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10

냥이와 제비의 열렬한 환영, 충주 홍두깨칼국수보쌈_20240515

내 이름은 만두.난 우측 뒷다리 하나가 없어.그래서 급할 때 다른 닝겐들처럼 민첩하게 뛰거나 피하지 못하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아.집사, 동네 사람들, 그리고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내게 미소를 날려주고, 따스한 손길로 나를 대해줘.나도 사람들이 좋아.그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도 어느 하나 큰 소리를 내거나 위협하지 않거든.난 늘 부족한 게 없어.밥도 적당히 채워져 있어 배고플 때 먹으면 되고, 심심할 때엔 뒤뜰에 벌레며 가끔 사람들이 함께 놀아줘.그래서 난 누군가 맛 좋은 걸 주는 것보다 관심과 애정, 그리고 나에 대한 삐딱한 편견만 없었으면 좋겠어.기생과 공생을 모르는 닝겐들이 아직 많더라구.집사는 내게 있어 세상이며, 나 또한 그들의 희열이거든.그럼 다음에 나를 보러 오게 된다면 나지막이 내 이름을 ..

설경에 함락된 충주산성_20201218

눈이 소복이 덮인 성벽을 따라 걷는 동안 무심한 시간을 탓할 겨를 없이 허공을 채우고 있던 연무와 햇살이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일상을 한발 벗어나고, 인파를 잠시 등지고 있던 찰나가 마치 정적에 휩싸인 허공처럼 한결 같이 머릿속을 맴돌던 잡념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뿌연 안개처럼 걷히며 무념의 가벼움에 도치되었다. 대부분의 산성들이 근래 들어 고증된 역사를 발판 삼아 복원되었지만, 그 땅에 서린 처절 했던 흔적과 달리 마냥 평화롭기만 했던 건 어쩌면 수 없이 흘린 피의 궁극적인 신념과 바램 아니었을까? 위태로운 비탈길을 따라 밟는 오르막길보다 더욱 긴장되는 내리막길은 양귀비의 마력에 혼이 나간 나머지 제 생명을 압박하는 권력의 추악한 이면을 반증하는 만큼 때론 중력이 잡아 끄는 방향을 모르는 게 약이라..

충주의 천리안, 남산 충주산성_20201218

올해 눈과 인연이 많다. 봄의 정점에서는 미리 잡은 여행에 맞춰 뜬금없는 폭설이 내리고, 이번 또한 다를 바 없이 추위를 안고 맹렬한 기세로 눈발이 날렸다. 디딛는 발끝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가고, 무심코 걷던 발걸음에 위태로움은 끊임없이 균형을 쥐락펴락하지만 몇 알 굵은 소금이 반찬의 풍미를 더욱 맛깔스럽게 미각을 현혹하듯 현재와 미래, 기억과 현실의 상호작용을 끈끈하게 뒤섞일 수 있도록 잡념의 티끌마저 하얗게 채색시켰다. 충주 시민이라면 삼척동자도 안다는 산기슭을 오르며 가는 시간의 안타까움마저 잊어버렸던, 찰나 같지만 울림이 깊은 하루였다. 처음 찾아온 곳이라 정확한 진입로를 몰라 헤맬 수 있으므로 충주시무공 수훈자공적비 공영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뒤 진입로가 있는 방면으로 걸어갔고, 생각보다 얼마 ..

남산에 봄이 가져다 준 소식_20160406

얼릉 점심을 해치우고 남산으로 향하는 길엔 연일 미세 먼지가 심각한 날이었다.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넋 놓고 있기엔 넘무나 아까운 계절, 봄이지 않은가!미리 가져온 카메라를 챙긴채 편한 워킹화를 신고 막무가내로 눈 앞에 보이는 남산으로 향했다. 바로 코 앞에 벌떡! 서 있는 남산 타워가 이렇게 뿌옇게 보이고 하늘은 흐린, 미세 먼지 천국임에도 흐드러지게 펼쳐져 있는 벚꽃을 비롯한 봄 소식 전령사들이 남산을 이쁜 옷으로 단장시켜 놓았는데 아니 가는 것도 아까운 일이다.일 년 중에 찰나의 순간인데 지금 아니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되지 않겠는가 싶어 미세 먼지가 발광을 하던가 말던가, 그까이꺼 삼겹살 파티하면서 먼지 쪽 빼내면 되겠지 싶어 무작정 향했던 날, 2년 만의 남산 산책(남산 벚꽃 터널)인데 지나고..

