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9

금강을 마주하는 향로산_20190430

작다고 무시했다가 큰 코 다치는 사람 수도 없이 많이 봤다.뭔 썰인고 허니 애시당초 무주 향로산 휴양림에 숙소를 잡으면서 그저 휴식만 취하는 이색적인 그렇고 그런 마실 뒷녘 정도로만 봤다가 도착하자 마자 모두들 연신 탄성을 질렀다.이 정도 삐까한 시설에 비해 옆차기 할 정도의 저렴함, 가뜩이나 겁나 부는 바람에 밤새 오즈의 마법사에서 처럼 공중부양 중인 통나무집이 헤까닥 날아가 버리지 않을까 불안함을 금새 잠재우는 묘한 매력.미리 계획했던 적상산을 다녀온 뒤 찔끔 남은 여유 덕에 향로산에 올랐다 초면에 무시했던 생각에 송구스럽기까지 했다.낮지만 지형적으로 큰 산들이 가진 특징을 아우른 멋진 산이란 걸 알았다면 진작 왔을 터인데.게다가 무주는 생각보다 그리 먼 곳이 아니었다.가족 일원이 임시 둥지를 만들어..

무주에서 구름처럼_20190430

아침에 무주를 거쳐 끝 없을 것만 같은 오르막길을 따라 적상산으로 향했다.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도 멋진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1천m 이상 고지는 보통 산의 무리들이 뒤섞여 있건만 적상산은 혈혈단신이라 무주 일대와 사방으로 늘어선 첩첩 산능선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한참을 올라 도착한 적상호 옆 적상산휴게소에 다다르자 거대한 물탱크를 살짝 개조한 전망대가 있어 나선형 모양의 계단을 따라 어렵잖게 올라가자 사방으로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늘어선 백두대간이 있다.대호산, 거칠봉 방면으로 보자면 거대한 장벽처럼 시선을 막고 있는 백두대간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다. 구름에 쌓인 덕유산 봉우리는 특히나 우뚝 솟아, 가던 구름조차 걸려 버렸다. 적상산으로 올라온 길이 산 언저리를 타고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삼척 바다와 산을 품은 공원_20190314

바다는 뭍을 그리워 하고뭍은 바다를 그리워 하여한데 어우러져 만나 자연 내음 가득한 해안을 만들었다.신록이 싹 트는 해안에 서서 쨍한 햇살과 순도 높은 바람 소리를 듣노라면아득한 봄날의 그리움과 기다림 속의 설렘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울진에서 아점을 줍줍하고 7번 국도를 따라 도착한 임원항은 봄의 나른함이 빼곡히 젖어 들어 그냥 자리 깔고 앉아 그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 보더라도 마음 가득 봄이 들어찬 것만 같다.7번 국도의 쉼터에 들러 멀리 보이는 임원항과 그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공원이 이번 목적지라 마음과 달리 한 아름에 쉬지 않고 달려 갔다.근데 멀리서도 선명한 엘리베이터를 보면 역시나 한 위용 하신다. 홍매화라고 했던가?처음 공원이 조성 되던 시기에 차로 들렀던 길을 따라 도착하던 중 발목을 붙잡..

돌아가는 길_20180824

태풍이 지나간 자리, 아침부터 뙤약볕이 숙소 창만 열어 봐도 폭염을 짐작할 수 있는 풍경이다. 체크 아웃 시각까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동촌유원지 투썸플레이스에 가서 크로크무슈에 커피 한 사발로 때우고 바로 출발, 아침과는 달리 오후 시간이 지날 수록 하늘에 구름이 두터워진다. 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집으로 출발하는데 태풍이 모든 혼탁한 기운을 쓸어 버린 뒤라 여름이지만 가을 하늘처럼 청명하고, 아직은 태풍의 잔해로 한바탕 빗줄기가 더 쏟아질 기세다. 금호 분기점을 지나며 여러 고가도로가 실타래처럼 엮여 있다. 구미에 다다랐을 무렵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워 졌다. 경부 고속도로를 벗어나 중부내륙 고속도로로 갈아 탔다. 다시 상주 분기점에서 당진영덕 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힘차게 내딛는다. 속리산이 가까워지자 ..

