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10

냥이_20240224

커피잔을 비우는 동안 녀석과 함께 앉아서 유튭을 시청, 하나 정도는 녀석이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줬다.그러면 한 동안 시선 고정이었다.오후에 녀석이 선호하는 쇼파 인견 방석에 자리를 잡고 곧 쏟아질 잠에 빠져들 예정이었다.눈이나 자세만 봐도 이제는 선무당이다.그 기회를 이용, 카메라로 녀석을 찍어주자 이번엔 기분이 괜찮은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가만히 자세를 잡아줬다.물론 잠들기 전까지 누군가 옆에서 앉아 있다는 방증이다.오후 느지막이 나와 동네를 걷던 중 산수유 꽃망울을 발견했다.바야흐로 봄이 다가왔음을 폐부로 느끼는 것 이상으로 이제는 시각적인 정황들이 포착되기 시작했다.예전엔 그리 기다리던 봄이었는데 이제는 특정 계절을 기다리기보단 떠나는 계절의 아쉬움도 만만찮아 그 매력을 즐길 궁리도 곁들였다.

라떼는 마리야! 고구마라떼_20240222

오장동에서 두 형과 한 잔 뽀개고 헤어져 찬형과 백병원 앞까지 걸어와 뒤돌아서기 아쉬워 투썸에서 고구마라떼를 시켜 도란도란 대화꽃을 피웠는데 가만 정신차려 머그잔을 보니 라떼가 2/3만 담겨져 있었고, 아무리 술이 취해도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이미 찜을 한 상태라 뒤늦게 뭐라 할 수 없잖아.그렇다고 찐~한 사골을 듬뿍 담은 것도 아니었다.

냥이_20240215

나는 녀석의 든든한 어미가 되고, 녀석은 내게 신뢰로 화답한다.무릇 뜨거운 심장을 가진 생명의 눈을 보면 왜 소중한지, 왜 따스한지 깨닫게 된다.사람이 아닌 생명들은 아주 가끔 야생성 사이에서 갈등하고,사람은 자아의 이중성 사이에서 갈등한다.그래서 난 녀석을 통해 갈등에서 자유가 된다. 창가 쿠션에서 따스한 햇살도 쬐이고, 밀려오는 낮잠을 해소한다.녀석의 표정을 보면 '난 현재 만족 넘치니까 수염 끝도 건들지마옹!'사상과 욕망을 떠나 의지하는 건 자존감에 도움된다.녀석과 가족이 되고 나서 깨달은 바!그래서 녀석에게 작은 모퉁이가 되어 주면 녀석은 안락의 상형 문자를 표정으로 보여준다.이렇게 잠들며 신뢰하고, 다시 벌떡 일어나 눈을 맞히며 믿음을 확신한다.잘 자다가 불현듯 눈을 뜬다.그러다 다시 녀석은 점..

냥이_20240214

매일 일상다반사처럼 컴퓨터 앞에 앉은 집사의 무릎만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싸가지 바가지 냥이를 봤나!그런데 집사의 손은 자석이 달린 것 마냥 녀석의 싸다구에 달라 붙어버렸다.이렇게 해주지 않으면 녀석이 지속적으로 집사의 손을 요구하는 특정 행동을 한다.그러면 나머지 한 손으로 녀석의 남은 싸다구를 스담스담하는 습관은 녀석으로 인해 생겼다.

소통과 협상의 시작, '어떻게 받아 들이게 하지?'_20240214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단숨에, 가장 재밌게 읽어 버린 책이라면 단연 요 녀석이다.실제 내용은 무척 간소하고, 삽화가 많은 데다 문체는 마치 독백조로 읊조리는 듯 하지만 누군가 꼭 듣길 바라는 의도가 포석으로 깔렸다.'어떻게 받아 들이게 하지?'양계장과 주인, 일꾼들의 소통을 위해 고심하고 해결해 나가는 양계장 주인의 고군분투가 문자로 새겨져 있지만 쉽게 머리에 연상되는 책으로 문자의 분량이 적다고 쉽게 쓰이는 책은 단 한 권도 없을 것 같다.그만큼 호소력을 위한 작가의 고뇌가 보인다.회사에 동명이인이 있어 그분한테 책이 오배송되어 버렸고, 며칠 전 연락을 통해 이날 정중히 돌려받은 뒤 단숨에 읽어 버렸는데 작가 친구님이 고맙게도 싸인까지 해줘서 어찌나 좋은지, 예나 지금이나 책선물은 사람을 무척 설레게..