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45

일상_20241115

오후가 접어들어 잠시 오른 체육공원에도 겨울이 찾아왔다.여름에 무성하던 풀숲은 거뭇하게 변해서 앙상한 봉우리를 드러냈고, 가려져 있던 벤치는 봉긋 솟았다.같은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체육공원 뒷산에 조망이 트여 높은 하늘이 드러났다.몇 바퀴 돌다 머무르지 않고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갔는데 역시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길바닥에 두텁게 덮인 솔잎을 밟을 때마다 폭신폭신한 감각이 느껴졌다.반면에 짧지만 가파른 구간이라 오를 때와 달리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발을 디뎠다.체육공원 운동장에 거의 닿을 무렵 가파른 오르막길에 계단이 깔려 있었는데 계단 위에도 솔잎이 두텁게 쌓여 완연한 겨울이 도래했음을 알 수 있었다.운동장을 한 바퀴 돌아 작은 고개의 흔적이 드러났다.여름엔 무성한 숲으로 인해 가려져 있었는데 겨..

일상_20241113

어느새 가까워졌다 시나브로 멀어져 가는 가을.그래서 푸르던 이파리는 어느새 가을을 지나 절정의 성숙에 이르렀고, 하늘은 그저 맑고 깊었다.완연한 만추에 맞게 푸르던 나무들도 각기 다른 색을 입었고, 그 아래엔 언제부턴가 낙엽이 두터워졌다.여긴 나무 터널이 길게 이어진 곳인데 앙상한 가지만 남아 겨울이 일찍 찾아들었다.아직 남은 이파리도 지나는 바람에 우수수 낙엽을 떨궈 이내 다른 나무들처럼 그 길을 뒤따르련다.잠시 나무와 계절에 젖어 있을 무렵 지나던 냥이와 눈이 마주쳤고, 유유히 사라지는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짧은 휴식을 접었다.괜스레 녀석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는 건 계절 탓일까?

일상_20241112

점심시간에 식사 후 문득 궁금해진 우체국 옆 느티나무가 궁금해서 걸어갔고, 상상했던 것처럼 이쁜 가을 옷으로 단장한 채 멋진 자태를 유지했다.이미 가을을 대표하는 은행이파리는 대부분 떨어졌고, 단풍은 아직 남아 붉게 변하기 시작한 것도 있었지만 느티나무 이파리가 만추가 되도록 파란 건 뒤늦게 알았다.특이한 건 몸통에서 가까운 곳은 여전히 푸르고, 멀어질수록 점점 이파리가 퇴색되기 시작했는데 잔가지에 달려있던 이파리는 이미 낙엽처럼 메말라 있었다.나무 하나에 여름과 가을, 겨울이 함께 있다니 뭇사람들한테 경의를 받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더불어 이런 모습도 일조하나 보다.저녁엔 퇴근 후 식사를 끝내고 바로 혁신도시로 달려갔다.얼마 전까지는 같은 회사 사우에서 이제는 형님 동생으로 지내는 이 친..

일상_20241111

열흘마다 한 번 정도 들르는 세븐일레븐에서 모처럼 아깽이를 만났다.세븐일레븐에 들른 이유는 쥔장의 친절+바로 옆 식당에서 임보 중인 냥이들을 만나기 위함인데 9월 말 이후로 한 번도 못본 냥이를 모처럼 만났건만 원래 봤던 흰색, 검정, 턱시도 냥이가 아닌 첨본 회색 태비였다.때마침 식당 사장님도 나와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다른 녀석들은 모두 입양 갔단다.하긴 어미 미모가 워낙 출중해서 아깽이들 또한 장난 아니게 이뻤는데 그걸 알곤 사람들이 입양해 간단다.근데 녀석 혼자 남겨진 이유는 뭘까?워낙 사람에 대해 친화적인 녀석이라 츄르 하나에 녀석은 내게 딱 붙어 떨어지질 않았고, 심지어 손가락을 깨물며 장난을 걸었다.아깽이 특유의 똥꼬발랄함 덕분에 주변을 깡총거리는 녀석과 10여 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일상_20241108

