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4

재미있는 반영 사진_20201111

집으로 가는 길에 언제나처럼 하나로마트에 들러 농축산물을 한아름 담아 다시 길을 가던 중 거울 같은 강변에 길을 멈췄다. 강이 만들어 낸 반영을 보면 여러 모습이 보인다. 수염을 양갈래 늘어뜨린 사람 얼굴 같기도 하고, 강아지나 고양이 모습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악마나 해골 모습 같기도 하다. 강 건너 언덕배기에 집이 보여 마을 어른께 여쭤보니 황씨 집성촌이라 사당처럼 사용하는데 연세 드신 분들이 힘들어하셔서 마을 가까이 몇 개를 세워 놓으셨단다. 내 눈엔 한 번 방문해 보고 싶어지는 곳이다. 올라가는 길에 아부지 산소에 들러 자식 도리를 조금이나마 한다. 아무도 없는 곳이라 발걸음 소리도 꽤 울릴 정도. 항상 사진 찍는 자리에 서서 같은 구도의 사진을 찍곤 성묘 치레를 마무리했다. 올라오는 길에 ..

단아한 주왕산 계곡, 절골_20201111

이미 가을은 떠나고 머물다 간 흔적만 공허하게 남아 무심히 불어오는 바람에 희미해져 가는 내음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을 버리고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계곡은 간헐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의 모였다 이내 흩어지는 메아리만 수직 절벽 사이로 금세 사라진다. 자연이 아닌 인위적으로 이런 기이하고 미려한 솜씨를 발휘할 수 있을까? 낙엽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젖지 않고 수면 위를 유영하는 형형색색 이파리를 보노라면 일그러진 수면이 다시 평온한 모습을 찾듯 안타까움은 시간의 동정을 기대하긴 어렵다. 태고적부터 무던히 인내한 자연의 현재 모습은 지금까지 조급 했던 내게 한시도 가르침을 게을리하지 않는 위대한 스승과 진배없다. 단 하루의 짧은 밤이 못내 아쉽지만 그렇게 몸 기댄 안락함에 감사를 드리며, ..

찰랑이는 은하수 물결, 청송자연휴양림_20211110

얼마 만에 만나는 은하수인가! 온통 암흑 천지 속에서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는 동안 바람도 잦아들어 함께 별을 헤아린다. 출렁이는 별빛 파도를 따라 총총히 흐르는 은하수는 어디로 바삐 가는 걸까?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한 움큼 쥐어 보면 향긋한 가을 내음이 손가락 사이로 뻗어 나와 천사처럼 날갯짓을 하며 암흑 속에 잠자고 있던 자연을 흔들어 깨운다. 홀로 밤하늘을 즐기는 밤이다. 휴양림 통나무집을 홀로 빠져 나와 작은 능선 따라 밤하늘을 향해 올라 수없이 반짝이는 별빛 하모니에 넋 놓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미세 먼지 수준이 보통임에도 은하수를 볼 수 있는데 청명한 날엔 얼마나 휘영청 밝을까? 은하수를 만나 각별한 순간이었다. 능선의 작은 산마루에 인적이 거의 닿지 않는지 무성한 풀숲 헤쳐 덩그러..

빙벽의 향연_20160123

후배님이 자랑거리라고 나한테 보내준 빙벽을 보고 있노라면 겨울 내음이 물씬하다.자랑 삼아 청송얼음골에 보란 듯이 당당하게 빙벽 등반을 하고 왔는데 거기가 이런 곳이요, 하며 자랑질을 했건만 건성으로 듣는 내게 몇 번을 강조한다.그럼 사진을 내게 보내라고 했더니 이때다 싶었는지 번개의 속도로 한꺼번에 사진을 전송했고 한참 지나 청송얼음골이 어떤 꼬락서니인가 싶어 찾아봤는데 제법 먼 거리에 있다. 어떻게 이런 오묘한 꼬락서니가 나온다냐!조악한 실력에 아이폰으로 찍었다는데 이런 경이로운 광경이 실제 본다면 탄성에 턱관절 무리 오것지?후배님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