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23

떠오르는 해의 윤곽

아침에 암흑을 걷고 세상을 향해 솟아 오르는 태양은 늘 바쁘게도 움직인다. 부끄러움일까? 잠시 동안이라도 끊임 없이 새로운 옷으로 단장하곤 열심히 검푸른 하늘에 열기를 불어 넣는다. 겨울왕국에서 따스한 얼음 마법을 부리는 엘사의 시시각각 변하는 옷처럼 차갑게 보이지만 종내는 따스한 하늘에 종지부를 찍어 주는, 자주 보면서도 쉽게 지나치는 일출은 감각 기관에 항상 아름다움을 지각시켜 준다.

아침 일출 전, 장관

월 요일 아침, 기상을 해 보니 구름과 지평선 사이 잠시 틈이 생긴 곳으로 일몰의 잔해가 비집고 나온다.행여나 일몰이 보일까 싶어 잠시 기다려 봤더니 부끄러운 햇님은 온데간데 없고 층층이 구름 위를 칠했던 햇살이 구름의 테두리를 붉게 지워 버렸다.미리 찍어 둔 사진이 이뻐-물론 내 생각이지만- 잠이 덜 깬 부시시한 졸음을 떨치고 순간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댄 희열의 징표가 남아 있구나.

아침 일출 전.

출근 전, 기상 시간에 창 너머 일출이 보이기 전이다. 해가 이렇게 짧아 졌구나 싶은 계절의 변화를 몸소 느낌과 동시에 겨울의 예감과도 같다.산 위에 짙은 먹구름과 그 위에 일출 전 햇빛의 설레발이 겹겹이 보이는 광경이 경이롭게 보여 잽싸게 카메라를 들이 밀고 찍었는데 잘 찍은 사진에 대한 집착 보단 이런 걸 남길 수 있는 작은 여유로움과 기록에 대한 습관이 대견(?)하다. 2005년 새해 일출을 보겠노라고 영양 일월산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와 흡사한 광경이다.첩첩 산을 너머 사진처럼 짙은 운무가 깔려 있고 그 너머에서 새해 일출이 뜨던 그런 완벽하지 않은 일출이었지만 구름을 힘겹게 넘고 있던 일출은 그 대로의 운치가 작렬했었고 그 느낌이 산 정상에서의 깊은 추위 만큼이나 감동이었었다.구름과 하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