무덥던 여름 한가운데 진천에 내려왔고, 그 폭염이 언제 그랬냐는 듯 가을을 지나 푸르던 이파리가 떨어지며 완연히 다른 계절을 맞이해야만 했다.사람들이 거의 없는 거리엔 낙엽이 자욱하게 쌓였고, 바람 속에선 가을을 지나 찬 내음이 풍기기 시작했다.귀가 후 집으로 가기 위해 숙소에 들러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자 청명한 저녁 가을 하늘에 달이 덩그러니 떠있었다.집으로 가는 설렘처럼 망망대해와 같은 하늘에 한 줄기 빛이 눈부셨다.

세숫대야 짬뽕을 봤나!, 진천 짬뽕왕_20241031

푸짐한 비주얼로 눈이 즐거운 짬뽕에 큰 재미를 못 봤는데 진천에 온 뒤로 그나마 짬뽕다운 음식을 먹은 곳은 뜬금없이 시골마을이었다.여긴 짬뽕 내용물의 비주얼보단 세숫대야 같은 대접이 압권이기도 했다.내 손이 정말 귀엽게 보일 정도로 대접 사이즈가 웬만한 그릇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인데 그렇다고 인천의 화평냉면만큼 양이 있는 건 아니라 기 죽을 필요까진 없다.10월 마지막 밤을 가성비 괜춘한 짬뽕으로 채운 뒤 숙소 인근의 비교적 번화한 펍에서 마무리했다.지난번 만뢰산 생태공원으로 가는 길목이라 때마침 겨울 만뢰산 능선길을 계획한 상태였는데 가는 길에 이곳 짬뽕집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제대로 심취할 만한 여정을 나서야 되겠다.요즘 워낙 찰진 탕수육을 먹어서 그런지 평범한 탕수육보단 통통한 새우살의 깐쇼명하..

일상_20241030

10월 하순이 되어서야 가을색 완연하게 물들어 아름다움의 진가를 드러냈고, 홀린 듯 이끌려 언덕길로 올라 체육공원 방향으로 내려왔다.산으로 포장된 길을 오르면 꽤 큰 나무들이 줄지어 강한 햇살을 등지고 서 있었다.제각기 불규칙적인 무늬를 드러낸 나무들, 그 불규칙적인 무늬들로 인해 볼 재미가 더 만발했고, 햇살에 굴절된 빛깔로 더욱 황홀했다.홀로 핀 꽃이 제철을 잊어 조금 생뚱맞긴 해도 돋보이는 원색의 아름다움을 발산했다.작은 언덕배기 산에 무성히 자란 수풀이 남은 가을로 물들어 녹음과 뒤섞여 거친 야생과 다듬어진 정갈함이 공존했다.살짝 피부를 적신 땀방울이 배어 나와 적당한 성취감에 응수했다.역시 가을 내음이 물씬하게 풍겨 걷는 수고보다 허공을 활보하는 욕망이 메아리쳤다.여름에 무성하던 풀이 꺾여 가을..

일상_20241029

조금 욕심을 내어 점심시간에 먼 코스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더불어 가을 정취에 흠뻑 젖었다.꽃은 겨울이 오기 전 제 매력을 한껏 발산했고, 그 유혹에 벌은 겨울이 접어들기 전 바쁜 날갯짓으로 화답했다.보행로 옆에 늘어선 꽃과 벌의 조합을 흐뭇하게 쳐다보며 걷기 시작하여 저수지 뚝방 위를 걸어 언덕길을 돌아 회사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는데 가쁜 숨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간이 확실히 빠듯했다.얼마 남지 않은 가을 정취를 느끼느라 어느새 가쁜 숨은 잊고 하늘 아래 자욱한 가을에 도치되었다.저수지를 둘러싼 가을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이채롭고 정감 어렸다.물은 겨울을 제외한다면 늘 같은 모습에 믿음이 갔고, 그 주변을 감싼 대지는 잊지 않고 정해진 변화에 단장하며 사시사철 모습의 다양한 정취에 믿음이 갔다.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