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23

여명_20170905

자연이 펼치는 상상력의 나래는 대체 어디까지 그 촉수를 뻗칠까?전날과 비슷한 시간에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개의치 않고 전혀 다른 형태의 노을 자욱을 휘저으며 더욱 강렬한 화염 자욱을 멋대로 그려 놓는 것 같아도 수십 년 동안 짜놓은 문명의 치밀함을 비웃듯 하늘이라는 종이에 일몰의 물감을 풀어 노을의 수를 정교하게 새겨 놓는다.일상이 되어 버린 흠잡기 습관이 부끄러울 만큼 포근한 다독임에 숙연해져 전날과 같이 넋을 빼앗긴 내 사념은 알알이 들어와 박혀 도저히 뺄 수 없을 것만 같던 비난의 찌든 때를 탈피하고 개운한 수면 뒤의 가뿐한 설렘의 자세로 여전히 가을을 기다린다.일 년 만에 만나 생소할 법도 한 가을이 마치 시종일관 내 삶의 곁에서 지켜봐 준 친구 같다.

여명_20170904

가을도 오고, 하루의 시간도 오는 이른 새벽녘에 창 너머 일출이 뿌려 놓은 노을의 찬란함을 넋 놓고 바라 보다 멍한 정신을 털고 카메라로 경이로움을 낚아 챘다.자연이 그려 놓은 한 편의 이 장엄한 그림은 일장춘몽처럼 한 순간 흩어져 버릴 새라 바삐 담았는데 바라보는 내내 바람이 실어온 가을 내음의 향연에 취해 그토록 기다리던 가을의 상상으로 행복감에 젖은 내 마음을 눈치 챘는지 암흑의 도화지에 보드라운 붓을 살랑이며 희망을 그려 놓는다.

이젠 겨울이려나?_20141123

아침 출근 전, 그리 이른 시각이 아님에도 여명은 뒤늦게 기지개를 편다.이젠 주위를 둘러 봐도 가을의 흔적은 사그라 들었다. 저녁 무렵에도 땅거미는 찾아든 겨울의 싸늘함을 피해 서둘러 자리를 피해 버렸다.가을의 화려했던 시간들이 지나 겨울의 웅크린 기세는 기실 세상의 시간들을 정적으로 짓누르는 것만 같다. 허나 겨울도 과정의 필연이다.설사 세상 만물을 얼려 버릴 것 같지만 그 계절 속에서도 내겐 어김없이 추억이 있고, 그 고스란히 남은 기억은 겨울 덕분에 따스해져 버렸으니 찾아온 밤의 암흑을 떨치듯 바뀐 계절에 맞물린 내 삶의 희열을 위해 집요하게도 기억을 채우려 할 것이다.난 겨울을 기다리고 겨울은 시절을 기다린다.

일출, 일몰 그리고 월광

일출이나 일몰이 아름답게 보이려면 반!드!시 구름이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다른 날이긴 하지만 근래 찍은 일출과 일몰을 같이 올려 볼까? 12일 아침에 구름을 비집고 나오는 일출의 이글거림은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심지어 부시시한 졸음을 떨칠 기세다. 일몰은 비장함보단 장엄한 여유가 느껴진다.철새가 날아가는 일몰의 광경은 그 여유를 배가 시켜 주고 기대감까지 부풀리는 마력이 있다. 그러곤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린다. 달빛이 유별나게 밝은 야경은 잠시 시간이 멈춰 정체된 빛이 일시에 흩어져 버린다.

간결한 일출

근래 들어 부쩍 티워니로 일출 찍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는 건...그만큼 싸돌아 다니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세상만사가 귀찮아 방 안에서 셔터질만 해 댄 거 아닌가 싶다.그래도 자고 일어나서 부시시한 상태로 보는 일출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거~ 일출을 좀 더 주밍해 보면 흑점까지 보이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사진이란 게 순간의 기록이면서도 많은 세상이 담긴, 그 만의 매력이라면 매력포인트겠다.대기 중의 옅은 연무로 인해 이글거리는 태양이 아닌 간결한 태양이라...어릴적 아크릴판으로 보던 개기일식이 생각 난다.

사진과 함께 하는 일상들

시간이 조금이라도 주어지는 날이면 틈틈히 카메라를 메고 산책을 한다. 근래 들어 나처럼 중급기 이상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이들도 부쩍 늘었고 예전에 비아냥대던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사서 자동 모드로 사용한다는 말들도 많이 해소된 느낌이며-사실 내가 이랬으니- 막연하게 찍는 모습보단 신중한 표정으로 셔터를 누르는 광경도 종종 접하게 된다.나 또한 여행의 기록이 중요했을 뿐 사진에 대한 신중함은 없었는데 작년 지인 중에서 전공했던 분의 지대한 영향을 받아, 그리고 그 지인의 지인으로 인해 사진은 한 장면일 뿐이지만 그 장면에 들어간 넓은 세계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고 단정 짓기 힘들며 그 끝도 정의 내릴 수 없는 매력이 있단 걸 안 이후 사진은 내 단조로운 일상의 파문과도 같았다.때론 한 장면에 매료된..

20140429_이른 아침의 무거운 하늘

출근을 위해 일어난 이른 아침, 한 바탕 시원한 비를 쏟아 낼 듯한 하늘을 보곤 담아 둔 사진. 그 때가 4월 29일이다.긴 연휴를 앞둔 설레임이 있었기에 심적인 여유를 갖고 담아 두었을 터... 해가 뜨는 곳이 도리어 우측에서 밀려 오는 스산함에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 같다. 그런 짙은 구름의 틈바구니로 일출의 속삭임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