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4

곧은 기개, 정이품송_20210121

가는 날이 장날이 바로 이런 말이렷다. 때마침 보은장이라 복잡한 도로를 엉금엉금 기어 겨우 차를 세워 놓고 시장통을 방황했다. 분주한 한길과 달리 시장길은 생각보다 썰렁한데 그나마 큰 통로는 행인이 보이지만 살짝 뒷길로 접어들면 장날을 무색케 한다. 그래도 내겐 여전히 신기하고 정감 가득한 곳이다. 재래시장 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바로 순대와 먹거리다. 메인 통로인데 진입로가 북적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적하다. 이름 멋지다. 결초보은이라~ 낮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정이품송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서둘러 법주사 방향으로 출발했다. 역시나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아 짧은 구간에서 한참 가다 서다를 반복하여 겨우 빠져나와 곧장 법주사로 향했다.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이 서서히 굵어져 법주사..

부산 돼지국밥_20210119

해 질 녘에 출발하여 밤에 도착한 부산에서 이튿날 아점은 돼지국밥으로 챙겼다. 부산을 그리 자주 간 건 아니지만 희한하게 서울에서 먹는 돼지국밥과 맛이 틀리다. 부산은 국물이 걸쭉하고 수육이 푸짐한데 서울은 걸쭉하지 않고, 수육의 양과 종류가 빈약하다. 그래서 늘 부산에 가면 돼지국밥을 먹는데 주위에선 '부산까지 가서 돼지국밥을 먹는다고!!' 힐난하는 듯한 도끼눈을 뜨고 바라보는데 그건 내 선택이니까 대연동 쌍둥이, 장원과 범일동 밀양은 여전히 사람이 많다. 아!!! 돼지국밥을 먹고 나오는 길에 초췌한 어린 냥을 만났다. 일행이 냥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가까이 다가가자 약간 경계를 해도 '걸음아 날 살려라'하지 않는 걸 보면 무척 허기가 진 거 같은데 트렁크에 츄르와 밥을 가져올 테니 좀 기다려하는 사이..

2018년 마지막 여정을 끝내며_20181231

비록 추위로, 경기 여파로 한산할지라도 매끈한 마트가 구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재래 시장에 있다.구입한 것들 중 엉터리 뒷통수 맞은 물건도 있고, 제대로 줍줍한 것도 있지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은 장터는 여전히 정겹다. 서울에서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든, 아니 서울과 그 인근에서는 생소한 단위가 충주에 있다.예나 지금이나 충주는 물가가 저렴하다.특히나 음식과 소비재들. 시장에 가려진 뒷전은 충주천이 흐르고 청명한 하늘이 펼쳐져 있다.오리 가족들이 물가에 있다 나를 보곤 기겁하고 피난간다.생퀴들이 내가 협박을 했냐! 오래된 구멍 가게의 흔적으로 나무 문틀과 출입문이 있다.시간이 지나면서 틀이 뒤틀리는지 쉽게 열리지 않고, 그렇다고 힘으로 무작정 열 수도 없다.나름 테크닉과 문제가 되는 ..

반딧불이를 만나러 갑니다_20150627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울나라 오지 중 하나인 경북 영양인데 같은 오지 동무 중 봉화는 도로가 좋아져 쉽게 갈 수 있지만 영양은 아직 그렇지 않다. 여전히 봉화나 안동에서도 한참을 지루한 산길로 가야 되는데 그런만큼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2007년 가을에 검마산을 갔었는데 피부에 닿는 그 보드라운 빗방울의 느낌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걸 보면 흐른 시간동안 그 느낌이 강하게 각인되었나 보다. 전날 영주역에서 일행들과 만나 늦은 밤에 도착했던 흥림산 휴양림은 산림청이 운영하는 검마산과는 달리 영양군에서 운영하는 작고 아담하지만 깨끗한 휴양지였다. 흥림산 휴양림에 도착해서 푹 쉬고 다음날 아침, 베란다 너머를 보니 가을이 온 마냥 하늘이 높고 시원하기만 하다. 비록 산과 계곡의 규모는 검마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