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내림 6

구름이 무거워진 하늘숲길, 돌아 오는 길_20201007

운탄고도의 또 다른 뜻은 구름 양탄자라.. 마치 머리 바로 위에 구름 양탄자가 가을을 따라 남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로 화절령 도롱이연못에서 잠시 쉬는 사이 북적대던 사람들마저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서둘러 왔던 길을 되밟으며 시야가 트인 남쪽 방향에 시선을 거의 고정시키다시피 했다. 아마도 화절령으로 연결되는 산길이 아닐까? 선로는 녹슬었지만 그 고단한 세월을 위로하는 꽃 한 다발이 말없이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가던 길에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던 백운산은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은 구름 속으로 그 모습을 감췄다. 지나던 다람쥐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는데 입을 자세히 보면 겨울 준비를 위한 식량이 한가득 들어 풍선처럼 잔뜩 부풀었다. 화절령 방면으로 갈 때와 달리 돌아갈 때엔 걷는 속도를 높여 시간..

가을을 따라 영양으로_20181017

영양을 찾은 게 언제 였던가?대구에서 학업이 끝나고 영양을 거쳐 집으로 갈 결정을 내리고는 곧장 중앙-당진영덕고속도로를 타고 영양으로 향했다.2015년 가을에 영양을 찾았다 인상적인 가을을 맞이하곤 다시 그 추억에 의지해 영양을 찾은 만큼 한창 물오르기 시작한 가을을 만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 아무렇게나 놓은 가을인데 특별하게 보인다. 영양 일월에 도착하여 잠시 한숨을 고른다.비교적 오래된 건물 외벽에 덩굴도 가을에 맞게 빨간 옷으로 갈아 입었다. 하늘에 빛내림이 있는 것과 다르게 이내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언제 굵어질지 몰라 주저 없이 다시 출발했다. 가던 중 3년 전 가을을 상기시킬 만한 가을 풍경들이 보인다. 자생화 공원에 ..

뜨거운 자연이 만든 성산 일출봉_20180306

앞서 제주를 방문했을 때 성산 일출봉을 지나 쳤던 건 제주 특유의 변덕스런 날씨로 급작스런 폭우가 동선을 제한했기 때문이었던 만큼 묘하게 떨칠 수 없는 미련이 남아 있었고, 이번 여행에서 그 미련을 실현해 보자는 의도는 다분했다.다행히 초봄의 화창한 날씨가 행여 따라올 변수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덕분에 제주 여행 내내 사진은 별로 남기지 못했지만, 주어진 시간은 한껏 누릴 수 있었다.비가 오더라도 그 만의 매력이 있긴 하지만서리. 생각보다 긴 시간을 들여 드뎌 성산 일출봉에 도착, 평일임에도 여행객은 제법 많은걸 보면 역시 제주다.제주라고 별 거창한 거 있겠냐는 조롱 섞인 비아냥을 들었을 때 늘 하던 이야기가 거창한 거 보단 다분히 제주만 가진 특징적인 매력이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디펜스 쳤는데..

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

전날 늦은 밤, 신고한 터미널에 도착했을땐 이미 빗방울이 추적추적 내리는 중이었는데 일행을 만나 다른 곳은 둘러볼 겨를 없이 강원랜드 부근 하이캐슬리조트로 가서 체크인 후 조촐한 맥주 파티를 하고 깊은 잠에 취해 버렸다. 서울에서 출발할때 꽤 많은 시간이 걸렸던 피로와 더불어 후딱 비운 맥주가 갑자기 풀린 긴장을 더 이완시키면서 늦잠을 자게 될 줄이야. 하이캐슬리조트에서 베란다에 나와서 보니 역시 지대가 높긴하다.강원랜드가 밑발치에 보이는데 완전 산으로 둘러싸여 절경이 따로 없다.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으나 이따금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리 쬐이는데 비 온 후라 그런지 대기가 깨끗해서 왠쥐 기분 좋은 여행이 될 것만 같다.느낌 아니까~ 원래 지도 없는 여행이라 당일 지도를 ..

햇살 커튼

8월27일 두터운 구름 사이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 햇살이 먹구름의 단조로운 대기에 커튼을 내리치자 금새 한눈에 들어 온다. 8월30일 하늘 여기저기에 퍼져 있던 구름 너머 햇살이 한무리의 짙은 구름을 몰아 내듯 거대한 커튼을 내리치더니 이내 다시 돌아오리라고 다짐했던 마냥 저녁 석양의 뜨거운 가슴을 보여 준다.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긴 하지만 하늘 한 구석 자그마한 틈으로 살며시 뻗어 나오는 햇살이나 거대한 커튼을 들이치는 건 진풍경임에 틀림 없다.결국 구름과 햇살의 만남에 의한 예측할 수 없는 형태의 조각품이니 어느 하나 허투루한 게 없단 것.

낙동강 자전거 여행_돌아오는 길

더는 앞으로 전진할 수 없었다. 더위는 각오했다손 치더라도 갈증엔 방법이 없었고 적당히 가던 길목에 해소책이 있었더라면 위안이 되어 더 전진했겠지.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봉촌 제방들의 수풀지대를 지나면서 편차가 적은 풍경의 갑갑함이 등짝에 진 무거운 짐인 양 어깨를 짓눌렀다. 하는 수 없이 주안교회라고 새겨진 오래된 적벽돌 건물을 바라 보곤 하나님의 계시에 의거, 왔던 방향으로 자전거를 돌려 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기특한 결정인겨. 뚝방길을 따라 잠시 달렸을까? 관망대가 보이고 뒷편엔 하천관리소가 나온다. 옮다구나! 싶어 주머니에 담겨진 쓰레기도 버릴 겸 해서 두드려 보니 어르신께서 홀로 지키고 계시길래 이만저만해서 허벌나게 갈증이 심한데 물 한 모금 주십사 말씀드리니 흔쾌히 몇 잔이고 마셔도 된다고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