하늘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고_20180816

약속된 시간이 모두 흘러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처럼 마음과 발걸음이 무겁고 아쉽다.그런 마음을 아는지 하늘엔 무거운 구름이 낮게 쳐져 있고, 그 힘겨움으로 백두대간에 걸려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영주를 거쳐 안정, 풍기로 가는 활주로 같은 도로는 흐린 날이지만 맑은 공기로 탁 트인 대기처럼 시원하게 뻗어 있는데 멀리 장벽처럼 늘어선 백두대간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그 틈바구니 낮게 패인 곳이 죽령이다.넓은 평원처럼 백두대간까지 산이 거의 없는 지형을 그대로 그어 놓은 도로를 따라 달리던 중 차에서 잠시 내려 구름이 걸린 백두대간은 마치 가야 될 길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란 예견처럼 보인다. 집으로 가는 길에 유독 졸음이 쏟아져 꼭 쉬어가게 되는 천등산 휴게소에 들러 뒤뜰을 걸으며 졸음을 털어..

모두 어울리는 곳_20180714

이튿 날, 집 앞에 끊임 없이 흐르는 물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작은 여울이었다.계곡이 깊어 사시사철 개울물이 마르지 않는다던데 그만큼 물소리 또한 요란하고, 이끼 투성이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잠깐 물만 만져봤는데 여름이지만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갑다.또한 여기 일대에 모기가 전혀 없어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불어 오는 바람 속에 여러 가지 나무가 섞인 내음이 은은했다.가족들은 계속 남아 하루를 더 지내고, 나는 이내 출발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런 천혜의 자연을 벗어나려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조만간 다시 찾을 수 있겠지만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등을 지고 다시 빼곡한 도심으로 돌아가는 안타까움은 며칠 더 머물더라도 떠나는 시점에선 마찬가지 기분이 아닐려나 하는 위안으로 출발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새로운 동반자와 첫 여행_20180713

퇴근 시간에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는다.내가 주문한 차가 도착했다고?!회사 지하 주차장에서 사우들 몇명과 함께 페스트리보다 겹겹히 쌓여 있던 비닐을 제거하고 새차 냄새를 빼는 과정을 거친 후 퇴근과 동시에 가족들이 여행으로 떠난 봉화로 출발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하는 데다 주말 휴일을 앞둔 금요일이라 회사를 출발해서 두무개길을 이용해서 강변북로에 합류하기 까지 정체가 무쟈게 심해 꽤 시간이 걸렸다.새 차라 급유가 필수라 바로 엄청나게 막히는 외곽순환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로를 피해 네비가 가리키는 청담대교로 빠졌건만 수서까지 거의 거북이 걸음이다.기름 좀 먹여달라고 차는 댕댕거리고 진행은 더딘데 자동차 전용도로라 빠지는 길은 없고.더워서가 아닌 당혹스러워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 문정동 가든파이브 부근..

봄과 함께 청풍호로 간다_20150320

아직은 춘분이 안지났다고 밤이 빨리 찾아오는데 이틀 후면 춘분이네. 그럼 봄이구나 싶어 2월 중순에 갔던 청풍리조트를 다시 찾아갔다.역시나 가는 길은 청량리에서 새마을호를 이용했는데 1시간 조금 더 걸리는게 엄청나게 빨라져 부렀다.그래도 밤은 밤이여. 19일 퇴근 후, 잽싸게 도착한 제천역은 여전히 조용하다.기차가 도착할때 꽤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게 도심 한가운데가 아니라 그런가보다.포토라이프가 많이 소홀해졌음을 느끼는게 하다 못해 아이폰 카메라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카메라는 오죽하겠나?도착해서 저녁 해결하고 커피까지 해결하는 동안에도 기록에 대해선 거의 체념 수준이라 반성에 또 반성을 해야 된다.그냥 안했으면 안 한대로 살아도 불편을 못느끼는데 꼭 지나고 나면 `짱구야!..

하늘 아래 가을 나린 태백, 정선_20141019

첫째날이 정선행이었다면 이튿날은 태백으로 방향을 잡았다.원래 매봉산과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 갈 목적이었으나 매봉산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덕분에 검룡소는 다음으로 기약하기로 하자. 태백에 오면 늘 들리는 통과의례는 바로 정선에서 넘어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내려다 보고 있는 울나라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추전역이다.지금은 폐역으로 분류되어 정식으로 열차가 정차하지는 않지만 관광지로 나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라 내가 찾아간 그 날도 꽤 많은 사람들이 들렀다.어떤 이들은 옛추억에 서린 간이역을 회상하기 위하여, 어떤 이들은 가장 높은 역이라는 나름 상징성이 주는 호기심에서, 또 어떤 이들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좀 더 해맑은 가을 산중을 구경하기 위함 일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관광지로 뜨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