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7

냥이_20241003

가족들을 초대하기 위해 전날 집에 도착한 뒤 아침에 일어나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 쇼파에 앉아 있노라니 녀석이 티비 앞에 냉큼 자리를 잡았다.연신 눈을 맞히는 녀석.내가 없는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방에 들어가 냥냥거렸다던데 모처럼 집사를 보자 계속 따라붙었다.그래도 사진 찍으려면 절묘한 타이밍으로 고개를 휙휙 돌려버리는 녀석.한 번 놀아주고 쇼파에 쉬고 있는 녀석을 캐리어에 집어 넣어야 되는데 얼마나 진땀을 뺄 지 안봐도 뻔했다.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녀석을 겨우 캐리어에 넣고 진천으로 궈궈!진천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를 타고 안성을 지나면서 빗방울은 굵어졌는데 창문을 열어놔서 비가 들어오지 않았을까 걱정도 잠시, 여기까지 온 김에 진천에서 유명한 막국수는 먹어야지.어차피 비가 들어왔으면 닦아내면 그..

한가위 노을 아래 곡교천 은행나무길_20240916

올여름만큼 '기록', '역대'라는 말을 남발한 적이 있었을까?완연한 가을로의 길목인 한가위 연휴조차 폭염의 맹위에 가을이 올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연일 한여름과 같은 후덥지근한 폭염도 모자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 도저히 참지 못해 9월 초 며칠을 빼곤 에어컨이 열일하는 여름이자 초가을이었고, 때마침 한가위 연휴를 맞아 큰누님이 홀로 친정집에 행차하시어 큰 마음먹고 동탄과 가까운 명소인 아산 곡교천으로 출발했다.내 신조가 더울수록 땀을 흘려야 더위에 둔감해지며, 겨울 또한 추울수록 활동을 해야 몸이 움츠러들지 않을 뿐더러 그런 가운데 겨울의 신선하고 순도 높은 추억이 쌓이는 벱이라 아산 곡교천 나들이를 제안하자 모두 덥석 물었다.[이전 관련글] 멋진 겨울 작품, 곡교천 은행나무길_20200211사실 아산은..

일상_20190905

가을 장맛비가 한창이다.맑다가 갑자기 흐리고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이내 그쳐 버리기도 하고, 그치는가 싶다가도 지루하게 내리길 다반사. 비가 내린 뒤 일시에 걷히는 구름으로 거대한 무지개가 하늘을 채색했다.금새 사라지는 무지개처럼 남가일몽인들 어떠하리.이제 가을인 걸. 가끔 그럴 때가 있다.아무런 기대 없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는데 예상치 못한 경관으로 한참을 우러러 본 적.가을에 대한 기대감도 잊을 만큼 나는 앞만 보며 무얼 그리 응시 했던가.가을 비가 추적히도 내리던 저녁, 작은 행복에 미소 짓는 그런 날도 있긴 하다.비 온 뒤의 쾌청한 하늘은 고난 뒤의 성취감과도 같다.

일상_20160828

갑자기 내리던 소나기가 갑자기 그치고 동녘에 거대한 쌍무지개를 그려 넣었다.얼른 카메라 끄집어 내서 셔터 신공을 발휘해 사진을 담았는데 생각보단 광대한 감회가 표현되지 않았구만.광각의 뽐뿌를 억누르고 아이폰 파노라마로 몇 장 찍곤 감동에 젖을 무렵 일장춘몽처럼 금새 무지개가 사라지고 서편에 화려한 노을 쇼쇼쇼~ 간만에 보는 노을다운 노을이라 망원으로 또 다시 셔터 신공을 발휘, 구름 저 편에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무지막지하게 구름이 타 들어가건만 조바심은 이내 사라지고 자연의 대서사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턱관절 무리를 고스란히 견뎠다. 요건 마치 채도가 낮은 물감으로 아무렇게나 그려 넣은 그림 같지 않나?잿빛에 가까운 서편 하늘이 참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누가 찍었는지 잘 찍었네~

무지개_20150707

저녁 무렵에 짧게 내린 비가 그치자 일몰이 비끼어 무지개를 만들어 냈다. 베란다에서 오산 상공에 피어난 거대한 무지개가 두겹, 이름하야 쌍 무지개~미스라면 벨비아모드로 찍어서 과도한 채도가 베인 나머지 왜곡이 좀 심하다. 아이뽕 파노라마 사진인데 이건 포커싱이 맞지 않아 전체적으로 희미하게 나왔지만 그래도 전체의 둥근 모습은 대략 윤곽을 알 수 있다. 너를 가까이서 보고파 망원으로 다시 한 번 찍었어. 무지개도 하늘로 날아가고 햇님도 서산 밑으로 가라앉아 땅거미만 남았는데 마치 하늘에 거대한 물풍선이 무거워서 밑으로 쳐진 것처럼 묘한 구름의 형태다.그 물을 그득 품은 구름에 굴절된 땅거미의 음산한 분위기가 사진에 표현되었구먼.

After the rain

휴일에 내리는 비를 맞기 위해 가끔 우산 없이 모자와 레인자켓에 의지하며 거닐 때가 있다.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서?예끼! 휴일인데 그 정도는 낭만(?) 아닌가--;;; 허나 이날 만큼은 장난 아니었다.빗줄기가 월매나 굵은지 그 분위기에 압도당해 버린데다 가방에 넣어둔 카메라며 아이폰까지 신경이 뻗히자 서둘러 종종 들리던 카페 테라스에 냉큼 들어가 비를 피했고 커피 한 사발에 한 숨 돌리던 찰나 번개까지 빠직!!!+_+다행히 카메라와 아이폰엔 전혀 지장 없었으니 비가 가느러지길 기다려야제잉 멀찍이 거리를 두자 내리는 비가 다시 낭만으로 보인다--;시간이 비교적 깊어질 무렵의 오후라 곧 해도 떨어질 거고 내 뱃속도 공허해 질 터인데 아니나 다를까 점점 어두워 오던 찰나, 벨소리에 전화를 받아 보니 무지개 ..

8월2일 저녁 무지개

장마땐 비 구경하기 힘들더니 요즘 들어 일기 예보를 비웃듯 수시로 비가 내린다.그러다 저녁 퇴근길에 비가 그치고 흐린 하늘이 걷히기를 며칠 동안 기가 막힐 정도로 정확하다.퇴근 길에 맑아지는 날씨와 더불어 이렇게 무지개까지 반긴다면 기분이 묘할 만큼 짜릿하고 설렌다. 서쪽 하늘은 여전히 타들어 간다. 땅거미가 질 무렵 이렇게 거대한 한 덩어리 구름이 하늘을 느리게 흘러간다.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처럼 우주 기행 물체가 유영하는 장면 같기도 한게 구름과 하늘의 색상이 육안으로도 확연히 구분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