴양림_20201110

얼마 만에 만나는 은하수인가!온통 암흑 천지 속에서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는 동안 바람도 잦아들어 함께 별을 헤아린다.출렁이는 별빛 파도를 따라 총총히 흐르는 은하수는 어디로 바삐 가는 걸까?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한 움큼 쥐어 보면 향긋한 가을 내음이 손가락 사이로 뻗어 나와 천사처럼 날갯짓을 하며 암흑 속에 잠자고 있던 자연을 흔들어 깨운다.홀로 밤하늘을 즐기는 밤이다. 휴양림 통나무집을 홀로 빠져 나와 작은 능선 따라 밤하늘을 향해 올라 수없이 반짝이는 별빛 하모니에 넋 놓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미세 먼지 수준이 보통임에도 은하수를 볼 수 있는데 청명한 날엔 얼마나 휘영청 밝을까?은하수를 만나 각별한 순간이었다.능선의 작은 산마루에 인적이 거의 닿지 않는지 무성한 풀숲 헤쳐 덩그러니 놓여있는 ..

빙벽의 향연_20160123

후배님이 자랑거리라고 나한테 보내준 빙벽을 보고 있노라면 겨울 내음이 물씬하다.자랑 삼아 청송얼음골에 보란 듯이 당당하게 빙벽 등반을 하고 왔는데 거기가 이런 곳이요, 하며 자랑질을 했건만 건성으로 듣는 내게 몇 번을 강조한다.그럼 사진을 내게 보내라고 했더니 이때다 싶었는지 번개의 속도로 한꺼번에 사진을 전송했고 한참 지나 청송얼음골이 어떤 꼬락서니인가 싶어 찾아봤는데 제법 먼 거리에 있다. 어떻게 이런 오묘한 꼬락서니가 나온다냐!조악한 실력에 아이폰으로 찍었다는데 이런 경이로운 광경이 실제 본다면 탄성에 턱관절 무리 오것지?후배님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