해방촌 골목

모처럼 카메라 가져간 걸 안 것처럼 친하게 지내는 형님께서 해방촌으로 놀러 오랜다.물론 따닷한 분위기 연출에 빠질 수 없는 한 가지는 필수품 아니긋나.바로 술!술판이 벌어 지면 카메라에 신경이 뻗히지 않아 해방촌에 들렀다 같이 강남역으로 가는 길에 골목을 잠시 담아 둬야징. 점점 사라져가는 골목 풍경들이 이제는 정겨울 줄이야. 남산 언저리라 역시 전망은 굿이다. 시간과 함께 사라질 약속을 한 판잣집.이제 쓸쓸한 은퇴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남산의 식구, 백범광장

잽싸게 투표를 하고 찾아간 남산 백범광장은 근무 시간에 가끔 바라보기만 할 뿐 언젠가 한 번 찾아가고픈 위시리스트는 아니었다.게다가 난 자연의 풍경을 찍거나 감상하기 좋아하지 인공적이거나 콘크리트색상이 가득한 건 노력을 들이기 아까워했었다.서울이 텅 빈 것만 같은 선거일의 나른한 오후,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카메라를 메고 매끈한 성곽을 바라 보던 중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럼 함 올라가 볼까나'하며 발걸음을 돌려 쉬엄쉬엄 걸어가 보니께로... 먼데서 누군가 자기 얼굴과 색깔이 슷비슷비한 무언가로 째려 보자 악동 까치군도 `무어야?'하는 눈빛으로 째려 보고 있다.그래도 자기를 해치려 하지 않는 걸 아는지 쨉싸게 도망가지 않는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쭉 올라가면 너른 들판 너머에 당당한 김구선생님의 인자한 자태..

남산 벚꽃 터널

동국대 방면에서 시작된 남산 벚꽃 구경은 점심 시간의 짧지만 기분 전환하기엔 충분했었다.장충단 공원에 산채 비빔밥 한 사발 후딱 해치우고 바로 걸음을 재촉. 마치 지네 모양을 한 거시기가 뭐시기?사진으로 보니 징글징글한데 연일 뿌옇던 대기가 그 날만큼은 그짓말처럼 청명하고 덩달아 햇볕도 월매나 따숩고 깨끗한지 사진 셔터를 누를 때마다 더할 나위 없이 맑은 사진이 나오더라. 일행들이 사진을 찍을 때 도촬하며 갔었는데 그 때 찍은 사진 중 가장 맘에 든다, 인물 빼고!봄날 실내에 있다 보면 약간 더워 갑갑함이 올 때 봄바람을 맞는 상쾌함이 연상되는 사진이다.개나리의 노란색만 부각시켰건만 청명한 햇살 덕택에 개나리조차 정화된 노랑이 같다. 요로코롬 벚꽃이 만발하야 산책하는 기분도 덩달아 홍콩간 기분이다.그러나..

4월 1일, 필동 벚꽃길

만우절에 온갖 잡스러운 거짓말이 난무하는 가운데 자연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자~나 근데 올 봄 벚꽃 개화는 쪼매 빨리 찾아와서리 깐딱 놀랬자~나.점심 시간 막간을 이용해 엑백스 둘러 매고 혼자서 필동 벚꽃길을 찾아가 이른 벚꽃들을 낱낱이 찍어 봤스~물론 엑백스를 믿기에 보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귀찮아서가 아님. 충무로 대한극장 뒷편 필동길로 느리게 걸으며 봄의 전령사와도 같은 벚꽃을 찍었다.이 벚꽃이란 게 수줍음이 많은 꽃이라 일찍 핀 만큼 일찍 져 버리니 괜히 떨어져 버린 꽃잎을 보고 아쉬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찍는다마는 그게 마음 뿐이지 막상 지나고 나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더라.그렇담 아쉬움을 달랜단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니겠나? 이렇게 벚꽃이 만개한 가로수가 쭉 펼쳐진 거리를 한눈에 보고..

퇴근 후... 평온하기만 한 하늘

퇴근 후 제대로 뒤섞인 하늘과 구름을 찍겠노라고 계속 삽질 했건만 날 도와 주지 않는다. 젠장스...3일 연장으로 하늘을 쳐다 본다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내 뒷모습이 나사 빠진 영구처럼 보였나 보다.이럴 때 망원으로 당겨서 찍었더라면 싶다가도 엑백스의 단렌즈로 바라 본 스펙타클한 장면이 내겐 필요하단다. 이런 하늘을 내가 작년에 찍었었나 싶다.앞만 보고 달리면서도 잠시 주위를 둘러 봤나 싶을 정도로 사진의 소재거리가 많았었는데 사실 기억은 나질 않으니 그러려니 하지만서리...이런 것 보면 아이폰을 제대로 활용했구나 싶은게 화질은 많이 떨어지지만 적재적소에서 간편함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엑백스를 들여 놓고 보니 사진은 기기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소재와 주제가 중요하단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아이폰으로 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